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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규가 육본으로 간 진짜 이유, 드라마와 달랐다

요약
  •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는 10·26 사태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행보와 관련해 허구적 설정을 가미했다.
  • 실제 역사에서 김재규는 군을 장악할 목적으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유인해 육군본부로 향했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 스틸 이미지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 스틸 이미지디즈니플러스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는 1979년 10·26 사태 직후의 상황을 다룬다. 9일 출시된 제1회에 묘사된 대통령 살해 사건은 중앙정보부 차장인 주인공 백기태(현빈 분)를 위기로 몰아넣는다.

백기태는 거사에 가담하지 않았다. 그 시각의 그는 한국인 야쿠자의 일본 갱단 장악을 돕고 나서 귀국한 직후였다. 그렇더라도 중앙정보부장 조남식(정해균 분)이 거사를 일으켰기 때문에 차장인 그 역시 위태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0·26의 폭풍은 백기태를 살짝 비켜갔다. 국군보안사령부에서 조사를 받은 직후에 그는 중정 부장직무대리로 승진한다. 그가 영전한 것은 거사에 가담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거사 직후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던 부장이 육군참모총장과 함께 차를 타고 궁정동 안가를 떠나는 장면을 보여주는 제2회 초반부가 그 이유를 알려준다.

"때론 단 한순간의 선택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다"라는 백기태의 내래이션이 나온 직후에 묘사되는 이 장면에서 그는 "부장님! 부장님!" 하면서 차를 세운다. 양복 차림으로 빗물을 맞으며 달려간 그는 뒷좌석 창문이 열리자 "지금 어디로 가십니까?"라고 묻는다.

"나? 중정으로 가야지"라고 부장이 직각적으로 답하자, 그는 "지금 중정으로 가서 뭐하시게요?"라고 묻는다. 정신이 여전히 어수선한 부장이 머뭇거리며 대답을 하지 못하자, 그는 "부장님, 육본으로 가셔야 합니다"라며 "우선, 군부터 장악하셔야 합니다"라고 강조한다.

그렇게 해서 상관을 사지로 보낸 그는 육군본부로 보이는 곳에 전화를 걸어 "나 중정 백기태 차장인데, 조남식 부장이 각하를 시해하고 지금 육본으로 갔어"라며 "도착 즉시 조 부장 체포해"라고 알려준다. 대통령 피살 현장에서 이 전화를 건 것이 부장직무대리 승진의 계기였다.

전두환이 두 사람을 풀어준 까닭

실제로도 10·26 직후에 중앙정보부의 두 차장은 무사했다. 해외 파트를 담당한 제1차장 윤일균과 국내 파트를 맡은 제2차장 전재덕(독립운동가 출신)이 그들이다.

두 차장은 10·26 직후에 보안사로 연행됐다. 1980년 4월 14일부터 중앙정보부장서리를 겸직한 전두환이 5월 6일 중정 부서장회의를 주재했을 때 그 일이 거론됐다. 국가안전기획부로 바뀐 중정이 전두환이 부장서리를 하는 동안의 상황을 기록한 <양지일지>에 따르면, 그날 훈시 형식의 발언을 하게 된 전두환은 "두 사람을 연행해서 우리 옆 방까지 데려다놓았다"라고 그 일을 회고했다.

그러나 전두환은 두 사람을 곧장 풀어줬다. "내가 그때 순간적으로 판단해서 도로 복귀시킨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차장이 둘인데, 어느 차장은 잡아다 조사를 하고 어느 차장은 조사를 안 할 수도 없고, 차장 둘을 한꺼번에 잡아다가 조사를 하면 정보부를 누가 지휘합니까?"라며 "완전히 기능이 마비되어 버리는 것입니다"라고 전두환은 그 일을 설명했다. 여러분들의 조직을 살리기 위해서 내가 그렇게 했노라고 일종의 '공치사'를 했던 것이다.

두 차장은 그 공치사를 들을 기회가 없었다. 전두환이 부장서리가 된 뒤인 1980년 4월 29일에 그들은 면직됐다. 전두환이 중정을 접수하기 전까지 이 조직을 계속 지킬 간부들이 필요해서 두 사람이 살아남았던 것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백기태가 부장 체포에 협조해서 차장직을 유지하고 부장직무대리가 됐다고 스토리를 전개했지만, 전두환의 설명에 따르면 비상시국에 중정 조직을 유지할 목적으로 그렇게 했다는 것이었다.

