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학제 통합치료' 방식을 도입한 부산 온병원 암센터의 의료진들이 환자 치료에 대해 집중 논의하고 있다. 온병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암 진단은 누구나 청천벽력처럼 마주하게 된다. 내가 왜 이런 병에 걸렸을까라는 막막함과 동시에 어떤 의사에게 어떤 치료를 받아야 가장 안전할까라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수술, 항암, 방사선 등 치료 방법은 저마다 복잡하고, 암종이나 환자의 나이, 전신 상태에 따라 효과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암 치료의 난제를 풀기 위해 부산 온병원(병원장 김동헌·전 부산대병원 병원장) 암센터가 본격적으로 도입한 '다학제 통합진료'가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큰 희망의 빛이 되고 있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처럼 여러 진료과 전문의들이 머리를 맞대고 최적의 치료 길을 찾아내는 온병원 암센터의 감동적인 실제 사례들을 짚어본다.
■ 흩어진 전문성이 하나로 3∼5인 전문가 정밀 조율
온병원 암센터(센터장 류성열·전 원자력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지난 2025년부터 본격적인 다학제 암 치료를 시작해 올해 9월 현재까지 총 7건(2025년 3건, 2026년 4건)의 다학제 진료를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27일 밝혔다.
다학제 진료는 온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주치의가 환자의 치료 방향 결정에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적극적으로 다른 진료과의 참석을 요청해 이뤄진다. 보통 3∼5인의 의료진이 참여하는데, 핵심인 주치의 진료과를 비롯해 혈액종양내과 권혁찬 과장(전 동아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과 방사선종양학과 류성열 암센터 센터장이 주요 축을 담당한다. 여기에 환자의 상태와 치료 계획에 따라 외과, 내과, 영상의학과 등 관련 진료과가 유기적으로 합류한다.
각 치료법을 개별적으로 따로 고민하는 대신 치료 순서와 시기, 수술 가능 여부, 항암 및 방사선치료의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조율한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현재까지 다학제 진료를 거친 환자들은 모두 양호한 경과를 보이며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 직장암 이겨낸 50대 남성 환자
50대 남성 A 씨는 2025년 12월 직장암 cT4N2M0(병기 IIIB) 진단과 함께 항문관 침범 및 좌측 서혜부 림프절 전이가 의심돼 올해 1월 다학제 통합진료를 받게 됐다.
다학제 진료팀은 수술 전 종양의 병기를 낮추고 국소 제어를 이루기 위해 선행 동시항암방사선치료(CCRT)를 먼저 시행한 뒤 수술을 진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방사선종양학과에서는 전 골반강을 대상으로 방사선치료를 시행하면서, PET/CT에서 전이 가능성이 확인된 좌측 서혜부 림프절을 포함해 양측 서혜부 림프절까지 방사선치료를 병행하여 재발 위험을 철저히 낮췄다. 치료 과정에서 예상되는 서혜부 피부의 방사선 반응에 대해 의료진이 꼼꼼히 관리 교육을 시행한 덕분에 심각한 합병증 없이 치료를 마칠 수 있었다. 이후 지난 3월 외과 백승현 과장의 집도 하에 복강경 수술과 림프절 절제술, 영구 결장루 조성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다학제 치료계획에 따라 보조 항암화학요법까지 완료한 뒤 현재 외과에서 안전하게 추적관찰을 이어가고 있다.
■ 방사선 불편감과 실명 위기 넘어선 60대 남성 환자
6개월 전부터 시작된 배변 불편감으로 내원해 직장암 진단을 받고 저위전방절제술과 림프절 절제, 회장루 조성술을 받았던 60대 남성 B 씨는 중등도 분화 선암, pT4N0M0(Stage IIB) 진단과 함께 방사형 절제면 일부 침범 및 정낭 침범 소견을 보였다. 이에 정낭 침범을 고려해 2025년 2월부터 골반 방사선치료와 카페시타빈 항암치료를 병행하며 보조 치료를 진행했다. 하지만 2026년 5월부터 7월 사이 흉부 CT에서 우중엽과 우하엽의 1㎝ 미만 결절 2개의 크기가 증가하면서 폐전이가 의심됐고, PET-CT 촬영 후 외과, 흉부외과, 혈액종양내과가 참여하는 다학제 진료가 열렸다. 환자는 과거 방사선치료 당시 겪었던 불편감과 녹내장으로 인한 실명 우려 때문에 추가 치료에 대한 걱정이 컸으나 의료진은 2026년 5월 폐전이 의심 병변에 대한 수술적 치료 및 항암·방사선치료의 가능성을 상세히 설명하며 환자의 불안을 다독이고 든든한 길잡이가 돼 줬다.
