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터센터 유치 환영합니다!" "전기 먹는 하마, 우리 동네는 안 됩니다!
최근 국내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투자와 고용이 늘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유치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는데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주민들 사이에 데이터센터 유치 반대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엄청난 전기를 갉아먹는 것은 물론이고, 서버를 식히느라 수천 톤의 물을 써대며 소음과 열기까지 내뿜어 피해가 예상된다는게 반대 이유입니다.

그런가 하면,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 여부가 11월 중간선거 승패를 가르는 '핵심 표심 난제'로까지 부상했을 정도입니다. 미국 공화당 지역 정치인들마저 표를 의식해 기존 데이터센터 유치 찬성에서 반대로 입장을 바꾸며 주민 여론을 의식할 정도인데요.
그런데 이런 꽉 막힌 상황에서, 언제나처럼 엉뚱하고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던진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일론 머스크입니다.

"지상에 지을 자리가 없다고? 그럼 우주에 지으면 되잖아!"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 기자의 머릿속엔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아니, 아무리 머스크라지만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짓는다고? 영화 속 SF 이야기 아닌가? 과연 이게 진짜 가능한 일일까?'
기자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지난 9월 17일, 서울 강남에서 열린 <우주에서의 AI 활용> 세미나 현장으로 직접 달려갔습니다. 과연 전문가들이 말하는 '우주 데이터센터'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 우주에 짓는 데이터센터, 도대체 뭐가 좋을까?
지구에서는 땅값, 전기료, 물값, 거기에 주민들의 거센 반대까지… 넘어야 할 산이 태산입니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데이터센터가 물을 소모하고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이유로 주민 반대와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전력 부족 문제까지 더해져 데이터센터 확장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세미나에서도 전문가는 이런 민원이 모든 사업을 추진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며 전체 사업을 엎을 수 있는 복병이기 때문에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책 입안자들이나 과학자들은 기술적인 한계보다 입지 선정 과정에서 '우리 동네에는 안된다' 이런 주민 반대를 더 걱정합니다. 주민 민원 이슈가 생기면 사업이 지연되고 그로 인한 경제적, 정책적 유무형의 피해도 점점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민과 충돌해 이를 해결해야 하는 민원 스트레스가 없었으면 좋겠다' 라는 게 우선순위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주로 올라가면 이 문제들이 정말 말끔히 해결될까요?
정답은 '그렇다'입니다. 지구 밖 궤도 위로 올라가는 순간, 지구를 괴롭히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일이 벌어집니다. 우주에는 땅값을 낼 필요도 없고, 소음이나 수자원 오염을 이유로 항의할 지역 주민도 없습니다. 입지 갈등에서 100% 자유로워지는 셈입니다.
게다가 우주에서는 24시간 공짜 햇빛으로 무제한 전기 생산이 가능합니다. 지구에서는 밤이 찾아오고 먹구름이 끼면 태양광 발전이 정지됩니다. 하지만 우주에서는 지구 그림자에 가려지지 않고 태양을 계속 바라보는 특수한 '여명 황혼 궤도'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에 데이터센터를 놓으면 365일 24시간 내내 쉬지 않고 강렬한 햇빛을 받아 무제한으로 공짜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이점은 우주에서 생긴 데이터는 우주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요즘 수많은 위성이 우주에서 지구를 촬영하고 탐사 데이터를 모읍니다. 그런데 이 거대한 데이터를 매번 지구로 내려보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통신망도 과부하가 걸립니다. 우주에 데이터센터가 있으면, 위성끼리 레이저로 대화하며 우주 공간에서 즉시 데이터를 분석하고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듣다 보니 정말 우주야말로 인공지능 시대에 데이터센터의 최적 장소처럼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 그런데 잠깐, 영하 100도의 우주에서 '열'이 안 빠진다고요?
그러나 세미나를 듣던 중, 기자의 눈과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반전이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우주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아마 대부분 '칠흑같이 어둡고 엄청나게 추운 공간'을 떠올리실 겁니다. 실제 우주의 기온은 영하 200도 가까이 내려갑니다.
그렇다면 뜨거운 열을 내뿜는 컴퓨터 서버를 얼어붙은 우주에 가져가면 저절로 싹 식지 않을까요?
놀랍게도 현장 전문가의 대답은 "천만의 말씀"이었습니다. 오히려 '열을 식히는 냉각 문제'가 우주 데이터센터의 가장 무서운 암초라는 겁니다. 대체 왜일까요?
우리가 뜨거운 국을 식힐 때를 생각해 봅시다. 입으로 '후~' 불어서 바람(공기)을 통하게 하거나, 차가운 얼음물에 그릇을 담급니다. 과학적으로 이를 '대류'와 '전도'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우주는 공기도, 물도 전혀 없는 완전한 '진공' 상태입니다.
바람이 불지 않으니, 선풍기나 팬을 돌려도 소용이 없고, 차가운 물을 들이부을 수도 없습니다. 진공 상태에서는 열을 밖으로 뿜어낼 방법이 오직 전자기파 형태로 열을 서서히 내보내는 '복사(Radiation)' 하나밖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우주 공간은 너무 꽁꽁 막혀있는 거대한 '보온병' 내부와 같아서, 서버가 내뿜는 열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안에 그대로 갇혀버리는 것입니다.

