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의전원 남원 유치·국립중앙의료원 지방 이전 시
공공의료 재배치·균형발전 동시에 이룰 수 있을 것”
“지역구 여성 서사 풍부…‘여성 서사 문화벨트’로 이을 것”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이 최근 여성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국립의전원을 남원에 확정하고, 국립중앙의료원의 지방 이전을 2차 이전의 틀에서 함께 검토하면, 공공의료 재배치와 균형발전을 동시에 이루는 상징적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손상민 사진기자정부가 공공의료 인재 양성을 위한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전북 지역의 숙원인 국립의전원 남원 유치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오는 2029년 개교, 2030년 교육과정 개시를 목표로 올해 하반기 설립준비위원회를 통해 학교 소재지 선정과 기반 시설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2024년 국회 입성 후 국립의전원 남원 설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은 최근 여성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국립의전원의 남원 확정과 차질 없는 개교 준비가 후반기 의정의 첫 번째 자리에 있다"며 "지방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국립의전원 남원 유치가 단순한 지역 숙원 해결을 넘어,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지역 간 의료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국가 과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국립의전원을 남원에 확정하고 국립중앙의료원의 지방 이전을 2차 이전의 틀에서 함께 검토하면, 공공의료 재배치와 균형발전을 동시에 이루는 상징적 사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과 일문일답.
- 지난 2년간의 의정활동을 돌아봤을 때 의미 있는 성과는.
"가장 의미 있는 성과를 하나만 꼽으라면 국립의학전문대학원법이다. 공공의료 인력을 국가가 책임지고 길러야 한다는 논의는 20년 넘게 풀지 못한 숙제였다. 특히 2018년 남원 서남대 폐교 이후 공공의대 설립은 약속과 폐기를 반복해 왔다. 제가 대표발의한 공공의대법이 지난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립의전원 졸업생은 15년간 공공필수의료 분야에서 일하게 된다. 지금 지방에서는 아이를 낳을 산부인과, 아이가 아플 때 갈 소아과를 찾기가 어렵다. 서울 대형병원을 찾는 환자 10명 중 6명이 지방 환자다. 몇 달 전 예약하고, 숙소를 잡아 하루 자고, 진료 당일 주차장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지방의 현실이다. 이 악순환을 끊을 첫 단추가 국립의전원이다. 특히 의료 공백의 부담은 임신·출산·돌봄을 감당하는 여성들에게 더 무겁게 지워져 왔다는 점에서 여성의 삶과도 직결된 법이다.
'아프면 쉴 권리'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기억에 남는다. 업무 외 질병에도 연 60일의 유급병가를 보장하고 상병휴직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아파도 쉬지 못하는 노동자, 특히 소규모 사업장의 여성 노동자들에게 꼭 필요한 제도라고 믿고 발의했다."
- 지역구(남원·장수·임실·순창)의 과제는 무엇인가.
"네 개 시군은 사정이 조금씩 다르지만, 인구감소·의료 공백·교통 불편이라는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다. 남원의 최우선 과제는 국립의전원의 남원 확정이다. 남원에서 교육부터 임상 수련까지 완결되는 '지역완결형' 설립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장수·임실·순창은 각자의 강점을 살리되, 따로가 아니라 함께 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서 제안한 것이 4개 시군 광역 말산업 클러스터다. 한국마사회 본사의 남원 이전, 장수의 경주마 생산·육성 기반과 말산업문화테마파크, 임실의 퇴역마 휴양·재활센터, 순창·담양의 제5경마공원 유치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구상이다. 장수는 20년 넘게 말산업의 뿌리를 지켜온 곳인 만큼 그 역할에 걸맞은 보상이 있어야 하고, 순창의 장류, 임실의 치즈 같은 기존 산업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 ⓒ손상민 사진기자- 지역구 인구 소멸과 저출생 대응 방안은.