■ 위장관 출혈 극복하고 새 삶을 찾은 80대 남성 환자
2026년 4월 흑색변과 어지럼증, 전신쇠약 증세로 내원해 상부위장관 출혈이 의심되어 입원한 80대 남성 C 씨는 CT 및 위내시경 검사를 거쳤다. 같은 해 4월 9일 시행한 내시경 조직검사에서 저분화~중등도 분화 위 선암(일부 diffuse type 의심)이 확인되면서 소화기내과와 외과 간 다학제적 치료 방향 논의가 진행됐고, 의료진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수술적 치료와 항암치료의 가능성을 친절하게 설명했다. 수술 전 병기평가에서 흉부 CT상 뚜렷한 폐전이 소견은 없었으며, 간의 조영증강 병변은 혈관종 감별을 위한 추가 평가가 이뤄졌다. 이어 2026년 4월 13일 주재우 과장의 집도 하에 위전절제술이 성공적으로 시행됐다. 수술 병리 결과 pT3N2M0(Stage IIIA, 림프절 23개 중 6개 전이, 림프혈관침윤 동반)로 확인됐다. 환자는 5월 11일 혈액종양내과에 입원해 수술 후 보조 항암치료를 안전하게 받고 다음 날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 10년간 방치된 유방암 극복한 50대 여성 환자
10여 년 전 좌측 유방 상피내암(DCIS)을 진단받았으나 치료 없이 지내던 중 종양이 진행해 유방 종괴의 크기가 커지고 출혈과 괴사까지 발생한 50대 여성 D 씨는 2026년 1월 조직검사를 통해 좌측 침윤성 유관암(IDC, grade 2, cT4N1M0)으로 진단되었다. 종양 부위의 심한 괴사와 출혈 조절이 급선무였기 때문에 수술에 앞서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방사선치료를 먼저 시행하는 다학제적 전략이 세워졌다. 방사선치료 과정에서 종괴 크기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출혈이 호전되는 등 뚜렷한 국소 치료 반응이 나타났으며, 치료 중 발생한 피부 반응에 대해서도 세심한 처치가 병행됐다. 이처럼 방사선치료 덕분에 수술이 가능한 상태로 호전되면서 2026년 5월 8일 좌측 변형근치유방절제술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다가오는 2027년 1월 정기검사를 앞두고 희망찬 일상을 준비하고 있다.
■ 첨단 장비와 명품 의료진의 시너지
온병원 암센터는 다학제 진료의 탄탄한 뒷받침 외에도, 지난 2018년 7월 이른바 '꿈의 방사선암치료기'라 불리는 선형가속기 '라이낙(Linac)'을 도입하여 지금까지 2만5000건이 넘는 방사선 치료를 성공적으로 완수해냈다. 대학병원 급의 풍부한 경력을 갖춘 명문 의료진들과 첨단 장비, 과 경계를 허문 다학제 협진 시스템이 어우러져 환자들에게 가장 확실한 치료 안전망을 제공하고 있다.
암센터 류성열 센터장은 "암 환자들에게 다학제 진료는 단순한 협진 그 이상"이라고 강조하고 "불안을 희망으로 바꾸고, 가장 올바른 치료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가장 따뜻하고 강력한 동반자가 다학제 치료"라고 그 의미를 부각시켰다.
류 센터장은 "암이라는 무거운 산 앞에서 홀로 고민하지 말라"면서도 "부산 온병원의 다학제 통합진료는 환자 한분 한분을 위해 온 병원의 역량을 모아 완치의 그 날까지 든든한 동행이 돼줄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