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AI칩 시장 진입 지원 필요
국내 기업 리벨리온의 AI반도체 ‘아톰’이 탑재된 가상 보드. (연합뉴스)성장 잠재력이 큰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시장에서 국내 후발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9월 27일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시장은 2024년 1240억달러(약 170조원)에서 2030년 8600억달러(약 1200조원)로 확대되리라고 내다봤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38%로 예상된다.
현재 시장의 대표 주자는 엔비디아다. 지난해 기준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78.2%로, 구글(4.7%), AMD(4.1%), 인텔(3.7%), 화웨이(2.6%) 등 경쟁 업체와 비교해 크게 앞섰다.
보고서는 현재 시장은 미국과 중국 등 소수 국가가 주도하고 있지만 후발주자의 시장 진입 기회도 많아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AI 산업이 ‘학습’에서 비용 부담이 큰 ‘추론’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저렴한 AI 반도체를 찾고 있어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가격과 전력 소비 측면에서 부담이 적은 신경망처리장치(NPU)가 대안으로 부상했다. NPU는 AI 추론 작업에 최적화된 반도체로, 국내 기업도 관련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국내에서는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이 주요 기업으로 꼽힌다. 2017년 설립된 퓨리오사AI는 올해 초 2세대 NPU ‘레니게이드(RNGD)’ 양산에 들어갔다. 2020년 출범한 리벨리온도 올해 하반기 2세대 제품 ‘REBEL 100’을 출시할 예정이다.
다만 기술력 확보만으로 시장 안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연구소는 국내 기업이 반도체 설계 역량을 갖췄지만 자금 조달 능력과 고객 기반, 소프트웨어 생태계, 데이터센터 적용 실적 등에서는 글로벌 선도 기업과 3년 이상의 격차가 있다고 진단했다.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칩의 성능뿐 아니라 기존 소프트웨어와의 호환성, 안정적인 공급 체계, 실제 고객사의 사용 경험도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인 만큼 초기 상용화 사례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부 지원도 연구개발 중심에서 실제 시장 진입을 돕는 방식으로 넓혀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산 AI 반도체를 채택하는 기업에 세제 감면이나 보조금을 지원해 도입 초기의 비용과 위험을 줄이고, 해외에서는 국내 기업이 현지 데이터센터와 공급망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동은 국내 AI 반도체 기업이 진출을 모색할 수 있는 주요 시장으로 거론된다. 중동 각국이 AI 인프라 구축에 투자를 늘리는 가운데 미국의 AI 반도체 수출 규제 가능성과 엔비디아 GPU의 높은 가격, 전력·부지 확보 문제 등이 맞물리며 대체 공급처를 찾는 수요가 커져서다.
연구소는 향후 3~5년 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주요 사업자와 공급망 구도가 상당 부분 정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국내 기업이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입지를 확보하려면 이 기간에 실제 고객사를 확보하고 상용화 실적을 축적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