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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포장할 수는 없잖아요”…조정은이 다시 지어 올린 ‘미나’ [인터뷰]

요약
  •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미나 역으로 복귀한 배우 조정은이 인물의 욕망과 갈등을 포장 없이 직관적으로 그려내며 깊어진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 오랜 경력과 수상에 안주하지 않고 매 공연 철저한 자기관리와 현장의 살아 있는 반응을 중시하며 무대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드러냈다.
  • 조정은이 출연하는 뮤지컬 '드라큘라'는 오는 10월 18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된다.
아름다운 포장 대신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감정으로 복귀
감상에 빠질 틈 없는 자기객관화… 무대 위에서 다시 증명하는 소명
티켓의 무게를 아는 배우, 매 순간 살아 움직이는 미나를 만드는 힘
[데일리안 = 전지원 기자] 미나의 사랑을 이해하는 것과 그 선택에 동의하는 것은 다르다.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미나 역을 맡은 배우 조정은은 이 간극을 배우가 풀어야 할 과제로 받아들였다. 인물의 행동에 억지 명분을 붙여 아름답게 포장하기보다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는 마음에 흔들리는 인간의 본연을 관객 앞에 내놓는 방식이다. 이번 시즌 그가 보여주는 미나는 전보다 담담해진 동시에, 감정을 내던지는 데에는 한층 과감해졌다.

2014년 한국 초연부터 2020년, 2021년 시즌까지 미나를 연기해온 조정은의 이번 복귀는 반가움과 망설임이 공존하는 선택이었다. 자신이 참여하는 것이 작품에 새로운 가치를 더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지난 22일 인터뷰에서 만난 조정은은 “예전보다 미나를 다 이해하게 됐다기보다는 ‘이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접근하는 폭이 넓어졌다”며 “사람으로서, 배우로서 경험이 쌓이다 보니 같은 상황과 대사 속에서도 전과 다른 결이 나온다”고 전했다.

조정은은 관객에게 미나의 선택을 설득하려 애쓰지 않는다. 1막에서 비교적 이성적이고 보수적으로 보였던 미나가 2막에서 예상치 못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때, 그 갈등을 포장 없이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오디컴퍼니 ⓒ오디컴퍼니“그 사람이 가진 욕망을 적당히 포장할 수는 없잖아요. 배가 고파 눈앞의 음식으로 바로 손이 가는 것처럼, 살아 있는 느낌이 미나에게 흘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원하고 원하지 않는 사이의 갈등을 아름답게 다듬기보다 정제되지 않은 상태로 관객의 마음에 직접 다가가길 바랐어요”

드라큘라를 향한 강한 거부 역시 사랑의 부재가 아닌, 이미 피어난 감정을 수용하지 못하는 사람의 격렬한 저항으로 바라봤다. 이성과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끌림을 부정하고 싶은 인간의 모순을 그대로 무대 위에 세운 것이다.

ⓒ오디컴퍼니 ⓒ오디컴퍼니조정은이 인물을 다루는 폭이 넓어진 데에는 전작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의 경험이 큰 자산이 됐다. 이 작품으로 제10회 한국 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을 받았지만, 준비 과정에서 높은 벽을 느끼며 자책하는 시간도 있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신뢰하는 인물로부터 들은 “그게 지금 네 실력이야”라는 냉정한 피드백은 그를 감상에서 벗어나게 했다.

“제가 너무 낙심해서 ‘이걸 공연할 수 있을까’ 하고 있을 때 굉장히 신뢰하는 분이 ‘그게 지금 네 실력이야’라고 하셨어요. 그 말이 너무 명확했어요. ‘맞아, 지금 내가 하는 이만큼이 내 실력이지. 그럼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하자’고요. 기분이 좋아지는 말은 아니었지만 감상에 빠질 틈이 없었죠. 없는 것을 있다고 해주는 말보다 저를 있는 그대로 보게 해준 말이라 나중에 고맙다고 했어요”

ⓒ오디컴퍼니 ⓒ오디컴퍼니그렇게 자신을 다시 무대에 내던졌던 경험은 이번 ‘드라큘라’로 이어졌다. 수상의 영예나 오랜 경력이 주는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고 현장의 엄격한 피드백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감정이 과해졌다는 지적이 나오면 머뭇거림 없이 표현의 수위를 조율했다고 한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 일어날 순간까지 미리 정해두려 하지는 않는다. 전날 잘됐던 장면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그날의 관객에게도 좋은 공연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어서다.

“어제 맛있게 먹었던 밥이라고 다음 날 먹어도 똑같이 맛있는 건 아니잖아요. 밥은 그날 지어서 먹어야 맛있으니까요. 그날 공연은 어떻게 될지 제가 점칠 수 없고 상대도 그날 어떻게 나올지 모르죠. 제가 안전하게 맡길 수 있을 만큼 컨디션을 만들어놓고 그날의 흐름 안에서 살아 있는 반응을 하고 싶어요. 관객분들도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그 현장에서 살아 있는 것을 느끼신다고 생각해요”

ⓒ오디컴퍼니 ⓒ오디컴퍼니오랜 무대 경험에도 공연 전날 밤이면 여전히 긴장감이 밀려온다는 조정은은 시즌 중에는 개인적인 약속을 줄이고 오롯이 무대에 집중할 수 있는 컨디션을 만드는 등, 철저한 자기관리를 한다고 말했다. 티켓을 예매하고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의 수고와 비용을 잘 알기에, 무대 위 배우로서 느끼는 책임감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티켓을 구하고 공연장까지 오시는 일이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잖아요. 적어도 오셔서 ‘그냥 그렇네’ 하고 돌아가시게 만들 수는 없죠. 구경만 하고 가시지 않도록 프로덕션 모두가 한 회의 공연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어요”

이번이 마지막 미나인지에 대해 그는 단정 짓지 않았다. 다만 매 회의 무대를 마지막처럼 임할 뿐이다. 익숙함이라는 편안함에 기대지 않고, 그날 객석 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미나를 만드는 것. 조정은이 다시 만난 ‘드라큘라’에서 증명해내고 있는 배우의 소명이다.

한편, 조정은이 출연하는 뮤지컬 ‘드라큘라’는 10월 18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 시그니처 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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