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살인자·반역자'로 불렀다는 취지로 보도한 러시아 매체들. / 왼쪽부터 러시아 매체 아르구멘티 이 팍티(AiF),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MK), 나카누네루(Nakanune.ru) 홈페이지 캡처.러시아 매체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북한군 포로 관련 발언을 두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살인자'이자 '반역자'라고 불렀다"는 보도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실제 글을 보면 '살인자·매국노'라는 표현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직접 지칭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에서도 러시아가 발언의 맥락을 자신들의 선전전에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됐던 북한군 포로 2명이 한국으로 보내졌다고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엑스(X)에 "북한포로 국내송환 문제는 외교, 안보, 한반도 정세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매우 예민한 의제"라고 밝혔다.
이어 "남북관계가 어떻게 되든 누군가 죽어나가든 국익이 손상되든 개의치 않고, 성과를 생색내느라 포로 송환사실을 징치고 춤추며 온세상에 광고했을 그들 입장에서는 우리 정부의 비공개노력이 이해가 안될 뿐 아니라 심지어 뭔가 문제될 게 있나 싶을 것"이라고 적었다.
또 "소소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의 생명과 국익 안보를 해치는 사람을 살인자나 매국노라 부른다"며 "타당하고 정당한 비공개 조치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측을 향해서는 별도로 "비공개 합의를 어기고 공개한 우크라이나측에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나 많이 아쉽다"고 밝혔다.
그런데 러시아 매체들은 이 가운데 '살인자·매국노' 표현을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한 발언으로 해석했다.
러시아 일간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는 지난 25일 '살인자 또는 배신자: 이재명, 비밀을 폭로한 젤렌스키에 맹비난'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전했다.
해당 매체는 "자신의 하찮은 이익을 위해 타인의 생명과 국가 안보를 해치는 사람을 살인자나 배신자라고 부른다"는 이 대통령의 표현을 그대로 인용하며 젤렌스키 대통령과 연결했다.
러시아 국영 미디어그룹 산하 매체 우크라이나루도 '살인자와 배신자: 젤렌스키가 국제적 스캔들에 빠졌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배신 행위로 비판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다른 러시아 매체들도 비슷한 해석을 내놓으며 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사이에 갈등이 불거진 것처럼 전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가 이 사안을 선전전에 활용하고 있다는 반박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한국학자 미콜라 폴리슈크는 현지 흐로마드스케 라디오에서 이 대통령의 글에 대해 "젤렌스키 개인을 향한 글이 아니었다"며 "한국의 특정 야당 정치인들을 겨냥한 것이고 젤렌스키는 잠깐 언급됐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 선전 매체들은 아침부터 한국 대통령이 젤렌스키를 '배신자'이자 '살인자'라고 불렀다고 보도하고 있다"며 원문과 러시아 매체 보도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폴리슈크는 또 이번 사안이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외교 갈등으로 번진 것은 아니라며 러시아가 이를 우크라이나 압박과 선전에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 엑스(X)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