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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만찬장에 울려퍼진 공산당 비판 등려군의 노래… 백악관 선곡에 쏠린 눈

中 공산당 체제 비판해온 대만 가수 등려군 ‘월량대표아적심‘
‘레미제라블’ 넘버엔 홍콩 민주화 시위 연상시킨단 지적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위해 마련한 백악관 국빈 방문 행사에서 선곡된 음악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넘버 ‘원 데이 모어(One Day More)’가 홍콩 민주화 시위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에 이어, 대만 가수 등려군이 불러 유명해진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을 두고도 양안 관계를 의식한 선곡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4일 트럼프와 시 주석의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등 참석자들이 입장하는 동안 하프로 ‘월량대표아적심’이 연주됐다. 이 곡은 1973년 대만 가수 천펀란이 처음 발표하고, 1977년 등려군이 다시 불러 중화권 전역에서 유명해진 사랑 노래다. “당신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느냐고 묻는다면 달이 내 마음을 대신한다”는 내용의 가사 때문에 중추절 전후로도 자주 불린다. 시 주석도 과거 이 노래를 즐겨 듣는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시 주석의 방미가 중추절 직전과 맞물린 만큼 중국 문화를 세심하게 배려한 선곡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멜라니아 트럼프(앞줄 왼쪽) 여사와 펑리위안 여사가 24일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에서 호프 차이니즈 스쿨 합창단 학생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멜라니아 트럼프(앞줄 왼쪽) 여사와 펑리위안 여사가 24일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에서 호프 차이니즈 스쿨 합창단 학생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다만 이 노래를 널리 알린 등려군이 대만 출신으로 중국 공산당 체제에 비판적이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양안 관계를 의식한 선곡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등려군은 생전 중국 본토에서 공연하지 않았고, 1989년 톈안먼 사태 진압을 공개 비판했다. 대만 정부는 그의 노래를 중국 본토를 향한 반공 선전 방송에 활용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밀수된 카세트테이프를 통해 그의 노래가 큰 인기를 끌자 당국이 1980년대 이를 ‘정신적 오염’으로 규정해 금지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대만 문제에서도 한층 강한 요구를 내놨다. 시 주석은 트럼프에게 “미국이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고 대만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는데, 이를 “반대한다”는 표현으로 바꾸라고 요구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시 주석이 미국에 이 같은 표현 변경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두번째) 미국 대통령이 25일 워싱턴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시진핑(왼쪽 세번째)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두번째) 미국 대통령이 25일 워싱턴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시진핑(왼쪽 세번째)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만찬에서 미 육군 합창단 등이 부른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넘버 ‘원 데이 모어’를 두고도 홍콩 민주화 시위를 연상시킨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곡은 1막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합창곡으로 장발장과 코제트, 마리우스 등 주요 인물들이 각자의 염원을 노래하며 이튿날 파리 봉기에 나설 결의를 다지는 내용이다. 이후 2막에 이어지는 ‘민중의 노래(Do You Hear the People Sing?)’는 2014년 우산 혁명과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 등 홍콩 민주화 시위에서 널리 불리며 저항과 단결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중국 당국은 당시 자국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관련 음원을 삭제하고 소셜미디어 검색어를 차단하기도 했다.

같은 날 멜라니아 여사와 펑리위안 여사가 찾은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에서는 워싱턴 지역 호프 차이니즈 스쿨 합창단이 중국 민요 ‘모리화(茉莉花)’와 ‘노래와 미소(歌声与微笑)’를 불렀다. 공연 도중 펑 여사가 노래를 따라 부르고 박수를 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다만 ‘노래와 미소’를 두고도 일각에서는 후진타오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선곡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곡은 1986년 국제교류 행사를 위해 만들어진 아동가요로, 후진타오 집권기인 2009년 중국 건국 60주년 기념행사 등 각종 국가 행사에서 널리 사용됐다. 최근 중국 온라인에서는 경제성장이 빠르고 사회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개방적이었던 후진타오·원자바오 집권기를 추억하는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쓰이며, 이른바 ‘후원(胡温) 시대 향수’를 상징하는 곡처럼 소비되고 있다.

25일 워싱턴 미 해군기념광장에서 시위대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에 반대하며 찢어진 중국 국기를 밟고 항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5일 워싱턴 미 해군기념광장에서 시위대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에 반대하며 찢어진 중국 국기를 밟고 항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한편 시 주석의 방미에 맞춰 워싱턴 DC에서는 반중(反中) 시위도 이어졌다. AP와 폭스뉴스는 24일 라파예트 광장 등 백악관 인근에 티베트·위구르·홍콩·대만 관련 단체와 활동가들이 모여 시위를 벌였으며, 이들의 함성이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도 들릴 정도였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홍콩에 자유를” “대만의 자유를 지켜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소셜미디어에는 시 주석의 얼굴을 본뜬 펀칭백을 시위 참가자들이 주먹으로 때리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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