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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턴’이 말하는 멋진 ‘늙크크’의 조건 3가지 [콘텐츠뷰]

영화 '인턴' 스틸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영화 '인턴' 스틸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콘텐츠뷰’는 OTT시리즈, 영화, 드라마 등 국내 플랫폼에서 서비스되는 다채로운 콘텐츠를 사회·경제·문화적 현상으로 재해석하고 주관적인 시각으로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조은별기자] 잘 만든 영화의 리메이크는 그 자체만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지난 16일 개봉한 한국판 ‘인턴’ 역시 이런 우려를 안고 출발한 작품입니다. 원작은 2015년 개봉한 로버트 드니로와 앤 해서웨이 주연의 동명 할리우드 영화로 제작비(3500만달러)의 5배가 넘는 1억9400만여달러(약 2700억원)의 수입을 거두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원작에서 70대 인턴과 30대 대표의 환상의 궁합을 한국판에서는 어떻게 보여줘야 할까요. 무엇보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앤 헤서웨이와 로버트 드니로의 이미지를 한국 배우 한소희, 최민식이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빼어난 외모에도 불구하고 매번 연기력이 발목을 잡았던 한소희, ‘카지노’의 차무식이나 ‘범죄와의 전쟁’의 최익현을 통해 ‘강한 형님’상으로 자리잡은 최민식의 만남이 행여 ‘불협화음’을 빚지 않을까 우려가 앞서기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인턴’은 대성공도, 대실패도 아닙니다. 사랑받았던 영화의 리메이크가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각인시켰지만 최민식의 푸근한 시니어 인턴 연기를 통해 “최민식도 이런 연기가 가능하다”는 걸 알렸습니다. 나아가 “만약 한국에 ‘시니어 인턴’이 존재한다면?”이라고 가정했을 때 이런 어른이 곁에 계셨으면 좋겠다는 감정이 들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매번 연기보다 외모가 돋보였던 한소희 역시 일에 치이는 패션업계 CEO의 날선 감정을 잘 표현하며 한층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영화 '인턴' 스틸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영화 '인턴' 스틸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주인공 기호(최민식 분)는 37년동안 출판업계에서 지도 만드는 일에 종사하다 정년퇴직한 인물입니다. 사랑하는 아내는 세상을 먼저 떠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은 해외유학을 떠난 뒤 현지에서 결혼해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홀로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기호는 어느 날 패션 스타트업 ‘WOO22(우투투)’가 실버 인턴채용 공고에 지원해 3개월 단기 인턴으로 합격합니다. 우투투의 최고경영자(CEO) 선우(한소희 분)는 스타트업이었던 회사가 3년만에 100억 매출 신화를 쓰게 한 장본인. 빠른 시간에 회사가 성장한 만큼 선우 역시 사생활은 제쳐두고 일에만 몰두합니다. 기호는 선우의 직속 인턴으로 배정돼 손발을 맞추기 시작합니다.

영화는 기호가 낯선 패션업계에서 ‘할 일’을 찾는 과정으로 출발합니다. 기호의 채용 자체가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한 부사장 영환(김준한)의 아이디어였기 때문에 모두가 기호의 존재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며 일 시키기를 꺼립니다.

영화 '인턴' 스틸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영화 '인턴' 스틸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인턴 동기들과 대화하기 위해 “어쩔티비”, “감다뒤”라는 MZ용어까지 배워온 기호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마음도 들터. 매일 노트북 메신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누군가 자신에게 일을 시키기를 기다렸던 기호는 사무실 곳곳 일손이 필요한 곳을 먼저 찾아갑니다.

패션업을 배우기 위해 카메라로 샘플을 찍다 샘플유출사고에 시달렸던 선우의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굴하지 않습니다. 매번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했습니다. 사무실에 쌓여있던 옷더미를 청소해 업무 환경을 업그레이드하기도 합니다. 먼저 손을 내민 기호를 알아본 건 동기 인턴들입니다. MZ용어는 몰라도 인생 선배인 기호에게 삶의 지혜를 배워갑니다. 결국 선우 역시 기호의 능력을 알아보고 그를 신임하고 의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영화는 잔잔합니다. 이미 원작을 통해 알려진 내용에 특별한 에피소드를 덧붙이는 무리수를 두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때로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대한민국에 ‘시니어 인턴’이라는 제도가 도입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은퇴를 앞둔 ‘늙크크’ 들에게 좋은 교과서가 될 수 있습니다.

영화 '인턴' 스틸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영화 '인턴' 스틸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영화 속 기호는 먼저 충고하지 않습니다. 자식뻘인 동기 인턴, 선배 직원들이 먼저 고충을 털어놓을 때에만 조언을 건넵니다. 흔히 어른의 조건으로 ‘입닫지열’(입은 닫고 지갑은 연다)을 언급하곤 하는데 영화 속 기호는 어른이랍시고 지갑을 열며 호탕하게 쏘기보다 필요할 때만 입을 열고 격의없이 대하는 이상적인 모습 그 자체입니다

직장인은 실력으로 말합니다. 기호는 누구도 그에게 일을 주지 않았을 때 일을 찾아 나섭니다. 주어진 업무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합니다. 기호의 관록은 AI에게 의존하는 선우의 비서 민아(류혜영 분)를 뛰어넘습니다. 그의 빼어난 업무실력을 입증하는 영화 속 민아의 인상깊은 대사 중 하나. “제가 어떻게 기호님을 뛰어넘어요. 제가 기저귀를 찼을 때부터 기호님은 직장인이었잖아요.” 하지만 민아가 모르는 것. 경력이 오래됐다고 모두가 일을 잘하지 않습니다. 기호는 일을 잘하는 직장인입니다.

영화 '인턴' 스틸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영화 '인턴' 스틸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인턴’이 말하는 마지막 어른의 조건. 자리에 연연하지 않아야 합니다. 우투투는 기호가 37년간 일한 출판사 사무실에 입접한 회사입니다. 출판사에서 고위직으로 퇴직한 기호의 자리가 지금 우투투 CEO 선우의 자리기도 합니다. 최상단에서 말단자리로 옮겼지만 기호는 연연하지 않습니다. 이런 기호의 겸허한 모습은 결론에서도 한결같습니다.

영화를 보며 “기호처럼 능력있고 인품도 좋은 시니어라면 우투투의 고위직으로 채용돼 인생 2막을 열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기대를 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호의 선택은 기호의 성격대로 흘러갑니다. ‘늙크크’에 가까운 관객 입장에서 ‘영크크’와 공존하며 화려한 부활을 꿈꿨기에 다소 아쉽긴 했지만 그런 선택조차 기호라면 가능했을 것이라 짐작됩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2019)과 '만약에 우리'(2025)를 만들었던 김도영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박스오피스 스코어는 4위. 약 70만 명의 관객이 관람했습니다

*늙크크 : 보이그룹 코르티스의 히트곡 '영 크리에이터 크루'를 줄인 '영크크'에서 파생된 신조어로 최신 유행이나 트렌드에 둔감하거나 옛날 방식이 더 편한 시니어를 뜻하는 신조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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