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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사법 리스크’가 가라앉지 않는 이유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660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추석 연휴 직전 국내 주요 뉴스는 대법관 재제청을 둘러싼 이재명 대통령과 조희대 대법원장의 충돌, 이정현 대검 차장(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었습니다. 공소 취소 관련 사설도 실렸습니다.

“검찰총장 대행의 ‘공소 취소’ 관련 발언, 매우 부적절했다”(조선)

“검찰총장 대행, 대통령 공소 취소 시도 무리수 우려된다”(한국)

국민의힘은 대법원과 검찰발 ‘호재’를 살리기 위해 총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장동혁 대표는 22일과 23일 현안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재판 재개함으로써 대한민국 사법부가 권력에 굴복하지 않음을, 대한민국 헌법이 살아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22일)

“이재명 재판 재개는 국민의 명령이다. 무슨 수작을 부려도 결코 막을 수 없다. 국민이 바라는 추석 선물은 이재명 탄핵이다. 국민이 이 정권의 독재 폭정을 반드시 끝장낼 것이다.”(23일)

정점식 원내대표도 22일 페이스북 글과 ‘이재명 정권 실정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사법부에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재개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대법관 제청과 임명을 둘러싼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충돌은 이재명 대통령의 이른바 사법 리스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입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사법부에 이재명 대통령 재판 재개와 탄핵이라는 비현실적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공소 취소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의힘과 일부 보수 언론은 “이재명 대통령이 아예 재임 중 공소 취소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이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급속히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재판 재개와 공소 취소 불가론은 정치 공세에 불과합니다. 하나씩 따져보겠습니다.

첫째, 재판 재개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선되기 전까지 모두 5개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6월3일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자 5개 재판부는 각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모두 재판을 중지했습니다. 헌법 84조 불소추특권 조항이 근거였습니다.

불소추특권은 대통령 개인에게 주는 특혜가 아니라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라는 기관이 임기 중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장치입니다. 1948년 제헌헌법부터 있었습니다. 다른 나라 입법례도 많습니다. 대통령 자신이 스스로 포기하려고 해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국회의원이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을 스스로 포기하려고 해도 포기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재판 재개 요구는 말이 되지 않는 엉터리 주장입니다.

국민의힘의 이재명 대통령 재판 재개 요구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 전에 국민의힘이 했던 이재명 후보 선거법 위반 사건 대법원 ‘파기자판’ 요구의 연장입니다. 당시 김기현 나경원 주진우 등 주로 서울대 나온 판검사 출신 의원들이 그런 주장을 했습니다. 지금 장동혁 대표, 정점식 원내대표도 서울대 나온 판검사 출신입니다.

법조인들은 기본적으로 기득권 세력에 가깝습니다. 특히 서울대 나온 판검사 출신 가운데 일부는 비뚤어진 엘리트 의식까지 갖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 가치보다 ‘법치’가 우위에 있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들의 시각으로 보면 ‘윤석열 검찰’의 야당 대표 죽이기는 법치입니다. 여러 범죄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받는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은 절대로 대통령을 해서는 안 됩니다. 대통령이 됐더라도 하루빨리 끌어내려야 합니다. 파기자판이나 재판 재개 요구의 정서적 배경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임기 중에 재판 재개 가능성이 있을까요? 만약 어느 재판부가 어느 날 갑자기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재개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재명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것입니다. 아니면 국회가 대통령 재판을 중단하도록 법률을 개정해도 됩니다. 어떤 식으로든 이재명 대통령 재판 재개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9월 2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법관 재제청 문제 등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9월 2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법관 재제청 문제 등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둘째, 공소 취소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18일 기자회견에서 “기존 기소 사건들에 대한 특검의 이송 또는 처분에 관한 조항들은 삭제하고 진상규명에만 집중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공소 취소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입니다. 특검 최종 임명권자가 대통령이라서 특검이 공소 취소 권한을 갖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특검에 공소 취소 권한을 주지 말자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과 일부 보수 언론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공소 취소 포기 선언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요구는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공소 취소 제도 자체를 형해화하려는 불법 선동입니다.

