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곽예남의 삶과 기억 다큐영상으로 기록
딸 이민주 목사, 어머니 사후 흩어진 기록·흔적 찾아
한 개인의 비극 넘어 전쟁·인권·평화의 문제로
10월 29~30일 한중마이크로영화제... 한국불교박물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서 상영

[스포츠서울 | 고봉석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곽예남 할머니가 남긴 아픈 삶과 역사의 흔적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다시 세상과 만난다.
곽 할머니의 생애와 기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그늘 아래의 슬픈 울음(WEEPING IN THE SHADOWS)’이 오는 10월 열리는 ‘2026 한중마이크로영화제(KCMFF)’를 통해 관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월드방송TV가 제작한 이 작품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라는 역사적 사건을 단순히 되짚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시대의 폭력에 삶을 빼앗긴 한 여성의 생애를 따라가면서 전쟁과 식민지배가 한 인간에게 남긴 상처, 그리고 그 기억을 후세에 어떻게 남길 것인가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영화의 중심에는 ‘위안부 피해자’라는 역사적 명칭에 앞서 ‘곽예남’이라는 한 인간의 삶이 놓여 있다.
곽 할머니가 겪어야 했던 고통과 긴 세월, 그리고 세상을 떠난 뒤에도 남겨진 기억과 흔적을 따라가며 개인의 기억이 어떻게 우리 사회가 보존해야 할 역사가 되는지를 영상에 담았다.
특히 영화 포스터에 담긴 “한 사람의 기억이, 우리 모두의 역사가 되었습니다”, “침묵을 넘어, 기억은 다음 세대로 이어집니다”라는 문구는 작품이 향하는 지점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어머니가 떠난 뒤에도 끝나지 않은 기록
이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곽예남 할머니의 딸 이민주 목사다.
곽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지만 이 목사에게 어머니의 죽음은 기록의 끝이 아니었다.

그는 어머니가 남긴 삶의 흔적과 관련 기록을 찾아 나섰고, 세상에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기록하고 알리는 데 힘을 쏟아왔다.
어머니 개인의 삶을 기억하는 것을 넘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과 역사를 후대에 전달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그 출발점이었다.
그 과정에서 곽 할머니가 살아온 삶은 한 가족만의 기억에서 벗어나 일제강점기와 전쟁, 여성 인권이라는 한국 근현대사의 아픈 한 페이지로 다시 조명됐다.
이 목사는 현재 관련 피해자와 유가족의 목소리를 알리고 역사적 기록을 보존하기 위한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곽예남이라는 한 사람이 실제로 존재했고 어떤 시대를 살아냈으며, 그가 겪은 고통을 왜 다음 세대가 기억해야 하는지를 남기는 기록 작업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피해의 재현보다 ‘기억의 계승’
‘그늘 아래의 슬픈 울음’은 피해자의 고통을 자극적으로 재현하는 방식과 거리를 둔다. 대신 곽 할머니의 삶과 남겨진 흔적을 차분히 따라가며 관객에게 묻는다.
시간이 흐르고 피해 당사자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난 뒤 우리는 이 역사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그리고 그 기억을 다음 세대에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바로 이 질문이 다큐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곽 할머니 개인의 삶에서 출발한 카메라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전쟁 피해, 여성 인권과 평화라는 보다 넓은 문제로 시선을 확장한다.
특히 피해 생존자의 증언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에서 사진과 영상, 문서와 가족의 기억을 남기는 작업의 중요성도 자연스럽게 부각된다.
이 영화가 곽예남 할머니의 삶을 다시 스크린으로 불러낸 이유이기도 하다.
81년이 지나도 끝나지 않은 질문

해방 이후 8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남긴 증언과 삶을 어떻게 기록하고 기억할 것인가라는 과제는 끝나지 않았다.
세월이 흐를수록 생존 피해자는 줄어들고 있다. 결국 피해 당사자의 기억을 기록으로 남기고 다음 세대가 이를 이어받는 일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늘 아래의 슬픈 울음’은 바로 그 지점에서 곽예남 할머니를 다시 바라본다.
한 여성의 고통스러운 과거를 보여주는 데서 멈추지 않고 왜 우리가 지금 이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현재 세대에 던진다. 역사는 기록되지 않으면 희미해지고 기억하지 않으면 잊힌다.
10월 스크린에서 다시 만나는 곽예남
‘그늘 아래의 슬픈 울음’은 오는 10월 29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2026 한중마이크로영화제(KCMFF)’를 통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번 영화제는 한국불교박물관 내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린다.
곽예남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삶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았다.딸 이민주 목사가 이어온 기록과 기억은 영상이 됐고, 이제 스크린을 통해 다시 관객들과 마주한다.
이민주 목사는“ 한 인간이 겪어야 했던 삶을 기록하고 그 기억을 다음 세대에 온전히 전하는 것이 내가 할 일” 이라며“어머니는 떠났지만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위안부 피해의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작은 기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kobs@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