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대기업 취업준비생 김모(29)씨는 올해 추석 연휴 기간에 충남 당진의 본가에는 하루만 머물고 다시 서울의 스터디카페로 향했다. 김씨는 “2년 넘게 취직을 못 하고 있으니 점점 가족·친지들 보는 게 불편하다”며 “언제쯤 이 신세를 탈출할 수 있을지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학업과 군(軍) 복무를 마치고 한창 사회 진출에 나설 연령대인 20대 후반 남성의 고용률(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이 작년 들어 처음으로 30대 후반 여성 고용률을 밑돌았다. 건설, 석유화학 등 남성 취업자가 많은 주력 산업의 부진이 장기화하고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가 맞물리면서 20대 후반 남성은 취업 문턱에서 고전하는 가운데, 30대 후반 ‘워킹맘(일하는 엄마)’들은 육아휴직 제도 개선 등으로 경력을 유지하기가 수월해진 점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35~39세 여성 고용률(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이 작년에 70%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2026 서울커리업 일자리페어에서 한 여성 구직자가 채용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27일 국가데이터처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후반 남성의 고용률은 70%로 30대 후반 여성(71%)을 1%포인트 밑돌았다. 두 연령대의 고용률이 역전된 것은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이런 경향은 올 들어 1~8월도 계속되고 있어 새로운 고용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경력 단절 여성’이 줄어드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지만, 20대의 취업난이 장기화하는 것은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경단녀’ 30대 후반女, 고용률 70%대
30대 후반 여성은 직장을 다니다 아이를 낳으면서 육아로 인해 직장 생활을 포기하는 이른바 ‘경력 단절 여성’의 대표 연령대였다. 그러나 요즘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남편과 육아를 분담하는 문화와 부부 육아 휴직이 보편화하면서 아이를 낳더라도 지속적으로 경력을 쌓아가는 30대 후반 여성이 많다.
30대 후반 여성 고용률은 올해까지 5년째 증가세다. 2022년(60.5%)부터 4년 연속 상승해 작년 들어 처음으로 70%를 넘어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8월 이 연령대 고용률도 71.4%로 전년 동기 대비 0.8%포인트 올랐다. 작년 기준 엄마의 평균 출산 연령이 33.85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30대 후반은 한창 영유아기 자녀를 키울 나이다. 과거 같으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맞벌이를 계속하는 경우가 많다. 육아 휴직 등 일·가정 양립 제도가 법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확산한 결과다. 2024년 육아휴직은 20만6226건으로 2014년의 1.7배다. 특히 아빠 육아휴직은 6만117건으로 10년 전의 9.7배로 늘었다. 여성들의 결혼 시기가 늦춰지면서 육아 부담 없이 직장 생활을 계속하는 여성이 많아진 것도 30대 후반 여성 고용률이 높아지는 요인 중 하나다.
그래픽=양인성30대 후반女 고용률>20대 후반男
2016년까지는 20대 후반 남성 고용률(69.7%)이 30대 후반(56.5%)·초반(59.9%)은 물론이고 20대 후반 여성(69.3%)보다 높았다. 하지만 20대 후반 남성 고용률은 조선·해운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2017년 동년배 여성에게 뒤처지기 시작했다. 이어 제조업 부진이 본격화한 2023년 30대 초반 여성에게 밀렸고, 작년 들어 30대 후반 여성보다도 고용률이 낮아졌다.
지난해 20·30대 고용률을 성별·연령별로 분석해보면, 30대 후반 남성이 89.4%로 가장 높고, 이어 30대 초반 남성(86%), 30대 초반 여성(75.1%), 20대 후반 여성(73.6%), 30대 후반 여성, 20대 후반 남성 등의 순이었다. 제조업·건설업 등 주력 산업 부진과 기업의 경력 사원 선호로 20대 고용난이 심각해지기 전에 안정된 직장에 자리 잡은 30대 남성은 거의 90%에 가까운 고용률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최근 20대 후반 남성들은 가임기·육아기 여성들보다도 고용률이 낮았다. 올해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20대 후반 남성 고용률은 69.6%로 70%를 밑돌고 있다. 작년부터 2년 연속 하락세다. 20대 후반 여성 고용률도 작년부터 2년 연속 하락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20대 후반의 취업난이 장기화할 경우 결혼, 출산도 연쇄적으로 늦어지면서 또 다른 사회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