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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할이면 충분하다"... 31년 차 '예능 PD'가 말하는 인생의 '방향성'

요약
  • 31년 차 베테랑 예능 PD인 이황선 KBS 예능센터장이 인터뷰를 통해 '좋은 예능'의 기준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의 중요성을 전했다.
  • 그는 PD의 삶을 야구의 '3할 타율'에 비유하며, 인생의 단기적인 목표보다 올바른 '방향성'과 회복탄력성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건넸다.
 지난 9월 2일 KBS 신관 내 카페에서 만난 이황선 예능센터장.
▲지난 9월 2일 KBS 신관 내 카페에서 만난 이황선 예능센터장.김한슬

"PD가 편하죠. 센터장이라는 직급은 잠시 하는 거고, 근본적으로 제가 평생 해왔던 직업은 PD니까요."

지난해 11월 KBS 예능센터장으로 부임한 지 약 10개월이 지났지만, 31년간 예능 현장을 지켜온 이황선 센터장에게는 여전히 'PD 이황선'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1995년 KBS 공채 예능 PD로 입사한 그는 '가족오락관' 조연출로 방송 생활을 시작해 '뮤직뱅크', '해피선데이', '개그콘서트' 등 KBS를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거쳐왔다.

31년 동안 '예능 PD'로 살아온 그에게 '좋은 예능'의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거치며 어떤 PD가 되어갔을까. 그리고 오랜 기간 PD의 길을 걸어온 그가, 이제 막 자신의 길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건네고 싶을까.

지난 9월 2일 KBS 신관 내 카페에서 이황선 센터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보고 나서 기분이 좋아야 '좋은 예능'

- 여러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생긴 제작 원칙이 있다면?

"하나만 꼽기엔 너무 많지만, 중요한 건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안 좋아하는 건 만들 의미가 없으니까요. 트렌드를 쫓기보단 만들어가는 방향을 더 추구하고요."

- 그렇다면 센터장님이 생각하는 '좋은 예능'은 무엇인가요?

"보고 나서 기분이 좋아야죠. 시청률이 잘 나와도 시청자가 보고 나서 기분이 별로 안 좋거나, '아이구, 괜히 시간만 낭비했네'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으니까요. 보고 나서 마음이 잔잔하게 뿌듯한 느낌, 보고 나서 기분이 좋은 게 '좋은 예능'이라고 생각해요."

자극적인 소재의 예능이 시청률은 잘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 센터장은 '1박 2일'처럼 보고 난 뒤 '저기 한 번 가보고 싶다'는 기분 좋은 느낌을 남기는 예능을 추구한다고 했다. 온 가족이 함께 봐도 민망하지 않고, 시청 뒤에 좋은 감정을 남기는 프로그램이 그가 말하는 '좋은 예능'인 것이다.

내 전공은 '일요일 버라이어티'

  2007년 KBS2 '해피선데이-여걸식스' 촬영 당시 제작진과 출연진. 왼쪽 가운데 검정 민소매 차림이 당시 이황선 PD다.
▲ 2007년 KBS2 '해피선데이-여걸식스' 촬영 당시 제작진과 출연진. 왼쪽 가운데 검정 민소매 차림이 당시 이황선 PD다.이황선 제공

중학생 무렵부터 방송과 신문 분야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기자와 PD 사이에서 고민하다, 대학 시절 예능적인 부분에 더 관심이 간다는 생각에 예능 PD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그가 1995년 KBS에 입사한 뒤 처음 맡은 프로그램은 '가족오락관'이었다. 당시 막내 조연출이었던 그는 현장을 직접 경험하면서, 방송 제작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세분화돼 있다는 사실을 처음 체감했다.

"카메라맨은 화면을 찍고, 세트 디자이너는 세트장을 만들잖아요. 그걸 지휘하고 조정하는 게 PD의 일이라는 걸 느꼈어요."

조연출 생활은 약 7년간 이어졌다. 이후 그는 재연 프로그램 '러브스토리'를 맡으며 처음으로 연출자가 됐다. 방송계에서 말하는 '입봉'이었다. 조연출과 연출은 생각부터 행동, 책임감까지 모두 달랐고, 그는 이 시기를 연출자로서의 전환점으로 꼽았다.

첫 연출 이후 그는 '뮤직뱅크', '해피선데이', '개그콘서트' 등 다양한 장르를 거쳤지만, 가장 자신 있는 분야를 묻자 답은 분명했다. 이 센터장은 이를 대학의 '전공'에 빗대었다.

"대학교 때 전공 과가 있잖아요. 그거예요. 일요일 버라이어티. 제가 제일 오래 했고, 제일 잘하는 전공입니다."

그가 '전공'으로 꼽은 일요일 버라이어티에는 오랫동안 몸담은 '해피선데이'가 있었다.

PD도 3할이면 훌륭하다

31년간 수많은 예능을 거쳤고,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은 프로그램도 만들어냈다. 하지만 모든 프로그램이 기대만큼의 결과를 낸 것은 아니었다. 그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실패는 무수히 많았다"고 회상했다.

- 기대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셨나요?

"저희 업은 100% 성공하는 사람은 없어요. 영화감독들도 모든 영화가 흥행하지 않고, 가수들이 낸 모든 노래가 히트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저는 늘 야구에 빗대 '3할 타율이면 훌륭한 타자다'라고 생각했어요. 'PD 일도 3할 타율이면 훌륭한 PD'라고 생각하면서요. 어떤 게 실패하더라도 '실패할 수도 있지, 일단 3할 타율만 넘겨보자'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곤 했죠."

- 어쩌면 우리 인생에도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회복탄력성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특히 취준생에겐요. 떨어져도 또 하고, 떨어져도 또 하고."

실패를 대하는 태도는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와도 맞닿아 있었다.

인생의 '골'보다 중요한 건 '방향성'

 '2025 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 in JAPAN' 공연 현장을 찾은 이황선 센터장.
▲'2025 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 in JAPAN' 공연 현장을 찾은 이황선 센터장.이황선 제공

-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인생은 길어요. '장기 레이스'라고 생각해야 해요. 지금 당장 잘 나간다고 너무 들떠 있을 필요도 없고, 지금 못 나간다고 인생을 놔버려도 안 돼요. 잘될 때는 조금 더 겸손하고, 안 될 때는 회복탄력성을 가지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는 게 중요하죠."

'인생은 새옹지마'라 했던가. 이 센터장은 잘될 때와 잘 풀리지 않을 때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봤다. 인생은 처음 그린 대로만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강조한 건 하나의 '골(Goal)'에 정확히 도달하는 것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방향성'이었다.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직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저는 인생의 목표라는 건 없다고 생각하고, '방향성'은 있다고 생각해요. '나는 어떠어떠한 사람이 되는 쪽으로 가겠다'는 방향성은 있을 수 있는 거죠."

방향을 정했다고 해서 처음 그렸던 골에 그대로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그 역시 자신의 31년을 하나의 목표만을 향해 곧게 걸어온 삶으로 보지는 않았다.

"저도 골을 설정해 놓고 그걸 향해 쭉 갔다기보다는, 이렇게 저렇게 빗겨가면서 지금의 인생이 된 거죠."

- 그럼 그 골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게 실패는 아닌 거네요.

"그럼요. 목표를 향해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게 합쳐져 내 인생이 되는 거고요. 모두가 목표에서 조금씩 옆으로 가잖아요. 그게 내 인생이 되는 거죠. 그 얘기를 젊은이들한테 해주고 싶어요." KBS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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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기자 김한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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