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권 아파트 단지. 뉴시스 |
신축 선호에도 미분양 그대로인 이유?반면 분양 시장은 지리멸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1월 6만6576채였던 전국 미분양 주택은 7월 6만8217채를 기록하는 등 6만 채 후반 박스권에 갇혀 있다. 주택공급이 부족하다며 정부가 대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시장에서 신축이라고 할 수 있는 미분양이 소화되지 않는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예전과 다른 ‘준공 후 미분양’ 패턴에서 찾을 수 있다.
올해 들어 준공 후 미분양은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인 3만 채에서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최근 신축 선호 트렌드가 강해지는 와중에 일견 특이한 현상이다. 통상 준공 후 미분양 단계에 들어서면 시행사나 시공사는 할인 분양에 나서거나 “보증금만 일부 내고 일단 들어와 살아 보세요”와 같은 마케팅을 한다. 이에 따라 우량 입지의 미분양부터 차차 소진되기 마련이다. 15년 만에 유례없는 수준인 준공 후 미분양은 부동산 시장에 과거와 다른 사정이 있음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2009년 역대 최고치인 5만 채를 기록한 준공 후 미분양은 대형 평형 위주였다. 핵가족이 많아진 주택 시장의 니즈를 충족하지 못한 결과였다. 당시도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평형 대부분은 준공 전 분양이 완료됐다. 당시 시행사·시공사는 주인을 찾지 못한 대형 평형 위주로 분양가 할인에 나섰다. 최초 분양가 대비 30% 이상 저렴한 할인을 통해 텅 빈 새집은 늦게나마 주인을 찾을 수 있었다.
반면 최근 준공 후 미분양은 특정 평형이 아닌 특정 단지 전체가 주인을 찾지 못한 경우가 많다. ‘통 미분양’이 준공 후 미분양의 주류를 이루는 것이다. 통 미분양 사태의 주된 배경은 무엇일까. 필자는 문재인 정부 당시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려고 후분양을 선택한 단지들의 높은 분양가가 한 원인이라고 본다. 선분양과 달리 후분양은 분양 계약 후 수개월 안으로 입주 잔금을 마련해야 하므로 자금조달 부담이 큰 편이다. 게다가 이들 후분양 단지가 준공을 앞둔 시점에 금리 인상 리스크가 고조됐다. 평형을 불문하고 분양가 부담이 커지며 가격 리스크가 단지 전체를 집어삼킨 것이다. 신축이라고 해도 사람이 살지 않는 아파트는 제대로 된 관리가 어렵다. 결국 금방 낡아져 신축 프리미엄도 이내 사라지게 된다.
‘시장 반응과 거꾸로’ 기회 잡는 투자자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관측되는 또 다른 괴리는 정부 정책과 시장심리의 온도차다. 보수, 혹은 진보 정부가 집권할 경우 각각 부동산 정책의 큰 방향은 대동소이하다는 게 필자의 견해다. 시장 참여자들도 이런 정책 방향성을 이미 학습한 상황이다. 최근 역대 정부의 주요 부동산 정책 및 그에 대한 민심을 살핀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일종의 ‘정책 레임덕’ 현상이 발견된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정부 집권 4년차인 2021년 부동산 정책에 대한 여론은 부정 평가(79%)가 긍정 평가(6%)에 비해 73%p 더 많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인 2018년 부동산 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가 10%p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긍정 평가가 급감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때인 2024년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도 긍정 평가보다 43%p 더 높았다.
이처럼 최근 집권 후반부에 접어들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발이 더 커지는 모습이다. 이 시기 부동산 규제 정책이 시행되면 오히려 규제 틈새로 매입 행렬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반대로 규제가 완화될 경우 시장은 관망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현명한 투자자는 시장 흐름과 반대로 움직일 것이다. 임기 막바지 부동산 규제 강화에 따른 과도한 매수세와 시장 버블을 주의하고, 규제가 완화되면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 속 저평가된 똘똘한 부동산을 조용히 매입하는 식이다.
이재명 정부는 8·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 공급 방안’이라는 제목의 공급 방안이다. 매매시장보다 전월세를 앞세웠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공급은 임대차 시장 안정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해당 대책에 자주 등장한 키워드가 ‘일반 주택’이다. 빌라,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주택을 통칭하는 단어다. 과거 대책들과 달리 ‘일반 주택’ 통계를 따로 제시하는 등 비아파트 공급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민간 공급 금융·세제 지원 및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목표치 5만9000채 중에서 4만5000채가 ‘일반 주택’이다. 요즘 부동산 시장에서 신축 아파트가 프리미엄을 누리는 이유는 그만큼 주거 품질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임대차와 비아파트에 치중할 경우 부동산 정책과 시장의 괴리는 더 커질 것이다.
8·13 대책에서 정부는 수도권에 ‘23만 채+α’ 공급을 예고했다. 다만 3기 신도시 공급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시장은 실제 공급이 적시에 이뤄지는지 예의주시할 것이다. 부동산 정책을 바람에 비유하자면 시장 참여자가 취해야 할 현명한 자세는 수시로 강약이 바뀌는 바람의 ‘세기’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전체적인 ‘방향’에 주목하는 것이다. 3기 신도시만 봐도 시장은 물량과 속도에 실망했다. 하지만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의 민간 본청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등 수도권 신축 공급이라는 카드 자체는 시장에서 먹혀들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 왕숙지구 조감도. 남양주시 제공 |
특히 주목되는 곳은 경기 남양주시다. 남양주에선 3기 신도시에 이름을 올린 왕숙 지구뿐 아니라 진접2지구가 본 개발 궤도에 올랐다. 여기에 도심지구까지 개발이 본격화되면 남양주 동부권은 대규모 주택공급 정책과 SOC 투자의 수혜처가 될 것이다.
8·13 대책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대목은 ‘공공재개발 활성화를 통한 38개 지역 주택 6만 채 공급’이다. 이중 특히 주목할 만한 곳은 재개발 7부 능선이라고 불리는 시공사 선정이 완료된 구역이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동북부에 있는 장위8·9, 성북1, 전농9구역 등이다. 비아파트 중심 공급 대책이 강화될수록 공공재개발에 따라 신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곳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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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권 아파트 단지. 뉴시스
경기 남양주시 왕숙지구 조감도. 남양주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