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를 사칭한 SNS 계정의 소개글. 이 계정은 수시간 뒤 접근이 차단됐다. 스레드 갈무리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를 사칭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이 등장해 투자자들을 불법 리딩방으로 유도한 사실이 확인됐다. 사칭 계정은 차단됐지만 이를 통해 유입된 텔레그램 리딩방은 여전히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요구된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2∼23일 SNS에는 신 총재를 사칭한 계정이 개설돼 경제 흐름과 투자 정보를 알려주겠다는 취지의 게시글을 잇달아 올렸다.
해당 계정은 “경제의 미래를 읽고 중심을 잡고 싶다면 지금 팔로우하라”는 식으로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공개 게시글에서는 직접적인 투자 권유를 피했지만, 계정을 친구 추가하거나 메시지를 보낸 이용자들에게는 “공부 모임이 있다”며 단체대화방 참여를 유도했다.
대화방에 들어가면 운영자는 “두자릿수 수익률이 나는 종목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며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특정 주식 종목을 추천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형적인 불법 리딩방 방식이다.
운영자에게 한국은행과의 관련성을 묻자 “금융기관에는 외부에서 알기 어려운 내부 사정이 많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총재를 사칭한 SNS 계정은 한국은행이 운영사 측에 삭제를 요청하면서 생성된 지 수시간 만에 접근이 차단됐다.
하지만 그 사이 상당수 이용자가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 리딩방은 텔레그램에서 계속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참여자들과 실시간으로 대화하며 일대일 투자자문을 하거나 양방향 채널을 운영하는 행위는 정식 등록된 투자자문업자만 할 수 있지만, 해당 리딩방은 정상적인 업체명조차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를 사칭한 SNS 계정과의 대화. 투자 종목을 무료로 추천해주겠다며 단체대화방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스레드, 카카오톡 갈무리
유명인이나 금융 전문가를 사칭해 투자자를 끌어모은 뒤 리딩방으로 유도하는 방식은 대표적인 투자사기 수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SNS에서는 금융권 유명인뿐 아니라 연예인과 이른바 ‘핀플루언서’ 등을 사칭한 계정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유명 투자 커뮤니티나 유튜브 채널의 공식 계정을 그대로 흉내 낸 가짜 계정이 만들어지는가 하면, 일반 이용자가 SNS에 올린 사진까지 무단 도용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피해 규모도 상당하다.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투자사기형 피싱 피해는 6769건, 피해액은 1817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피해 건수 1만1468건, 피해액 3916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관계 기관들은 사칭 계정이 확인될 경우 SNS 운영사에 삭제를 요청하는 등의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새로운 계정이 반복적으로 만들어지면서 피해를 사전에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사칭 계정을 사전에 모두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지속적으로 점검해 발견 즉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