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스 파워 SMR(헤르메스 실증로) 조감도./사진=삼성물산삼성물산이 경수로형 소형모듈원전(SMR)에 이어 용융염 냉각 방식의 비경수로형 원자로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 기술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사업 초기 설계부터 참여해 향후 설계·조달·시공(EPC) 수주로 연결하는 전략이다. 루마니아와 스웨덴에서 쌓은 사업 기반을 미국 차세대 원전시장으로 확장하며 글로벌 SMR 사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이로스에 투자…차세대 원전 선점27일 삼성물산에 따르면 건설부문은 미국 SMR 개발기업 카이로스파워와 차세대 SMR 실증·상용화를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삼성물산은 약 7000만달러(약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고 카이로스파워가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에 건설 중인 '헤르메스' 실증로의 설계와 시공성 검토에 참여할 예정이다.
카이로스파워는 물 대신 고온에서 액체로 변하는 용융염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KP-FHR'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물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경수로형 원자로와 달리 낮은 압력에서도 고온 운전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생산된 열에너지를 전력뿐 아니라 산업용 열 공급과 수소 생산 등에 활용할 수 있어 차세대 원전 기술로 평가받는다.
헤르메스는 비경수로형 원자로로는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건설 허가를 받은 사업이다. 미국 에너지부(DOE)의 지원을 받아 건설되고 있으며 삼성물산은 2031년 가동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이번 협약을 통해 카이로스파워가 미국에서 건설할 상용로의 EPC를 우선 수행할 수 있는 권리도 확보한다. 양사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과 동남아시아, 유럽에서 공동으로 사업 기회를 발굴할 계획이다. 기술 실증 단계부터 참여해 후속 상용화 사업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는 구조다.
카이로스파워도 원전 상용화를 위한 수요 기반을 넓히고 있다. 카이로스파워는 구글과 2035년까지 최대 500MW 규모의 차세대 원전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첫 사업인 헤르메스2에서 생산한 최대 50MW의 전력은 테네시밸리공사(TVA) 전력망을 통해 구글 데이터센터 등에 공급될 예정이다.
(왼쪽부터)김정욱 삼성물산 부사장, 라파우 카스프루프 SGE CEO, 버노바 스콧스트래직 GE CEO, 야스히로 다케우치 히타치 부사장이 22일 유엔총회 부대행사로 열린 아틀란틱 카운슬 원자력 에너지 정책 써밋에서 BWRX-300 소형모듈원전(SMR)의 시장 개발과 상업적 기회 발굴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사진=삼성물산뉴스케일 투자는 유럽 프로젝트 참여로 이어졌다. 삼성물산은 2023년 루마니아 원자력공사와 뉴스케일, 플루어 등과 462MW 규모의 루마니아 SMR 사업 추진에 합의했다. 2024년부터 기본설계(FEED)를 수행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일본 IHI와 제작한 강판콘크리트 벽체 모듈의 실증도 마쳤다.
강판콘크리트 모듈은 공장에서 구조물을 사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공법이다. 현장 타설 방식보다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품질과 안전성을 높일 수 있어 SMR의 경제성을 좌우할 핵심 시공 기술로 꼽힌다. 삼성물산이 지분투자와 사업 개발을 넘어 자체 시공 역량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SMR 기술선도 다변화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뉴스케일의 가압경수로 방식에 이어 지난해 GE버노바히타치뉴클리어에너지(GVH)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비등경수로 기반의 'BWRX-300'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 GVH가 유럽과 동남아시아, 중동에서 추진하는 사업의 초기 개발부터 EPC까지 전 과정에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협력은 실제 사업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달 초 GVH와 함께 스웨덴 원전기업 스투드스빅이 추진하는 1.2GW 규모 신규 원전사업의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됐다. BWRX-300 4기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삼성물산과 GVH는 경쟁 절차를 거쳐 공동 EPC 파트너 지위를 확보했다. 목표 상업운전 시점은 2030년대 중반이다.
삼성물산은 이 밖에도 에스토니아와 폴란드에서 SMR 사업의 타당성 조사와 부지 평가, 사업 구조 수립 등에 참여하고 있다. 초기 업무협약에 머물지 않고 기본설계와 기술 실증, 공동개발협약으로 역할을 넓히며 향후 EPC 수주를 위한 기반을 쌓는 모습이다.
삼성물산의 SMR 포트폴리오는 뉴스케일의 가압경수로, GVH의 비등경수로, 카이로스파워의 용융염 냉각 원자로로 확대됐다. 지역도 유럽 중심에서 미국과 아시아로 넓어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향후 EPC뿐 아니라 투자 개발과 원전 운영 분야까지 사업 범위를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이창욱 삼성물산 에너지솔루션사업부장 부사장은 "이번 협약은 차세대 원전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라며 카이로스파워와 함께 글로벌 상용화 사업 기회를 발굴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