공소 취소는 형사소송법 255조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공소는 1심 판결 전까지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뿐입니다. 어떤 경우에 공소를 취소한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공소 취소는 기소편의주의 법리의 연장입니다. 기소편의주의는 기소 여부를 검사의 재량에 맡기는 원칙입니다. 기소 여부가 검사의 재량이듯 공소 취소도 검사의 재량이라고 봐야 합니다. 다만 공소 취소는 전례가 거의 없습니다. 검찰이 공소 제기를 번복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수사와 기소에서 윤석열 검찰이 어떤 불법을 저질렀는지는 이제부터 밝혀내야 합니다. 불법 수사와 기소가 드러난다면 공소 취소는 형사소송법상 당연한 절차입니다. 불법 수사와 기소가 없었다면 공소 취소도 없습니다.

공소청장을 대행하게 될 이정현 대검 차장이 “진상조사단에서 진상조사를 하고 있으니 그 결과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발언입니다. 대검 차장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를 하지 않겠다’고 할 수 있을까요? 없습니다. 그건 형사소송법을 무시하겠다는 불법 선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여부는 앞으로 진행될 조작 기소 특검의 수사와 법무부 미래위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따라 공소청 검사들이 결정할 일입니다. 지금부터 공소 취소하면 된다, 안 된다 공방을 벌일 일이 아닙니다.

퇴임 이후 재판받겠다고 약속하라는 요구도 말이 되지 않습니다. 검사가 공소를 취소하면 끝이 아닙니다. 재판부가 공소 기각 결정을 해야 끝납니다. 이재명 대통령 임기 중에 몇 개의 사건에 대한 공소 취소가 이뤄진다고 해도 재판부의 공소 기각 결정은 이재명 대통령 퇴임 이후에 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차피 퇴임 이후에 재판을 받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정현 신임 대검찰청 차장이 9월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현 신임 대검찰청 차장이 9월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셋째, 대법관 재제청 논란입니다.

이번 사건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헌법 조항 때문에 벌어졌습니다. 개헌하면 고쳐야 합니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과 대법원장들이 대법관 인사를 사전에 협의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조희대 대법원장 어느 한쪽이 옳고 어느 한쪽이 그르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저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다시 구성해서 새로운 후보자를 제청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봤습니다. 그러나 조희대 대법원장은 재제청을 거부했습니다. 대법원장이라면 헌법과 법률을 ‘합목적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습니다.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는 주장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태도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가 정치적 욕심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과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며 국민을 속인 윤석열 검사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조희대 판사에 대한 법조인들의 평판은 매우 좋았습니다. 2023년 12월 국회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조희대 후보자는 264표를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훌륭한 대법원장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저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딸깍발이’로 봅니다. 시야가 좁고 원칙만 따지기 때문에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대법관 사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조희대 대법원장 임기는 내년 6월까지입니다. 내년 6월 이후 이재명 대통령과 새 대법원장의 사전 협의로 대법관을 제청하고 임명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9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를 나와 차에 오르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과 관련한 이재명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에 대해 “헌법적 근 조희대 대법원장이 9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를 나와 차에 오르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과 관련한 이재명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에 대해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으므로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재명 대통령이 나중에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할 법관들을 대법관에 앉히려 한다는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의 주장은 잘못된 것입니다. 법관은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에게 유리한 판결을 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윤석열 대통령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헌법재판관들도 모두 탄핵에 찬성했습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가라앉지 않는 데는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의 책임도 매우 큽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동안 공소 취소에 지나치게 집착했습니다. 민주당은 공소 취소 의원 모임을 만들어 논란을 자초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와 탄핵을 주장했고 지금도 주장하고 있습니다. 탄핵소추를 하지도 못할 거면서 정치 공세만 퍼붓는 바람에 비웃음을 사고 있습니다.

자중해야 합니다. 국민의힘과 대법원장과 검찰과 싸우려 들면 안 됩니다. 국민을 믿고 국민을 바라보고 정치해야 합니다. 그게 집권 세력의 도리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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