"인구 소멸의 본질은 간단하다. 일자리, 병원, 학교가 없으니 청년이 떠나고, 특히 청년 여성이 먼저 떠난다. 청년 여성이 떠난 지역에서 출생아가 늘 수는 없다. 1호 법안으로 '인구감소지역 혁신도시 우선 지정법'을 발의한 이유도 여기 있다. 국가의 자원을 배분할 때 인구감소지역을 우선 배려하는 원칙을 세우자는 것이다. 소멸 위기가 큰 권역을 '국가전략거점'으로 지정해 공공의료·교육기관을 우선 설치하고, 공공기관 이전을 우선 검토하며, 특별재정지원과 기업 이전 특례를 부여하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모든 곳에 조금씩 나눠주는 방식으로는 소멸을 막을 수 없다. 권역별 거점을 세우고, 그 거점이 배후 농촌까지 살리는 구조로 가야 한다.
거점이 어떤 힘을 갖는지, 남원은 이미 작은 실물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말 문을 연 전북 제1호 공공산후조리원 '산후케어센터 다온'이다. 올해 1월 첫 산모가 입소하며 본격 운영에 들어갔는데, 지난 7월에는 최대 수용인원이 모두 차서 초과 산모는 대기해야 할 정도였다. 남원 산모만이 아니라 전북 전역과 지리산권의 산모들까지 찾아와 이용하고 있다. 공공병원인 남원의료원 역시 분만과 응급을 포함해 동부권 주민들의 의료를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공공이 정주의 조건을 만들면 사람이 모인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다.
이 거점 전략의 완성이 바로 남원 국립의전원이다. 의료는 정주의 최소 조건이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병원, 아플 때 갈 수 있는 병원이 있어야 젊은 부부가 산다. 여기에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돌봄, 아파도 쉴 수 있는 노동 환경이 더해져야 한다. 저출생은 여성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는 절대 풀리지 않는다. 낳으라고 말하기 전에, 낳아 기를 수 있는 조건을 국가가 먼저 만들어야 한다. 그 조건을 지역에서부터, 남원에서부터 만드는 것이 제 구상이다."
남원 광한루 ⓒ국가유산청- 지역구 여성 인물들을 역사·문화 자원으로 활용하고, 지역 발전과 연결하기 위한 계획은.
"지역구는 여성의 삶과 주체성을 보여주는 서사가 유난히 풍부한 곳이다. 장수에는 나라를 위해 몸을 던진 의암 주논개의 생가와 사당이 있다. 남원 광한루원은 신분의 벽 앞에서도 자신의 사랑과 존엄을 지킨 춘향의 무대고, 춘향제는 90년 넘게 이어져 온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 축제 중 하나다. 그리고 최명희 작가가 남원 사매면을 무대로 쓴 대하소설 『혼불』이 있다. 청암부인을 비롯해 격동의 시대를 견디고 공동체를 지켜낸 여성들의 이야기다. 사매면에는 혼불문학관도 자리하고 있다. 이 자원들은 지금 점처럼 흩어져 있다. 이를 '여성 서사 문화벨트'로 잇는 것이 제 구상이다. 논개의 의로움, 춘향의 당당함, 혼불 여성들의 강인함을 하나의 이야기 축으로 엮어 문학·공연·관광이 순환하는 체류형 문화권을 만들자는 것이다.
여성 서사가 이 땅에 꽃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남원은 나라가 위태로울 때마다 이름 없는 백성들이 먼저 일어선 호국의 고장이다. 권력자가 아닌 민초가 나라를 지켰고, 사람을 하늘로 섬기는 사상이 움텄으며, 판소리와 도예 같은 민중의 문화가 발전한 땅이다. 신분의 벽에 맞선 춘향의 당당함도, 나라를 위해 몸을 던진 논개의 의로움도, 공동체를 지켜낸 혼불 여성들의 강인함도 모두 이 토양에서 자랐다. 저는 여성 서사 문화벨트를 황산대첩지, 만인의총, 은적암 같은 호국·민중 문화 자원과 자연스럽게 연결해, 사람의 존엄을 지켜온 남원의 정신을 하나의 큰 이야기로 엮어내려 한다. 남원은 가왕 송흥록을 배출한 동편제 판소리의 본고장이자, 판소리 다섯 마당 가운데 춘향가와 흥보가 두 마당의 배경지이기도 하다. 이런 소리의 전통을 공연 콘텐츠와 결합하면 잠재력이 크다.
