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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로 살다가 블로거로… 작가로… 지금은 유튜버입니다

요약
  • 블로그 운영과 독서를 통해 경제경영 작가로 거듭난 김영준씨가 현재 3개의 채널에서 활약하며 주 4회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사연을 소개한다.
  • 철저한 자료 조사와 글쓰기를 바탕으로 대중에게 경제와 산업 정보를 쉽게 전달하는 그는 뚜렷한 최종 목표보다는 묵묵히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다.
[ㅇㅌㅂ] ‘김바비의 바비위키’ 운영자 김영준 매일 25억명 넘는 사람이 찾는 유튜브엔 매일 수많은 채널이 만들어집니다.
많은 한국인은 오늘도 유튜브에 접속해 정보를 얻고 음악을 듣고 뉴스를 보고 위안을 받습니다. ‘유튜버’와 ‘인터뷰’의 첫 자음을 딴 ‘ㅇㅌㅂ’은 이렇듯 많은 이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유튜버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난 유튜브 채널 ‘김바비의 바비위키’ 운영자 김영준씨. 김씨는 “100만 유튜버가 되겠다는 식의 궁극적인 목표 같은 건 없다”며 미소를 지었다. 권현구 기자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난 유튜브 채널 ‘김바비의 바비위키’ 운영자 김영준씨. 김씨는 “100만 유튜버가 되겠다는 식의 궁극적인 목표 같은 건 없다”며 미소를 지었다. 권현구 기자 “그냥 했습니다.”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난 유튜브 채널 ‘김바비의 바비위키’ 운영자 김영준(43)씨가 인터뷰가 진행되는 90분 동안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그냥’이었다.

김씨가 출연하는 유튜브 채널은 3곳이다. 구독자 20만을 앞둔 개인 채널 ‘김바비의 바비위키’에 두 편, MBC 14F ‘돈슐랭’과 대신증권 대신TV ‘수요시장’에 각각 한 편씩, 주 4회 영상이 업로드된다. “주 4회 영상을 올리는 건 사실 미친 짓”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어떻게 5년이나 이 생활을 이어왔느냐고 묻자 돌아온 답은 또 “그냥”이었다.

유튜버 김영준씨가 출연한 콘텐츠의 장면이나 섬네일들. 유튜브 캡처 유튜버 김영준씨가 출연한 콘텐츠의 장면이나 섬네일들. 유튜브 캡처 그러나 김씨의 ‘그냥’은 아무렇게나 한다는 뜻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영상 한 편을 만들기 위해 8만자가 넘는 자료를 읽고, 국내외 기사와 논문·출간물을 뒤져 A4용지 3∼4장 분량의 대본을 쓴다.

김씨는 자신을 유튜버가 아닌 “경제경영 작가”라고 소개했는데, 그가 자신을 이렇게 칭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김씨의 이력부터 살펴야 한다. 그는 2007년부터 꾸준히 운영한 블로그 덕분에 출간 제의를 받아 첫 책을 냈고, 그 책은 방송과 유튜브 섭외로 이어졌다. 이후 남의 채널에 2년 가까이 출연한 뒤 자기 채널을 열었다. 읽고 쓰는 일은 어린 김씨가 자신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투자 방법이었다.

“어릴 때부터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방법을 몰랐어요. 결국 더 많이 배우고 똑똑해져야 먹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독서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그게 나에 대한 투자가 될 거라고도 봤죠.”

대학 3학년이던 2007년, 블로그를 만든 것은 금융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읽을 때는 완벽히 이해한 것 같아도 책을 덮으면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자신이 답답했다. “완벽한 이해는 타인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누군가를 붙잡고 설명할 순 없으니 블로그를 택한 거죠.”

처음에는 글 한 편을 완성하는 데 한 달이 걸렸다. 자료를 조사하고 배경을 이해하는 데만 3주가 필요했다. 다행히 그런 시간이 반복될수록 작업 속도는 빨라졌고 결국엔 하루에 한 편도 쓸 수 있게 됐다.

대학 졸업 후 입사한 첫 직장은 IBK기업은행이었다. 하지만 당시 이명박정부가 시행한 신입사원 초임 삭감 정책이 순탄하던 그의 커리어를 흔들었다. 김씨는 같은 일을 하는 선배보다 연봉을 약 25% 적게 받았다. 결국 그는 서른 살에 퇴사했고 이후 재취업에 나섰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솔직히 말하면 커리어가 많이 꼬였죠. 최종 면접까지는 올라가는데 늘 ‘왜 좋은 직장을 그만뒀느냐’는 질문에서 막혔어요. 돈 때문에 회사를 나왔다고 털어놓을 순 없더군요.”

그런 와중에도 블로그만큼은 놓지 않았고, 결국 이 블로그가 꼬인 그의 커리어를 푸는 역할을 해줬다. 골목상권과 자영업의 구조를 분석한 글들이 출판사의 눈에 띄면서 2017년 첫 책 ‘골목의 전쟁’을 펴냈다.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자 신문 기고와 라디오 출연 요청이 이어졌다.

