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도 짧게…초단기 3년째 증가
온라인엔 '7일짜리 매장' 등장도딸기 철이 지나면 카페 메뉴판에서 딸기 음료가 사라지고, 백화점에 문을 연 팝업스토어는 일주일 남짓이면 자취를 감춘다. 온라인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편의점 애플리케이션에는 아예 일주일 동안만 상품을 파는 '7일짜리 매장'까지 등장했다.
유통업계의 '한정'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생산 수량을 제한해 희소성을 높인 '한정판'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상품을 살 수 있는 시간 자체를 제한하는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계절이 지나면 사라지는 메뉴부터 짧게 열고 문을 닫는 팝업스토어까지 상품과 공간에 일종의 '유통기한'이 생긴 모습이다.
27일 서울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모델들이 가을 시즌 메뉴를 홍보하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이날 신메뉴 '호지 글레이즈드 티 라떼'와 가을 인기 음료 '블랙 글레이즈드 라떼' 등을 선보였다. 연합뉴스◆철 지나면 못 먹어요…메뉴에도 '유통기한'
직장인 이신영(35) 씨에게는 계절마다 기다리는 먹거리가 있다. 봄이면 애슐리퀸즈의 딸기축제를 찾고, 여름이면 설빙의 수박·멜론빙수를 먹는다. 가을에는 대구지역 카페를 찾아 무화과나 밤으로 만든 디저트를 맛보고, 겨울이면 스타벅스의 토피 넛 라떼를 기다린다. 이 씨는 "계절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메뉴들이 있다"며 "평소에는 다음에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시즌 메뉴는 지금 아니면 못 먹으니까 한 번이라도 더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 씨처럼 특정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함께 등장하는 먹거리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봄 딸기, 여름 수박·멜론·복숭아, 가을 무화과·밤, 겨울 고구마처럼 제철 식재료를 앞세운 메뉴가 대표적이다. 카페와 베이커리뿐 아니라 외식·뷔페업계까지 계절마다 메뉴를 교체하면서 특정 시기에만 맛볼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매년 봄 돌아오는 애슐리퀸즈의 딸기축제다. 올해 행사는 시작 15일 만에 120만명이 방문했고, 이랜드이츠는 행사를 위해 생딸기 300t 이상을 준비했다. 매년 같은 계절에 돌아오는 '스테디 시즌 메뉴'도 있다. 스타벅스의 블랙 글레이즈드 라떼는 2019년 첫 출시 이후 가을마다 재출시되며 지난해까지 누적 2천600만잔이 판매됐다. 상시 메뉴로 전환하기보다 일정 기간 판매하고 사라졌다가 이듬해 다시 등장하는 방식이 오히려 계절을 대표하는 메뉴로 자리 잡는 데 한몫한 것이다.
애슐리퀸즈 매장에서 진행한 딸기축제. 이랜드 제공지역 카페에서도 시즌 메뉴는 중요한 경쟁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구의 한 카페 업주는 "요즘은 원두가 맛있다는 것만으로 다른 카페와 차별화하기 쉽지 않다"며 "레시피가 복잡한 시그니처 라떼나 계절에 맞춰 내놓는 시즌 메뉴가 있어야 손님들에게 다시 찾아올 이유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매장도 일주일만…짧아지는 팝업
상품뿐 아니라 매장에도 '유통기한'이 생겼다. 일정 기간만 문을 열었다 사라지는 팝업스토어가 늘고있다. 팝업 전문기업 스위트스팟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에서 열린 팝업스토어는 2천130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천470개보다 44.9% 증가했다. 2024년 상반기 월평균 113개였던 팝업은 올해 355개로 2년 만에 3배 이상으로 늘었다.
더현대 대구 3층 '아카이브 대구'에서 열린 지역 브랜드 팝업스토어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더현대 대구 제공.팝업의 증가세보다 눈에 띄는 건 점점 짧아지는 운영 기간이다. 7일 이내 운영하는 '초단기 팝업' 비중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운영 기간이 짧아지다 보니 소비자가 방문이나 구매를 미룰 여유도 줄어든다. 최근 백화점 팝업스토어를 찾은 이승우(31) 씨도 이를 체감했다. 구매를 고민하다 다음으로 미뤘지만, 며칠 뒤 다시 찾았을 때 매장은 이미 사라진 뒤였기 때문이다. 이 씨는 "다음에 와서 사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없어지고 나니 그때 살 걸 싶었다"며 "팝업은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바로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팝업의 44.5%가 금요일에 문을 연 점도 이런 특성을 보여준다. 금요일 문을 열어 다음 주 중 문을 닫는 팝업이라면 주말에 백화점을 찾는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방문 기회는 사실상 한 차례뿐이다.
소비자들의 검색 방식에서도 이런 변화가 드러난다. 올해 팝업 관련 검색에서 '팝업스토어' 검색량은 44% 감소한 반면, 구체적인 시기를 확인하려는 '팝업 일정' 검색량은 63% 증가했다. 어떤 팝업이 열렸는지만큼 '언제까지 가야 하는지'가 중요한 소비 정보로 떠오른 것이다.
◆온라인 구매도 '마감시간'
기간 한정 전략은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으로도 옮겨왔다. 24시간 언제든 접속해 상품을 살 수 있다는 온라인 쇼핑의 장점과 반대로, 일부러 매장의 '폐점일'을 정해놓는 방식이다.
CU는 자체 애플리케이션 포켓CU에서 최대 7일 동안만 상품을 판매하는 '위클리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SNS 화제 상품이나 기간·수량 한정 상품을 짧은 기간 집중적으로 선보인 뒤 판매를 종료하고 새로운 상품으로 교체한다. 올해 1~7월 진행된 38차례 가운데 16차례가 준비 물량을 모두 소진했다. 24시간 언제든 상품을 살 수 있는 온라인에서도 오히려 판매 기간을 제한해 구매를 미룰 수 있는 시간을 줄인 것이다.
CU가 자체 애플리케이션 포켓CU를 통해 일정 기간 한정 상품을 판매하는 '플래시 팝업스토어'를 선보이고 있다.BGF리테일 제공짧은 판매 기간에 소비가 빠르게 몰리기도 했다. 정식 도입 전 테스트 형태로 진행한 '플래시 팝업스토어'에서는 두바이 미니 수건 케이크가 판매 시작 1시간 만에, 히비키 하모니 위스키는 4시간 만에 완판됐다. 이후 위클리 팝업스토어는 출시 한 달여 만에 누적 매출 3억원을 넘어섰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최신 트렌드 상품을 빠르게 판매해 포켓CU 집객과 모바일 매출을 높이고 오프라인 점포의 진열·재고 한계를 보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판매 기간을 제한하는 방식이 상품의 희소성을 높이고 소비자의 구매 심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관련 연구에서도 '지금 사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수 있다'는 소비자의 심리가 시간한정 상품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숙 계명대 경제금융학과 교수(소비자학 전공)는 "판매 기간을 제한하는 것도 소비자에게 희소성을 유발할 수 있고, 시즌 메뉴 역시 소비자의 기대를 높일 수 있다"며 "다만 기간을 한정하는 것만으로 희소성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며, 수량이나 품질 등에서도 특별한 가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