그해 8월 11일자 <매일경제> 7면에서 확인되듯이, 중정을 나간 윤일균 차장은 국제공항관리공단 이사장이 됐다. 조직에서 밀려나간 것을 제외하면 그는 별다른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한국광복군 출신인 전재덕 차장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독립운동인명사전> 전재덕 편은 그가 노태우 집권기인 1990년에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고 알려준다. 2016년 5월 10일 자 언론보도에 실린 전재덕 부고에 따르면, 그의 아들은 대학 경제학 교수가 됐다. 본인의 명예를 유지하고 자녀를 교수로 키울 정도의 생활을 이어나갔던 것이다.

김재규 부장은 의전과장 박선호, 부장비서관 박흥주 대령, 안가 경비요원 김태원·이기주, 안가 운전기사 유성옥 등과 함께 일을 벌였다. 부장의 명령을 즉각 따를 인물들을 현장에서 동원하는 이 같은 방식으로 인해 두 차장은 화를 면할 수 있었다.

1979년 11월 17일, 김재규는 군 검찰에서 피의자 신문을 받을 때 '4월경부터 대통령 시해를 생각했다'라면서 "이조시대 이래 2인 이상이 역모를 해서 성공한 사례를 볼 수 없었기 때문에 혼자서 골똘히 구상"했다고 진술했다. 거사 당일에야 최측근들에게 계획을 알린 것은 그런 생각 때문이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연산군을 몰아낸 중종반정의 주역은 박원종·성희안·유순정 3인이다. 2인 이상이 역모해서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김재규의 진술은 '역모가 성공하려면 내부 보안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중정 대신 육본을 선택한 김재규

<메이드 인 코리아>는 중정으로 가고자 했던 부장이 엉뚱하게도 육본으로 방향을 튼 것이 백기태 때문이었다고 스토리를 전개한다. 이 역시 당연히 사실이 아니다.

'김 부장'이 거사를 벌이던 시각에, 내막을 전혀 모르는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이 안가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김재규는 거사 뒤에 군을 장악할 목적으로 참모총장을 거기로 유인했다. 그런 뒤 거사 직후에 정승화를 차에 태워 안가 밖으로 함께 나갔다.

그 차가 지금의 광화문 안쪽인 중앙청 옆을 지나 3·1고가도로(청계고가도로)에 들어섰을 때였다. <12·12 사건 정승화는 말한다>에 따르면, 청계천을 지나는 그 고가도로 위에서 정승화는 "어디로 갑니까?"라고 물었다. 김재규는 "정보부로 갑니다"라고 답했다. 남산 쪽으로 간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정승화는 이렇게 강권했다.

"정보부로 가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예요? 육본으로 갑시다. 내가 계엄을 선포하고 군을 지휘해야 될 게 아닙니까."

남산이 아닌 용산으로 가자는 것은 <메이드 인 코리아>의 스토리와 달리 정승화 총장의 제안이었다. 이때 박흥주 대령이 "총장님 말씀대로 그렇게 하시죠"라고 거드는 바람에 김재규가 방향을 틀게 됐다는 것이 정승화 회고록의 설명이다.

김재규가 자신의 아성인 중정을 버리고 육본으로 간 것은 10·26사태의 물줄기를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이는 그가 육군 헌병들에게 체포되고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수중에 들어가는 계기가 됐다. 이로 인해 10·26의 승자는 김재규가 아닌 전두환으로 바뀌었다.

김재규가 중정으로 갔더라도 정부군의 공격을 받거나 체포됐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중정에 갔다면, 전두환이 그날 밤중에 김재규의 신병을 확보하고 상황을 틀어쥐게 될 가능성은 낮았다. 전두환은 김재규 체포 직후의 어수선한 상황을 이용해 정승화 총장으로부터 합동수사본부 설치를 승인받고 김재규 수사를 주도하게 됐다. 김재규가 남산에 본거지를 차렸거나 그곳에서 정부군과 대치했다면, 야전사령관이 아닌 전두환이 그런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았다.

김재규를 육본으로 데려갔기 때문에 정승화는 그 뒤 계엄사령관 자격으로 한동안 형식상의 최고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합수본부장 지위를 매개로 실질적 최고권력을 장악한 전두환을 통제하지 못해 12월 12일 저녁에 전두환 부하들에게 연행되고 말았다. 메이드인코리아 김재규 전두환 박정희 중앙정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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