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장이 끝난 뒤 주식을 사고파는 한국거래소(KRX)의 ‘애프터마켓(야간 거래)’이 문을 연 첫날부터 주가 급변을 막는 ‘브레이크’가 1100번 넘게 작동했다. 야간 시장 특성상 거래 참여자가 적은 데다, 종목 수는 많아 작은 주문 하나에도 주가가 흔들린 탓으로 분석된다.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 애프터마켓이 개장되어 있다. 한국거래소(KRX)는 이날부터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코스피·코스닥 시장을 대상으로 애프터마켓을 운영한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애프터마켓 첫 거래일인 14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4시간 동안 정적·동적 변동성완화장치(VI)가 총 1112회 발동됐다. 같은 날 정규장 발동 횟수(391회)의 약 2.8배다. VI는 개별 종목의 주가가 단기간에 비정상적으로 급등락할 때 즉각 2분간 매매를 멈추고 ‘단일가 매매(주문을 모아 일괄 체결)’로 전환해 시장을 식히는 안전장치다.
호가 공백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가 야간 거래 종목을 600여 개로 운영해 온 것과 달리, 애프터마켓은 코스피ㆍ코스닥 전 종목에 가까운 약 2700개를 한꺼번에 열었다. 상대적으로 적은 야간 자금이 2700개 종목으로 흩어지면서 종목별 거래량이 줄었다. 소규모 주문만 체결돼도 주가가 튀어 올라 VI가 쉽게 발동된다는 것이다.
오후 4시부터 KRX와 NXT가 동시 운영되는 점도 거래량을 분산시키는 요인이다. 증권사들이 최선주문집행시스템(SOR)을 통해 더 유리한 시장으로 주문을 자동 연결하고 있지만, 두 시장의 호가창 자체가 분리돼 있는 상태다.
실제로 이날 거래대금은 KRX와 NXT가 각각 약 1조8000억원씩을 기록하며 나눠졌다. 각각 이날 전체 시장 거래대금(27조6000억원)의 6.6% 수준이었다. 투자자별 거래 비중은 개인 93%, 외국인 3.9%, 기관 2.1%으로 개인이 압도적이었다.
호가 공백은 개별 종목 변동성으로 이어졌다. 매각설이 불거진 한화갤러리아는 애프터마켓에서 정규장 종가 대비 15% 이상 급등하며 정적 VI가 두 차례 발동했다. 고가와 저가의 격차는 19.2%까지 벌어졌다. 포니링크ㆍ밸로프 등 코스닥 중소형주는 장중 가격 변동 폭이 32%를 넘나들었다.
다만 전체 종목의 가격 변동성은 코스피 2.9%, 코스닥 4.6%로 정규장(코스피 4.1%, 코스닥 5.8%)보다 오히려 낮게 집계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장 마감 후 발생하는 대내외 이슈를 실시간 주가에 반영하고, 외국인의 시차 제약을 없애 글로벌 접근성을 높이는 순기능이 크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장기적으로 뉴욕 등 글로벌 거래소와의 경쟁에 발맞춰 24시간 거래 체제로 나아간다는 구상이다. 야간에 미국 주식으로 이탈하는 서학개미를 국내 증시에 묶어두겠다는 셈법도 깔려 있다.
하지만 개인 중심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거래시간 확대는 가격 왜곡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야간 근무와 시스템 유지에 따른 증권사들의 운영 부담도 적지 않다. 유동성을 뒷받침할 시장 참여자 기반부터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상장지수펀드(ETF) 도입도 풀어야 할 과제다. 이번 애프터마켓에는 ETF가 제외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량이 늘면 매매 수수료를 받는 증권사와 달리 자산운용사는 추가 수익 없이 인력과 전산 비용 등을 부담해야 한다”며 “아직 업계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자산운용사의 운용보수는 거래량이 아닌 ETF 순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책정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ETF 투자도 본주가 움직일 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며 “투자자 권리 보호 등 업계 의견을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서윤 기자 jang.seo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