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서 포착된 北 선수단 스마트폰… 북한에선 어떻게 사용하나

대부분 중국 완제품에 OS만 교체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서 몰래 들여와
속은 감시 장치… 5분마다 몰래 화면 캡처

지난 19일(현지시각)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회식. 인공기를 들고 입장한 북한 선수단의 한 관계자가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개회식 현장의 ‘인증샷’을 찍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 산하 NK테크랩에 따르면, 북한에서도 부유층을 중심으로 스마트폰이 확산하고 있다. 북한에는 최소 24개의 내수 브랜드가 존재하는데, 대부분 중국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가 만든 완제품을 들여와 검열 운영체제(OS)를 얹어 판매하는 방식이다.

지난 19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회식에 참여한 북한 선수단. /연합뉴스 지난 19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회식에 참여한 북한 선수단. /연합뉴스
‘로고 지운 중국폰’… 24개 브랜드 난립
북한 선수단 관계자가 손에 든 스마트폰은 외관으로 브랜드를 정확히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카메라 렌즈의 개수와 배치 등을 보면 중국 브랜드 오포(OPPO)의 A58x, 또는 북한 내수 스마트폰 브랜드 ‘삼태성’의 ‘삼태성8’과 유사하다.

북한 스마트폰 브랜드 삼태성의 삼태성8. /조선중앙TV 화면 북한 스마트폰 브랜드 삼태성의 삼태성8. /조선중앙TV 화면
북한은 오래전부터 아리랑·평양·푸른하늘·진달래 등 자체 브랜드 스마트폰을 유통해 왔다. 2023년을 기점으로 스마트폰 브랜드가 폭발적으로 늘어 현재 최소 24개 브랜드가 존재한다. 마두산의 경우 사업 영역에 부동산·어업·귀금속을 올려둔 곳이어서 IT 전문성과 거리가 멀지만, 2024년에는 폴더블폰까지 내놨다. 누구도 스마트폰을 직접 제조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오디오 장비 수입업체 메아리, 영상 서비스 업체 목란까지 스마트폰을 내놨다.

NK랩에 따르면, 북한에서 유통되는 스마트폰은 중국에서 만든 완제품에 OS만 바꾸는 방식으로 유통된다. 마두산의 폴더블폰 ‘마두산 2222’는 중국 아너(Honor)의 매직 V2 RSR에서 각인만 지운 제품이다. 마두산의 또 다른 폴더블폰 ‘마두산 1005’는 중국 두지(Doogee)의 V 플립 프로와 외형이 같다. 아리랑의 ‘아리랑 221’은 미국에 본사를 둔 스마트폰 제조사 블루 프로덕츠(BLU Products)의 제품과 외형이 같다. NK랩은 “블루 프로덕츠는 생산을 중국 OEM에 의존하는데, 해당 업체가 북한에 모델을 공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아리랑 221(왼쪽)과 블루 프로덕츠의 스마트폰(오른쪽). /NK테크랩 제공 아리랑 221(왼쪽)과 블루 프로덕츠의 스마트폰(오른쪽). /NK테크랩 제공
릉라도의 ‘릉라도 3910’은 중국 울레폰(Ulefone)의 아머 17 프로, 삼지연의 ‘삼지연 303’은 화웨이의 P50 Pro 등과 외형이 같다. 삼태성10은 블랙뷰 히어로 10(Blackview Hero 10)을 기반으로 한다.

북한은 스마트폰을 자체 생산할 능력이 없고, 2017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에 따라 완제품의 수입도 막혀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갤럭시 노트8)과 2024 파리 하계올림픽(갤럭시 Z 플립6) 당시 공식 후원사 삼성전자가 전 선수단에 지급한 스마트폰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부피가 작아 국제 사회의 단속이 쉽지 않아,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완제품을 비공식 경로로 꾸준히 들여오는 것으로 분석된다.

2025년 10월 평양의 한 행사장에서 관람객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조선중앙TV 2025년 10월 평양의 한 행사장에서 관람객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손안까지 파고든 검열
북한 스마트폰의 특징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있다. 정부가 승인하지 않은 애플리케이션(앱)과 콘텐츠는 설치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이 핵심이다. 또 ‘흔적 보기(Trace Viewer)’라는 앱이 사용 중 무작위로 스마트폰 화면을 캡처한다. 사용자는 캡처된 이미지를 열람하거나 삭제할 수 없다. 영국 BBC는 밀반출된 북한 스마트폰을 분석한 결과, 이 앱이 5분마다 몰래 스크린샷을 찍어 사용자가 접근할 수 없는 비밀 폴더에 저장했다고 보도했다.

검열은 자판에도 들어 있다. BBC 분석에 따르면 한국어로 ‘오빠’를 입력하면 ‘동무’로, ‘남조선’을 입력하면 ‘괴뢰국’으로 글자가 자동으로 수정됐다. 인터넷이 차단돼 있어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폐쇄 인트라넷 ‘광명망’에만 접속할 수 있다.

북한에서는 전체 인구 2600만명 중 약 635만명이 휴대전화에 가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 사용자 비율은 확인되지 않았는데, 평양 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상승하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QR코드 결제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WP는 “북한 주민들은 휴대전화로 은행 업무를 보고, 화장법을 배우고, 생리 주기 추적 앱을 사용한다”며 “이는 북한 정부가 스마트폰 사용을 허용하고, 나아가 사용을 장려하는 것처럼 보이는 드문 사례”라고 분석했다.

그냥 목록으로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