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범 1주년을 맞은 지식재산처가 반도체 등 국가 핵심기술을 둘러싼 특허 분쟁에 대한 사전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국내 기업이 특허 분쟁에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유 특허를 적극 활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도 확대한다. 특허청에서 지식재산처로 승격된 지 2년 차에 접어든 만큼 지식재산권(IP)의 사업화와 수익화에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김용선(사진) 지식재산처장은 27일 서울사무소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출범 첫해에는 국민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기업과 국가의 실질적인 성장 자산으로 전환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며 “2년 차부터는 이를 바탕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본격적으로 창출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식재산처는 지난해 10월 특허청에서 승격해 출범했으며, 김 처장은 같은 해 11월 초대 지식재산처장에 취임했다.
취임 후 약 1년간 김 처장은 반도체 등 국가 핵심기술을 보호하는 데 주력해왔다.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면서 특허 수익화 전문기업(NPE)의 공격도 늘어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 들어 NPE 소송에 맞선 국내 기업들이 주로 방어수단으로 활용해온 특허무효심판(IPR) 개시가 잇따라 기각되는 점도 한국으로선 부담이었다.이에 김 처장은 올해 6월 존 스콰이어스 미국 상무부 차관 겸 특허상표청장에게 이 같은 우려를 직접 전달하며 NPE의 무분별한 소송을 제한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그는 “한 달 뒤 스콰이어스 청장으로부터 미국 정부의 입장이 담긴 서신을 받았다”며 “최근 미국에서도 IPR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을 현재 특허상표청장에서 이전처럼 특허심판원(PTAB)으로 이관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PTAB가 IPR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되면 현재처럼 IPR 신청이 대거 기각되지 않을 거라는 이유에서다. 지재처의 문제 제기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미국 역시 한국의 우려를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재처는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NPE의 특허 매입 동향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도 올해 11월 구축한다. 기존에는 국내 기업들이 지재처로부터 한 달에 한 번 NPE 관련 모니터링 정보를 받았지만 앞으로는 NPE가 어떤 특허를 사들이고 국내 어느 기업에 영향을 미칠지 실시간으로 분석받을 수 있다. 김 처장은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전문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NPE 소송에 대응하기 어려웠다”며 “앞으로는 NPE가 매집한 특허 중 해당 기업의 제품과 관련된 특허를 사전에 알려주고, 전문가 지원 컨설팅까지 연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처장은 국내 기업들도 해외 NPE의 특허 공세에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외 기업으로부터 사용료를 받는 등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IP 사용료 시장이 1조 2000억 달러로 또 다른 ‘반도체 시장’이 있는 셈이지만, 이 중 한국 점유율은 2%도 채 안 된다”며 “다윗과 골리앗과 같이 한국이 미국·유럽 시장에서 가성비로 무장한 중국을 견제하려면 ‘해외 특허’라는 돌멩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재처가 한국형 NPE인 IP 수익화 전문 기업을 육성하고 4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국가 핵심기술 보호와 함께 김 처장이 주목하는 분야는 AI다. AI로 특허 출원 문턱이 낮아지면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 특허 출원은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는데 이 중 개인 출원은 130% 급증했다. 개인 출원 10건 중 6건은 변리사 없이 이뤄졌다. 그는 “AI 활용 확산에 따른 출원 증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심사 처리 기간이 길어지는 등 행정 부담과 특허성 판단 기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앞으로 제조 AX(AI 전환) 현장에서는 회사와 공장, IT 개발업체, 암묵지를 보유한 직원 등 이해관계자가 다양해 IP 소유권을 정하는 것도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6월 IP5 지식재산 수장회의에서 AI 관련 특허 기준 등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지재처는 해외에서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위조상품을 막기 위해 10월 중 ‘K브랜드 인증제도’를 본격 시행한다. 올해 61명으로 늘어난 기술경찰을 바탕으로 국내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을 차단하는 데도 주력한다. 김 처장은 “IP 제도는 인간 창의성을 지키는 제도적 보루”라며 “창의적 아이디어가 무형자산이 돼 경제 혁신, 사회 발전의 자산이 되는 시대인 만큼 지식재산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김태호 기자 te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