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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옷, 반값에 샀어요" 입소문에…'품절 대란' 벌어졌다 [김기자의 알고리즘]

요약
  • 고물가 장기화로 의류비 부담이 커진 성인 소비자들이 자라와 유니클로, 명품 브랜드 등의 키즈 라인에서 저렴하게 옷을 구매하는 '다운사이징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
  • 특히 성인 체형에도 맞는 가장 큰 키즈 사이즈 제품들을 중심으로 품절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고물가에 의류비 부담…'다운사이징 소비' 확산
의류·신발 물가 2.8%↑…"의류비 부담" 23.8%
SNS서 '키즈템' 콘텐츠 확산…"가성비 최고"
사진=유튜브 사진=유튜브
대학생 오모 씨는 올여름 휴가를 앞두고 자라 여성복 대신 키즈 코너에서 옷을 골랐다. 휴양지에서 몇 번 입고 말 옷에 큰돈을 쓰기 아깝다는 생각에서였다.

오 씨는 "성인 제품과 디자인 차이는 크지 않은데 가격은 체감상 30% 정도 저렴했다"며 "같은 예산으로 고를 수 있는 옷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신발도 키즈 제품을 샀다. "성인용보다 저렴한데 더 푹신하고 편했다"는 게 오 씨의 설명이다.

6세 딸을 둔 정모 씨는 아예 자녀 옷을 사러 갔다가 자신의 옷까지 장만한 경우다. 최근 유니클로 매장에서 딸 옷을 고르던 중 같은 디자인 제품을 자기 것도 함께 담았다. 정 씨는 "원래 딸 옷만 사려고 갔는데 성인이 입어도 어색하지 않았다"며 "가격 부담이 적고 딸과 같이 입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라와 유니클로 등 SPA 브랜드의 키즈 라인이 성인들의 새로운 쇼핑처로 떠오르고 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키즈 제품을 성인이 직접 입어본 후기부터 체형별 사이즈 추천, 인기 제품 소개까지 관련 콘텐츠가 잇따른다.

누리꾼들은 "말 안 하면 키즈 제품인지 모르겠다", "가성비가 좋다", "키 작은 게 좋은 적은 처음이다", "이 가격이면 색깔별로 사도 되겠다", "나도 오늘 가봐야 겠다" 등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자라 키즈 '캔버스 포켓 오버셔츠'. 6~14세용으로 출시된 제품 가운데 가장 큰 사이즈인 13~14세(164㎝)만 '품절 임박' 상태로 표시돼 있다. 가격은 4만7900원. /사진=자라(ZARA) 공식 홈페이지 자라 키즈 '캔버스 포켓 오버셔츠'. 6~14세용으로 출시된 제품 가운데 가장 큰 사이즈인 13~14세(164㎝)만 '품절 임박' 상태로 표시돼 있다. 가격은 4만7900원. /사진=자라(ZARA) 공식 홈페이지
실제 온라인몰에서는 가장 큰 사이즈부터 재고가 빠지는 모습이 눈에 띈다.

자라 키즈 '캔버스 포켓 오버셔츠'는 6~14세용으로 출시됐는데, 최근 가장 큰 13~14세(164㎝) 사이즈만 '품절 임박' 상태로 표시되어 있다. 워크웨어 특유의 실용적인 무드를 살린 이 제품은 올가을 패션업계가 꼽는 워크재킷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어 성인 수요를 더 끌어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페이크 레더 크로스 재킷'도 마찬가지다. 명품 브랜드 제품의 '저렴이'로 입소문을 타며 지난 봄 성인 라인에서 이미 한 차례 품절 대란을 일으켰던 제품이다. 이번에 키즈 라인으로 다시 나오면서 가격은 성인 제품의 반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까지 내려갔고, 이 역시 가장 큰 13~14세(164㎝) 사이즈만 품절 임박 상태였다. 18만9900원짜리 '100% 스웨이드 레더 재킷'은 13~14세(164㎝) 사이즈가 아예 품절됐다.

버버리 키즈 가디건. 4Y부터 14Y까지 출시된 제품 가운데 가장 큰 14Y 사이즈만 품절돼 '알림 받기'로 표시돼 있다. /사진=버버리 홈페이지 버버리 키즈 가디건. 4Y부터 14Y까지 출시된 제품 가운데 가장 큰 14Y 사이즈만 품절돼 '알림 받기'로 표시돼 있다. /사진=버버리 홈페이지
명품도 예외는 아니다. 버버리 키즈 일부 가디건은 여러 사이즈 가운데 가장 큰 14Y 제품만 품절됐다. 펜디, 디올 등도 성인 라인과 비슷한 디자인의 키즈 제품을 내놓으면서 체구가 작은 성인 소비자에게까지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이 같은 소비는 최근 나타나는 '다운사이징 소비'와 맞닿아 있다. 고물가로 지출 부담은 커졌지만 브랜드나 디자인에 대한 눈높이까지 낮추고 싶지는 않은 소비자들이 같은 브랜드 안에서 더 저렴한 제품군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1% 올랐다. 의류·신발 물가도 같은 기간 2.8% 상승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 소비 생활 및 경제 상황 전망 관련 조사'에서 응답자의 23.8%는 지난해 의류비 지출 부담이 컸다고 답했다. 스스로를 하층으로 평가한 응답자에서는 이 비율이 30.6%까지 올라갔다.
사진=인스타그램 사진=인스타그램
이런 부담 속에서도 소비자들은 지출 자체를 포기하지 않는다. 아예 구매를 미루거나 더 저렴한 브랜드로 갈아타기보다, 같은 브랜드 안에서 대체재를 찾는 쪽을 택한다. 자라 여성복 대신 자라 키즈를, 성인 명품 대신 같은 브랜드 키즈 라인을 살펴보는 식이다.

패션업계에서는 이를 소비자들의 쇼핑 방식 자체가 달라진 결과로 본다. 성별이나 연령에 따라 정해진 매장만 둘러보던 과거와 달리, 가격과 디자인, 활용도를 따져 여러 카테고리를 넘나드는 소비가 자연스러워졌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제품이 어느 카테고리에 속하느냐보다 자신에게 잘 맞는지,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지를 더 따지는 분위기"라며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같은 만족을 더 낮은 가격에 얻을 수 있는 선택지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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