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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회장 부른 금감원장…‘이너서클 인사’ 경고

요약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8대 은행지주 회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연말 CEO 인사를 앞두고 특정 파벌을 형성하는 '이너서클 인사'와 참호 구축에 대해 경고했다.
  • 금융당국의 압박 속에서 주요 금융지주들은 자회사 임추위에 CEO 후보 추천 권한을 부여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이를 관치금융으로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은행지주 회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황병우 iM금융그룹 회장,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이 원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사진 금융감독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은행지주 회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황병우 iM금융그룹 회장,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이 원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사진 금융감독원]

올해 연말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인사 태풍이 예고된 가운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금융지주사의 이른바 ‘참호 구축’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금융지주사 회장이 파벌을 형성해 계열사 CEO를 선임하고, 권력을 고착화하는 일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 원장은 23일 오전 7시30분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 은행연합회장과 8대 은행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BNK·JB·iM금융지주) 회장을 소집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올 하반기는 은행장 등 70여 개 자회사의 CEO 선임 절차가 진행되는 ‘변화의 시기’”라며 “특정계파나 친소관계에 매몰되지 않고, 능력에 바탕을 두고 적임자를 선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지주회사는 CEO 선정 과정에서 자회사의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장의 이 같은 경고는 이재명 대통령의 인식과 맞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9일 부처 업무보고에서 금융지주 지배구조 문제를 두고 “똑같은 집단이 부패한 이너서클을 만들어 돌아가며 계속 해 먹는다”고 비판했다.

금융권은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하기 전부터 한껏 자세를 낮추는 모양새다.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11일 연임에 도전하는 양종희 현 회장이 아니라 이재근 부문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임했다.

예상을 깬 KB금융의 선택 이후 금융권에선 ‘세대교체’가 화두로 떠올랐다. 한국씨티은행 임추위는 지난 22일 두 차례 연임한 유명순 현 행장의 후임으로 김경호 기업금융그룹 부행장을 추천했다. SH수협은행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도 같은 날 신학기 현 행장의 연임을 결정짓지 못했다. 신 행장과 이형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의 2파전으로 진행 중인 수협은행장 인선은 추석 연휴 이후 다시 진행될 예정이다.

금융권은 올 연말까지 총 70여 명의 신임 CEO 선임을 앞두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모두 현직 행장의 임기가 오는 12월 31일에 끝난다. 5대 은행장 중 정상혁 신한은행장만 한 차례 연임했고, 이환주 국민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농협은행장 등은 첫 임기를 마친다.

은행지주사들은 금융당국의 당부를 속속 실행에 옮기고 있다. 그동안 은행지주사에선 회장과 사외이사로 구성된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가 단독 후보를 통보하면, 자회사 임추위가 형식적으로 가결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당국의 경고성 당부에 따라 자회사 임추위에 CEO 추천 권한을 이양하는 모습이다.

올 연말 은행 등 12개 자회사 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신한금융은 자회사 임추위에 CEO 후보군 추천 권한을 부여했다. BNK금융도 은행 임추위에 후보군 추천 권한을 부여하는 동시에 은행 임추위원장이 지주회사의 CEO 후보 최종 면접에도 참석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KB·하나·우리금융 등 나머지 지주회사들도 비슷한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선 금융권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CEO 인사에 개입하는 또 다른 ‘관치금융’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인 김우진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자회사 지분 전량을 보유하기도 하는 금융지주사는 자회사의 성과는 물론 실패의 책임도 모두 지게 된다”며 “경영에 책임을 지는 지주회사가 자회사 인사에 관여하지 못한다는 것은 넌센스”라고 비판했다.

김도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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