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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둔 직장인 권모(45)씨는 최근 자녀 명의로 주식 계좌를 만들었다. “나도 주식을 해보고 싶다”는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서다. 권씨는 “초등학생이 벌써 주식을 해도 되는지 고민했지만 무조건 막는 것보다 경제관념을 심어주고 올바르게 투자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며 “요즘엔 같이 책을 읽고 주식도 함께 골라 사고 있다”고 말했다.
증시 호황과 함께 미성년자의 주식시장 진입이 빨라지면서 ‘투자 조기교육’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자녀 주식 계좌를 만들어 자산을 불려주는 것을 넘어 일찌감치 투자 경험을 쌓게 해 올바른 투자 습관을 길러주려는 것이다.
실제 미성년자가 보유한 주식 규모는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 통계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상장사 주식을 갖고 있는 미성년 주주는 76만9624명으로, 2019년(9만8612명)의 약 8배로 늘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커지는 투자 교육 수요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16일 ETF 기본서인 ‘일주일 만에 끝내는 ETF 완전정복’을 내놨다. 어린 시절 풀던 학습지 형식을 도입한 게 특징이다. 마지막 장에는 “시장이 흔들릴 때 다시 꺼내 읽으라”는 조언과 함께 ‘나의 투자원칙’을 직접 적는 칸도 마련했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작 ETF의 기초 개념과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여전히 많다”며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자산운용이 지난 16일 ‘일주일 만에 끝내는 ETF 완전정복’ 학습지를 발간했다. 하루 5개씩 핵심 질문을 학습하고 곧바로 관련 문제를 풀며 복습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삼성자산운용 홈페이지 캡처
돈을 잃을 위험 없이 투자를 경험해볼 수 있는 서비스도 인기다. 토스의 어린이·청소년 대상 모의투자는 2023년 2월 출시 이후 올해 3월 말까지 누적 사용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토스 관계자는 “청소년 증권 계좌가 100만 개 이상인 상황에서 청소년을 위한 투자 프로그램이나 관련 대회가 없다는 점에 의문을 느끼고 모의투자 서비스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어린 나이부터 ‘빚투’(빚내서 투자)에 뛰어드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는 만큼 투자 교육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만 20세 미만 투자자의 미수금 잔고는 올해 1월 말 1억2000만원에서 6월 말 2억원으로 66.7% 급증했다. 금융당국은 미성년자의 미수거래 금지를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학교에서 투자 교육을 주도한다. 미국 경제교육협의회(CEE)에 따르면 39개 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려면 ‘개인금융(personal finance)’ 과목을 수료해야 한다. 교육 내용에는 금융에 대한 사고방식(financial mindset), 금전 관리, 저축과 투자, 신용과 부채, 위험 관리와 보험 등이 포함된다.
한국도 투자 교육의 공교육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강성수 한국투자신탁운용 솔루션본부장은 “어릴 때 주식시장이 좋았는지 나빴는지에 따라 성인이 된 뒤 투자하는 패턴이 달라진다는 연구가 있다”며 “개인적 경험에 투자 판단이 좌우돼서는 안 된다. 경제에는 사이클이 있다는 걸 알아야 변동성 장에서도 포모(FOMO·나 홀로 소외된다는 공포)에 휩쓸리지 않고 장기 투자하면서 은퇴 후에도 먹고 살 수 있는 부를 쌓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서윤 기자 jang.seo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