■ 테니스장 4개 크기의 '냉각판'을 짊어지고 우주로?
그래서 이 열을 빼내기 위해 과학자들이 선택한 방법은 거대한 '방열판(라디에이터)'을 펼치는 것입니다. 부채질을 못 하니, 열이 나갈 수 있는 껍데기 면적을 무제한으로 넓히는 전략입니다.
"바람이나 공기도 없는데 거대한 판을 편다고 정말 열이 나갈까?" 하는 의문이 드실 겁니다.
대류나 전도는 불가능하지만, 뜨거워진 물체는 공기가 없어도 '적외선(전자기파)'이라는 빛의 형태로 열 에너지를 밖으로 뿜어냅니다. 방열판은 이 적외선을 뿜어낼 수 있는 '열의 표면적'을 넓혀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진짜 황당하고 거대한 기술적 난관이 발생합니다.
초고성능 AI 장비 1MW(메가와트)에서 나오는 열을 식히려면, 무려 테니스 코트 4면을 합친 크기(약 1,200m²)에 달하는 대형 방열판이 필요합니다.
이 방열판을 무게로 환산해 보면 더 기가 막힙니다. 컴퓨터 서버 체급(컴퓨팅 랙)은 약 10톤, 이걸 식히기 위한 방열판 무게는 약 100톤에 달합니다. 배보다 배꼽이 10배나 더 큰 상황이 벌어지는 겁니다.
컴퓨터 하나를 올려보내서 가동하려고 보니, 식히는 장비 무게만 10배가 넘어서 로켓에 실어야 하는 전체 무게가 폭증해 버립니다.
우주로 물건을 쏘아 올릴 때는 '1g당 얼마' 식으로 엄청난 발사 비용이 듭니다. 결국 AI 연산을 단 한 번 시작하기도 전에, 오로지 "서버를 식히기 위한 냉각 장비 몫"으로만 10배의 로켓 발사비를 추가로 내야 하는 무시무시한 손해를 안고 출발해야 하는 셈입니다.
게다가 축구장만 한 거대한 방열판을 우주에 펼쳐놓으면, 지나가는 우주 쓰레기나 다른 위성과 충돌할 위험도 급격히 높아집니다. 영하의 우주에서 열 때문에 쩔쩔매야 한다니, 정말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 '우주 데이터센터'는 과연 허상일까, 미래일까?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이런 생각이 드실 겁니다.
"결국 돈도 너무 많이 들고 열도 못 식히는데, 일론 머스크가 괜히 큰소리친 거 아닌가?"
하지만 인류는 늘 기술적 난제를 극복하며 지평을 넓혀왔습니다. 세계적인 기업들과 연구진은 결코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거대한 방열판으로 인한 무거운 무게를 줄이기 위해 내부 액체로 열을 빠르게 모아 방출하는 수냉식 기술을 고도화하고, 영하와 영상을 넘나드는 우주의 극단적 기온 차로부터 전자부품을 보호하는 특수 밀폐 기법도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지상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AI 칩을 탑재한 위성이 궤도에 올라가 실제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추론까지 성공해 내며, "진공 속 열 난제를 극복하면 우주 AI 서버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실증해 보였습니다.
지상의 심각한 전력난과 거센 민원의 벽을 피해 우주로 눈을 돌린 AI 데이터센터.
비록 '진공 속 열과의 전쟁'과 '배보다 배꼽이 큰 무게 난제'가 여전히 높게 서 있지만, 우주 데이터센터는 이제 허황된 SF 영화 속 상상을 넘어 우리가 맞이할 미래 인프라의 한 축으로 차근차근 걸어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인류가 이 우주의 기술적 난제를 완벽히 제압하고 저 아득한 궤도 위에서 지상으로 AI 대답을 보내오는 날이 얼마나 빨리 찾아올 수 있을까요?■ 제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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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재 기자 (windows@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