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서 시민들이 유영하는 상어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
이런 현상은 주식 시장에도 즉각 반영됐다. 주인공은 ‘아기상어’로 유명한 더핑크퐁컴퍼니였다. 더핑크퐁컴퍼니는 상어 열풍에 힘입어 9월 21일 주가가 10% 넘게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다. 상어가 전국적인 화제가 되자 자연스럽게 ‘아기상어’ 콘텐츠와 굿즈 판매가 상승해 저작권자인 더핑크퐁컴퍼니의 매출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다.
이름만 같아도 1800% 폭등이같은 현상은 곧 조롱의 대상이 됐다. ‘이것이 국장 클라스다’ ‘역시 국장은 뇌를 빼고 해야 한다’ 등 국내 주식시장을 비꼬는 반응이 이어졌다. 별다른 연관성이 없는 사건 하나에도 주가가 출렁이는 것이 한국 증시의 수준을 보여준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다. 과연 이런 현상은 한국 주식시장에서만 벌어질까. 해외 사례를 살펴보자.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화상회의 플랫폼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스’가 주목받았다.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줌 비디오의 주가가 치솟자 당시 티커가 ‘ZOOM’이었던 중국계 소형주 ‘줌 테크놀로지스’도 덩달아 상승했다. 줌 테크놀로지스는 무선통신 부품을 만드는 회사로 두 기업은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한 달 만에 1800% 이상 폭등했고, 결국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거래를 일시 정지시키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2021년에는 일론 머스크가 X(옛 트위터)에 보안 메신저 앱 시그널을 추천하며 “Use Signal”이라는 글을 남겼다. 시그널은 비상장 비영리 단체였지만,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곧바로 관련주 찾기가 시작됐다. 결국 티커가 ‘SIGL’인 시그널 어드밴스가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시그널 어드밴스는 메신저 시그널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으나 주가는 불과 며칠 만에 폭등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에서 스타워즈 시리즈가 개봉할 무렵에는 이름에 ‘스타’가 들어간 소형주들이 들썩이는 일도 있었다. 스타워즈 흥행의 직접적인 수혜를 기대한다면 디즈니 주식을 사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단순한 이름의 유사성이 투자자의 관심을 끈 것이다.
흔히 한국 증시를 조롱할 때 “태풍 노루가 오면 노루페인트가 오른다”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비슷한 일은 미국에서도 벌어진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던 2017년 음료 제조업체 롱아일랜드 아이스티가 사명을 ‘롱블록체인’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하자 주가가 하루 만에 급등했다.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 변화보다 당시 시장을 지배하던 블록체인이라는 단어에 반응한 것이다.
귀칼·메시가 들어올린 급등주그렇다면 일본은 어떨까. 일본에서는 유명 연예인의 결혼 소식에 결혼정보회사 주가가 급등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2021년 일본의 국민 여배우 아라가키 유이의 결혼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최대 결혼정보회사 IBJ 주가가 급등했다. 2020년 정상급 배우 이시하라 사토미가 결혼을 발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이 정도는 연관성이 있는 편이다. 2020년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흥행했을 때는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작품에는 주인공이 귀살대에 들어가기 위해 거대한 바위를 칼로 베는 훈련 장면이 나온다. 이후 일본 곳곳에서 작품 속 바위와 닮은 돌이 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자 지방 석재 관련 소형주가 급등했다.
유럽에서는 축구와 관련해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2021년 여름 리오넬 메시가 FC 바르셀로나에서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에너지드링크 관련주들이 급등했다. 메시가 팀을 옮기면 전 세계 축구 팬들이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밤새 시청할 것이고, 이에 따라 에너지드링크 소비도 늘어 셀시어스 홀딩스 같은 기업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논리였다.
그런데 왜 국내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역시 국장’이라는 비아냥이 뒤따를까. 미국이나 일본, 유럽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지만, 이를 해당 국가 증시 전체의 수준을 보여주는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는 드물다. 시장 일부에서 나타나는 단기적인 과열로 보는 것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특정 테마주의 급등락이 한국 증시 전체의 문제로 확대돼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나타나는 투자자의 쏠림 현상이 유독 한국만의 문제처럼 비치는 셈이다.
해외 증시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국내 투자자들은 잘 모른다.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엉뚱한 종목이 폭등하거나 사회적 유행과 별다른 관련이 없는 기업이 테마주로 묶이는 일은 해외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는 설명보다 ‘역시 한국 주식은 이렇다’는 단순하고 자극적인 메시지가 더 빠르게 확산된다. 익숙한 사례 몇 개만으로 시장 전체를 판단하기보다 비슷한 현상이 다른 시장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함께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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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서 시민들이 유영하는 상어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