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바탕으로 한 시대극은 예정된 결말을 드러낸 채 출발할 수밖에 없다. 1970년대 격동의 한국 현대사 한복판에 있던 중앙정보부와 주변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운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1·2 역시 마찬가지다.
1979년 10월 이후 권력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모르는 시청자는 없다. 결국 이런 시대극의 성패는 단순히 '어떻게 끝나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이미 알려진 역사적 결과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주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지난 23일 5, 6화 공개와 더불어 종영한 <메이드 인 코리아2>는 분명한 장점과 함께 아쉬운 빈틈을 남겼다.
더 큰 권력을 향해 폭주하는 백기태(현빈 분)와 그를 쫓는 장건영(정우성 분), 형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으려는 백기현(우도환 분)의 충돌을 중심으로 펼쳐진 이야기는 분명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유지했다. 문제는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결말의 힘이 초·중반부에 비해 다소 약했다는 데 있다.
'애국'으로 포장된 욕심
<메이드 인 코리아2>가 흥미로운 이유 가운데 하나는 주요 인물들이 저마다 다른 이유를 내세우면서도 결국 권력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데 있었다. 백기태는 마약 밀매를 애국으로 포장했고, 장건영은 복수를 위해 증오하던 권력의 손을 잡았다. 정권을 노리는 보안사령관 황대식(허정도 분)은 물론, 가족을 지키겠다던 백기현마저 또 다른 권력의 질서 안으로 들어간다.
명분은 달라도 누구도 권력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이한 풍경이 이번 시즌에 시대극다운 무게를 더했다. 작품은 폭력이 지배하던 시대를 살아간 인물들의 선택을 통해, 애국이라는 말이 욕망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변질될 때 어떤 비극이 만들어지는지를 잘 보여준다.
최종 5·6회가 공개된 직후 부정적인 반응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공식 유튜브 채널의 댓글에는 실망감을 표하는 한편, 디즈니플러스의 인기작 <카지노>의 허망한 결말이 떠올랐다는 지적이 적지 않게 올라왔다.
기대와 달랐던 결말 구성
불만의 핵심은 결말 자체보다 사람들이 작품을 바라본 기대의 방향에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1·2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어디까지나 픽션이고, 시작부터 실제 현대사를 묘하게 비틀어 왔다. 그러다 보니 일부 시청자들이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처럼 속 시원한 대체 역사물을 기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심지어 백기태가 황대식을 제거하며 자신만의 애국을 완성하길 바라는 시청자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를 단숨에 꺾은 것은 형제를 향해 겨눈 총구였다. 백기현은 누나를 마약에 빠뜨린 형 대신 가족을 책임지겠다는 황대식을 선택한다. 명분은 있었으나 그 선택에 이르는 감정선과 서사가 충분히 축적되지 못했다.
기현의 결단과 변심을 뒷받침할 개연성이 부족하다 보니 시청자를 설득하지 못했고, 그가 당긴 마지막 방아쇠는 비극이 아닌 무리수로 읽힐 수밖에 없었다. 이 밖에 쉽게 예상되는 표학수(노재원 분)의 배신, 오예진(서은수 분)과 이케다 유지(원지안 분) 등 일부 조연 캐릭터의 모호한 활용 역시 완성도를 떨어뜨린 요인으로 지적된다.
마지막 흑백 화면이 남긴 잔상
시즌1 당시 시청자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린 정우성과 그가 연기한 장건영 역시 확실한 한 방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의로운 검사에서 권력의 논리에 물들어 가는 인물로 변질되는 과정이 충분한 설득력을 얻지 못한 데다, 일부 장면에서는 여전히 불분명한 발음이 몰입을 방해했다.
여러 아쉬움 속에서도 최종 6회의 마지막 장면만큼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작품은 백기태의 죽음을 직접 연출하는 대신 1회의 과거 장면을 흑백 화면으로 재소환한다. 대통령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집무실 의자에 앉아 담배를 물어보는 백기태의 모습은, 그가 외친 애국이 결국 권력을 향한 욕망이었음을 다시금 일깨운다.
총 2개의 시즌 12개 에피스드를 통해 <메이드 인 코리아> 시리즈가 보여준 것은 결국 권력을 차지한 사람의 성공담이 아니었다. 욕망에 눈이 먼 인간들이 그 과정에서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를 보여준 시대 풍자 비극에 가까웠다. 애국을 말하던 사람도, 정의를 외치던 사람도, 가족을 지키려던 사람도 권력 앞에서는 결국 선택을 해야 했고, 그 선택의 대가는 누군가의 죽음과 새로운 굴레로 돌아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메이드인코리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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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탈자 신고 네이버 채널구독 다음 채널구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글 김상화 (steelydan) 내방-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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