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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확정에도 반환 안돼... 허술한 선관위 정치자금 관리"

요약
  • 국회의원이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정치자금으로 썼던 변호사비를 선관위에 반환해야 하지만, 선관위의 관리 소홀로 실제 반환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탐사보도 매체 뉴스타파의 10년 치 전수조사 결과, 일부 전직 의원들의 변호사비 반환이 누락되었으며 선관위조차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 '의원님의 변호사비'의 한 장면.
▲<뉴스타파> '의원님의 변호사비'의 한 장면. 뉴스타파

탐사 전문 매체인 <뉴스타파>가 지난 8월 25일부터 '의원님의 변호사비' 연속 보도를 선보였다.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재판에서 패소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정치자금으로 지출했던 변호사비를 선관위에 반환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매체의 취재 결과, 이러한 반환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방송은 황보승희, 정진석, 유승희, 최강욱 전 의원 사례를 집중 조명했다.

'의원님의 변호사비' 연속 보도는 과연 어떻게 시작되고 진행되었는지 그 뒷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지난 17일, 서울 충무로역 인근 뉴스타파 함께센터에서 해당 리포트를 취재한 강혜인, 김규희 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두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국회의원이 정치자금에서 변호사비 쓰는 것에 대한 오남용 혹은 사유화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됐나요?

강혜인(아래 강) : "작년에 보도했던 의혹들로 김병기 의원이 경찰 수사를 받게 됐잖아요. 그런데 그 수사에 필요한 변호사비를 정치자금에서 쓴 걸 알게 된 거예요. 이렇게 써도 되는지 의문이 들어서 정치자금을 관리하는 선관위에 유권 해석을 문의했더니, 써도 된다는 답이 왔어요. 그래서 이게 무제한으로 다 써도 되는 거냐고 다시 물었더니, 나중에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불법 행위를 변호하는 데 쓰인 돈이니 반환받는 절차가 있다고 설명하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선관위가 이런 식으로 정치자금 오남용을 관리한다는 걸 알게 됐는데, 동시에 의문이 들었어요. 유죄가 확정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정말 선관위 설명처럼 정치자금 반환이 잘 이루어지고 있을까 하는 거였죠. 그래서 김병기 의원 보도 이후, 다른 의원들은 변호사비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 선관위의 관리가 실제로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서 10년 치를 전수조사했습니다."

- 왜 변호사비를 정치자금으로 쓰나요?

강 : "국회의원들이 1년간 모금하는 정치자금은 정치 활동을 위해 쓰면 되는 거거든요. 국회의원들이 억울하게 수사를 받는 경우도 있고 여러 사안에서 변호사 비용이 필요할 때가 있잖아요. 저희는 주로 수사 관련해서 얘기하지만, 예를 들어 입법 활동을 할 때 법률 자문이 필요한 경우에도 쓸 수 있어요."

- 개인적인 재판도 정치자금으로 쓰는 사례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 :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완전히 개인적인 사건에서는 유죄든 무죄든 정치자금에서 변호사비를 쓰면 안 돼요. 예를 들어 제가 국회의원이고 김규희 기자가 제 딸인데, 딸이 음주운전을 했다고 해볼게요. 이건 제 정치 활동이나 의정 활동과 아무 관련이 없으니 절대 쓰면 안 되는 거죠.
저희 보도에서 계속 다루는 건 이런 완전한 개인 사건이 아니라, 큰 범주에서 '정치 활동'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사안들이에요.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정치 활동으로 볼 수 있는 범위가 굉장히 넓거든요. 명확하게 개인적인 사안을 제외하면, 많은 일들을 '내 정치 활동과 관련 있다'고 설명할 여지가 있는 거예요.

저희가 보기엔 김병기 의원 사건이 배우자나 아들이 연관된 사건이긴 하지만, 김병기 의원 입장에서는 '내가 정치 활동을 하다가 억울하게 언론의 무분별한 의혹 제기로 수사를 받게 됐다'고 주장할 수 있는 거고, 선관위는 그런 부분을 폭넓게 정치 활동으로 인정하고 있거든요."

"선관위조차 반환 사례 모르고 있었던 경우 있어"

 강혜인(우), 김규희(죄) 뉴스타파 기자
▲강혜인(우), 김규희(죄) 뉴스타파 기자강혜인 제공

-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강 : "맞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국회의원도 그렇지만, 정치 사건 관련 대법원 판례를 보면 한국에서 정치 활동은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활동'으로 정의되고 있어요. 그런데 권력 쟁취를 위한 활동이라고 하면 정말 그 안에 너무 많은 일들이 들어갈 수 있는 거예요.

(방송에 나온) 황보승희 의원 사건도 내연남에게 정치자금을 불법으로 받았다는 혐의인데, 이 역시 처음엔 정치 활동의 일환으로 봐서 변호사비 집행이 가능했던 거예요. 딸이나 아들 관련 사건이 아니라 본인이 정치자금을 불법으로 받았다는 혐의에 대한 수사였으니까요. 처음 집행할 때는 아마 선관위에 회계 보고를 하며 물어봤을 거고, 선관위도 써도 된다고 답했을 거예요. 그런데 몇 년이 지나 유죄가 확정됐거든요. 그러면 선관위 설명대로라면 그 시점에 반환받았어야 하는데, 저희가 취재했을 땐 반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어요."