마침 남원에 조성 중인 전북대 글로컬캠퍼스가 문화관광 분야를 핵심 축으로 설계되고 있다. 대학의 연구·인력과 지역의 문화 자원이 만나면 축제를 넘어 콘텐츠 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 여성 인물들의 이야기가 지역의 자부심이 되고, 나아가 주민의 소득과 일자리로 이어지는 구조, 그것이 제가 그리는 그림이다. 여성의 이야기가 지역을 살리는 모범 사례를 저희 지역구에서 만들어 보고 싶다."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 ⓒ손상민 사진기자- 오는 10월 2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여성계에서는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로 부실수사에 대한 견제 장치가 약화되고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법조인 출신으로 이 같은 우려를 어떻게 보고 있나.
"정치를 시작하기 전까지 평생을 법관으로 살았다. 수많은 피해자를 만났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겪는 고통이 범죄 그 자체 못지않게 크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특히 성폭력, 스토킹, 교제폭력 사건은 수사 초기의 대응이 피해자의 안전과 직결된다. 제도가 바뀌는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여성계의 문제의식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번 개정의 취지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권한의 집중과 남용을 막자는 것으로, 그 방향 자체는 필요하다. 다만 개혁의 방향에 동의하는 것과 피해자 보호 장치를 촘촘히 하는 것은 별개의 과제가 아니라 함께 가야 할 과제라고 본다. 아동·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피해자인 사건에 대해서는 보완장치를 두텁게 하는 법안에 공동발의로 참여했다. 개혁을 하되, 가장 약한 분들이 그 과정의 비용을 치르게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 때문이다.
앞으로 필요한 보완책은 세 가지다. 여성·아동 대상 범죄 전담 수사 인력을 확충하고 수사 지연과 부실수사에 대한 실효적 점검 장치를 갖춰야 한다. 피해자의 절차적 권리 강화를 위해 수사 진행 상황을 제때 통지받고, 의견을 진술하고, 수사 결과에 불복할 수 있는 이의신청 절차가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피해자 국선변호사 지원도 넓혀야 한다. 10월 2일 이후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나타나는지 면밀히 살피고, 공백이 확인되면 주저 없이 보완 입법에 나서겠다. 여성계와 계속 소통하며 챙기겠다."
- 남은 후반기 국회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은.
"이제 기업이 재생에너지가 있는 곳으로 간다.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지방이 RE100 기반으로 기업을 끌어오는 구조를 만들면, 에너지 전환과 균형발전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자립도시 조성과 공급협력지구 지원을 담은 특별법 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전북이 준비하고 있는 피지컬AI·로봇 실증 기반 구축도 국회 예산 심사 단계에서 힘껏 뒷받침하겠다. 두 번째는 인구감소지역 지원의 제도화다. 국가전략거점 인구감소지역 지정 제도를 담은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 또 유급병가와 상병휴직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아프면 쉴 권리는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후반기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고 싶다."
- 앞으로의 목표는.
"남원·장수·임실·순창에서 나고 자란 아이가 그 지역에서 배우고, 일하고, 아프면 치료받고,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 첫걸음이 국립의전원의 남원 확정이고, 저는 이 일을 제 의정의 소명으로 여기고 있다. 2029년 개교, 2030년 신입생 입학, 2034년 첫 의사 배출까지 전 과정을 끝까지 챙기겠다. 지방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인구감소지역의 작은 성공 사례 하나는 대한민국 전체의 길이 될 수 있다. 그 사례를 저희 지역구에서 만들어 균형발전의 새로운 표준으로 세우는 것이 제 꿈이다."
*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
박희승 의원은 1963년 남원시 이백면 출생으로 전주고등학교와 한양대 법과대학을 졸업한 뒤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재명 대통령, 정성호 전 법무부 장관 등과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다. 박 의원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와 서울서부지법 수석부장판사,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장 등을 거치며 25년간 판사로 재직했다. 이후 2016년 더불어민주당 인재 영입을 통해 정계에 입문했으며, 2024년 제22대 총선에서 당선되며 국회에 입성했다.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소속돼 있으며, 민주당 원내부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