유튜브와의 인연은 라디오에서 시작됐다.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김씨를 섭외했던 작가가 MBC 14F로 자리를 옮기면서다. 골목과 음식 산업을 다루기로 한 제작진이 김씨에게 출연을 제안했다.

김씨는 “처음 유튜브 대본을 쓸 땐 책처럼 썼다”고 말했다. 디테일을 빠짐없이 담고 수치와 그래프를 촘촘히 넣었다. 그런데 영상에 숫자가 많이 등장할수록 조회수가 떨어졌다. 책을 쓸 땐 미덕이던 엄밀성이 유튜브에선 군더더기였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김씨는 수치는 최대한 덜어내고 ‘추세’만 남기는 것이 주효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비유도 자주 쓰기 시작했다. 가령 그는 반도체를 설명하며 중앙처리장치(CPU)를 주방 전체를 지휘하는 헤드셰프에,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여러 요리를 동시에 처리하는 수많은 라인셰프로 설명했다.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한꺼번에 계산하는 ‘라인셰프’가 급증하자 기존 D램이라는 조리대만으로는 재료를 제때 공급하기 어려워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넓고 빠른 전용 조리대가 고대역폭메모리(HBM)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쓰는 사람에게 덜어내는 일은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김씨는 이 지점에서 단호했다. 펴낸 책이 여러 권이지만 한 번도 편집부와 싸운 적이 없다. “그냥 물어봐요. 그렇게 하면 더 잘 팔리냐고. 잘 팔리는 방향으로 편집해준다면 무조건 알겠다고 했죠. 힘들여 썼는데 아무도 안 읽으면 안 쓰느니만 못하잖아요.”

그렇다고 콘텐츠의 흥행 공식을 알아낸 것은 아니다. 지난달 말 개인 채널에 올린 신발 기업 버켄스탁 영상은 기대만큼 주목받지 못했다. “우리는 보통 뭔가를 잘해야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신발이 이렇게 못생겨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게 재밌어서 ‘이건 분명 조회수 터진다’ 생각했죠.”

반대로 ‘정말 아무도 모르게 엄청난 돈을 버는 기업’을 제목으로 대중에게 생소한 원자재 기업들을 다룬 영상은 조회수 80만회를 넘기며 큰 주목을 받았다. 같은 방식으로 후속편을 만들었지만 그땐 또 반응이 없었다. 이런 사례들을 들면서 그는 “아직도 뭐가 먹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형 유튜브 채널에 오래 출연했으니 쉽게 성장할 것이라는 주변의 예상과는 달리 개인 채널 ‘바비위키’는 구독자 10만명을 모으는 데 2년 넘게 걸렸다.

유튜버 김영준씨가 출연한 콘텐츠의 섬네일. 유튜브 캡처 유튜버 김영준씨가 출연한 콘텐츠의 섬네일. 유튜브 캡처 “유튜브를 하면서 스스로 발전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조회수가 잘 나오면 당연히 좋겠죠. 하지만 반응이 안 좋다고 상심하지는 않아요. 다음에 더 좋은 걸 하면 되니까요.”

물론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매일이 즐겁진 않다. 촬영이 없는 날에는 오전 8시30분쯤부터 지난밤 나온 외신을 확인하고 자료 조사와 대본 작성에 매달린다. 밤늦게까지 일하고 주말을 반납할 때도 적지 않다. 취미였던 독서도 이제는 일이 됐다.

번아웃이 오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되물었다. “세상에 지루하지 않은 일이 있나요.” 그는 밖에서 볼 때 멋져 보이는 일도 실제로는 전체 업무의 5%가 채 안 되고, 나머지 90% 이상은 지루한 일이라고 했다. 그 지루함을 견디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버티는 방법에 대한 답은 또 ‘그냥’이었다. 다만 그는 작은 데서 재미를 찾아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최근 다룬 항공사 마일리지 영상이 그런 경우다. 승객들이 열심히 모으는 마일리지가 실은 항공사의 주요 수익원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남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졌다고 했다. “제가 발견한 재미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도 알게 되는 것, 거기서 재미를 느껴요.”

김씨는 이젠 스튜디오 밖으로도 나갈 계획이다. 맛집을 소개하는 대신 특정 음식과 골목이 탄생한 배경을 ‘현장’에서 풀어내는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신당동 떡볶이 골목에 간다면 어느 집이 가장 맛있는지가 아니라 왜 그곳에 떡볶이집들이 모이게 됐는지를 설명하겠다는 것이다. 그의 소소한 바람은 구독자의 편안한 ‘밥친구’가 되는 것이다.

“밥을 먹거나 청소할 때 제 영상을 틀어놓는다는 말을 들으면 좋아요. 각 잡고 공부하듯 보지 않아도 어느 정도 재미가 있는 친구 같은 콘텐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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