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면서 자영업자와 다중채무자, 저소득 차주 등 취약계층의 부실 위험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반면 우량차주의 건전성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금리 충격이 신용도와 소득 수준에 따라 차별화하는 모습이다.
20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용등급별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을 단순 평균한 결과,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연체율 상승 폭이 가팔랐다.
2021년 말부터 기준금리 연속 인상 직전인 올해 6월 말까지 비교적 신용도가 높은 3등급 차주의 연체율은 0.07%에서 0.05%로 오히려 낮아졌다. 반면 5등급은 연체율이 0.06%에서 0.25%로 4.2배, 7등급은 1.68%에서 5.25%로 3.1배, 9등급은 4.56%에서 22.37%로 4.9배 뛰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7월과 8월 연속 인상한 ‘백투백’ 기간에는 신용등급별 연체율 흐름이 더욱 엇갈렸다. 3등급 연체율은 6~8월 0.05%를 유지했지만, 5등급은 0.25%→0.46%, 7등급은 5.25%→6.58%로 연체율이 또 올랐다. 9등급 역시 22.37%에서 23.58%로 상승했다. 우량차주는 기준금리 인상의 파고를 버틴 반면 신용도가 낮은 차주일수록 부실 위험이 가파르게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양극화는 고정금리 정책모기지인 보금자리론에서도 나타났다. 고정금리 상품은 시장금리가 올라도 기존 차주의 이자 부담이 직접 늘지 않는다. 하지만 고금리 국면에서 경기 둔화와 생활비 부담이 겹치면서 저소득 차주의 상환 능력이 빠르게 약화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연소득 1000만원 이하 차주의 연체율은 1.01%로, 7000만원 초과 차주(0.31%)의 3.3배였다. 두 집단의 격차는 2021년 0.49%포인트에서 올해 7월 0.70%포인트로 벌어졌다.
금리 상승에 취약한 다중채무자의 연체율도 악화했다. 올해 1분기 말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차주의 연체율은 1.8%로, 2021년 말 1.0%에서 0.8%포인트 상승했다.
다중채무자는 전체 차주의 약 4분의 1(23.6%) 수준이지만, 대출잔액에서는 3분의 1(29.6%)가량을 차지했다.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53% 수준으로 추가 금리 상승에 취약한 구조로 분석됐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우선 우량차주의 경우 현재 경제 전반이 침체 국면은 아닌 데다, 2024년부터 스트레스 DSR을 적용해 상환 능력에 따라 대출 한도를 제한해 온 만큼 금리 상승을 견딜 여력이 상대적으로 있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취약차주는 상환 능력이 낮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저신용자 대출 확대 기조가 이어지면, 우량차주와 취약차주 간 건전성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기에는 고신용자와 저신용자의 연체율이 함께 악화하지만, 지금처럼 K자형 양극화 상황에선 취약차주의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더 급속히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도 금리 상승의 충격이 취약차주에게 집중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직후인 지난 17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가계대출 차주별 영향을 면밀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