- 반환은 선관위의 의지도 적지 않게 영향을 끼칠 것 같은데요.

김규희 기자(아래 김) : "예를 들어 어떤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반환했냐고 물으면 선관위조차 반환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던 경우도 있었고, 저희가 취재하는 과정에서 선관위가 그걸 알게 돼 의원에게 연락해 반환 절차를 밟은 사례도 있었어요. 심지어 저희가 알려드렸는데도 두 달 동안 방치한 사례도 있었고요. 왜 가만히 계시냐고 물었더니, 선거가 끝나고 일이 몰렸다거나, 유죄 확정 여부를 알려면 판결문을 받아봐야 하는데 그걸 받지 못했다는 식이었어요."

- 황보승희 전 의원 같은 경우 대법원판결이 뉴스에 나온 것 같거든요. 그럼 뉴스 보고 대법원에 판결문 요청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강 : "그렇죠.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일인데 저희가 취재하기 전까지는 안 하고 있었다는 게 저희 첫 보도 내용이었어요. 아마 선관위 입장에서는 황보승희 의원이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을 때 이미 전직 의원 신분이었으니, 더 이상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게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그건 사실 잘못된 거예요. 정치자금 중 유죄가 확정된 부분이 있으면 반환받는다는 게 선관위 스스로 세운 방침이니까, 신분과 상관없이 관리를 했어야 하는데 전혀 관리가 안 되고 있었던 거죠."

- 대법원 확정판결로 의원직 상실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럼, 전직 의원 되는 건데 반환을 안 받는다고요?

강 : "현직일 때는 뉴스도 훨씬 많이 나오고 의원직 상실형이 (언론 보도로) 뜰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선관위가 챙겨보는 것 같았어요. 문제는 저희가 보도한 많은 사례가 그런 경우가 아니라는 거예요. 가장 깔끔한 경우를 (가상의) 예로 들어볼게요, 2026년 3월에 변호사비로 정치자금을 썼는데 그해 6월쯤 1·2·3심이 다 끝나고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됐다고 해볼게요. 그러면 선관위가 이듬해 그 전년도 회계를 검토하면서 잘못 집행된 게 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죠. 그런데 현실에서는 변호사비 집행과 1·2·3심 확정이 같은 회계연도 안에 다 끝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저희가 보도한 사례들 대부분은 여러 해에 걸쳐 재판이 진행됐고, 정작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을 때는 황보승희 의원이나 최강욱 의원처럼 이미 의원직을 상실했거나 현직 신분이 아닌 경우였어요."

"제도적 변화와 언론 감시 필요"

- 국회의원이 소송을 제기했을 경우엔 패소해도 정치 자금을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던데 왜 그런가요?

강 : "저도 취재하면서 특이한 제도라고 생각했어요. 유죄가 나오면 반환받는다는 것도 행정적으로 꽤 특이한 방식인데, 국회의원이 원고로서 제기하는 소송은 승패를 아예 따지지 않아요. 정치 활동에는 돈을 쓸 수 있게 돼 있는데, 앞서 말씀드렸듯 정치 활동이라는 범주가 굉장히 넓거든요. 그런데 국회의원이 누군가를 고소하거나 고발하는 건, 선관위나 법원 입장에서 일종의 '권력 투쟁을 위한 활동'으로 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국회의원 본인이 제기한 고소·고발 사건은 승패와 무관하게 정치자금을 지출할 수 있다고 보는 거죠."

- 구체적인 기준이 있나요?

강 : "그게 기준인 거예요. '국회의원이 본인이 제기하는 소송은 승패와 관계없이 비용을 지출할 수 있다'는 거죠. 물론 앞서 예로 든 것처럼 딸이 누군가를 고소하고 싶다는 건 정치자금으로 쓸 수 없는 게 당연하고요. 그런 명백한 개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저희가 보도한 부정선거 의혹 제기 소송이나 특정 언론의 명예훼손 기사에 대한 소송 같은 사례들은 포괄적인 정치 활동에 포함되기 때문에 다 정치자금으로 써도 된다는 겁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나요?

강 : "저는 선관위가 너무 허술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처음 가졌던 가설이 '관리가 잘 안 될 것 같다'였는데, 실제로 그렇다는 걸 확인하면서 개인적으로 신기하기도 했고요. 헌법기관인데 이렇게까지 허술하게 관리하나 싶은 생각이 제일 컸어요. 사실 선관위는 아예 모르고 있었는데, 저희가 취재하면서 '이거 반환됐어요?' 하고 물어보며 발견한 사례들을 오히려 저희가 선관위에 알려주는 방식이었거든요. 취재 과정에서 선관위는 현직 의원이 아니라서, 판결문을 못 받아서 등 여러 실무적 어려움을 토로했는데, 이해가 전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힘들어할까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김 : "전문가 인터뷰에서 나온 지적 중에,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를 받지 않는 기관이라 이런 허술한 관리가 더 심해지는 것 같다는 말도 있었어요. 그런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고, 언론도 이런 걸 감시하는 역할을 계속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강혜인 김규희 정치자금법 선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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