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동산의 현재와 미래
3줄 요약
“강남을 대체할 서울의 진짜 새로운 중심축은 ‘마용성’이 아닌 ‘용서마여’입니다.”
지난 14일, 21일, 28일 세 차례 방송된 조선일보 경제부 유튜브 조선일보 머니의 ‘머니 명강’ 코너에는 도시문헌학자 김시덕 박사가 출연해 대한민국 부동산의 현재와 미래, 신규 공급 대책의 맹점, 그리고 혼란스러운 시장 속 무주택자들의 생존 전략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과거 도시의 역사를 통해 미래 입지와 부동산의 흐름을 분석해 온 전문가다.
도시문헌학자 김시덕 박사서울 강남 대체할 새로운 중심축 ‘용서마여’ 주목해야
김 박사는 세간의 ‘강남 불패론’에 동의하며, 전쟁이나 국가 전복 같은 대형 이변이 없는 한 강남 중심의 부의 체제는 공고하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부동산 가격표만 보고 묶여진 이른바 서울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에 대해서는 강남 접근성이 뛰어난 확장된 강남일 뿐 자체적인 중심성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대신 그는 강남과 맞설 수 있는 서울의 진정한 양대 축으로 도심의 복합 기능이 몰려드는 ‘용서마여(용산·서대문·마포·여의도)’ 권역을 꼽았다.
김 박사는 “한국 사회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서울 사대문 안을 야외 박물관으로 만들려는 욕망이 있어 도심의 핵심 기능이 점차 빠져나갈 것”이라며 “최근 SK그룹이 강북으로 거점을 옮기려다 다시 강남 테헤란로로 방향을 튼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사대문에서 밀려난 복합 기능들과 영등포구 내에서도 여의도가 지닌 특수한 기능이 결합하는 새로운 거점이 바로 ‘용서마여’ 지역이라는 것이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을 오가는 공항철도가 관통하는 용서마여 일대와 마곡지구 등은 글로벌 접근성이 떨어지는 강남의 결정적 단점을 보완하며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래픽=박상훈서울 용산공원·서울숲 고밀도 개발해야
김 박사는 최근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등 소극적인 공급 대책을 비판하며 파격적인 발상 전환을 촉구했다. 안보 차원에서 사유 재산을 침해해 묶어둔 개발제한구역을 곶감 빼먹듯 조금씩 해제할 것이 아니라 전면 해제·개발해야 하며, 특히 서울 내 폭발적 주택 공급을 위해 용산 미군 반환 부지와 강북의 서울숲을 전면 고밀도 개발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내놨다. 서울 핵심 요지에 거대한 공원을 남겨두는 것은 결국 주변 특정 아파트 소유자에게만 혜택을 주며 강남 쏠림을 고착화한다고도 했다.
그는 또 이 같은 서울 지역 주택 공급 부족 현상 이면에 기득권층이 대규모 공급에 소극적인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의 ‘부티크 시티(Boutique City)’ 성향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짚었다. 부티크 시티란 일정 수준 이상의 부촌이 형성되면, 그 지역 거주자들은 더 이상 경관 변화나 추가 대규모 공급으로 인한 집값 하락을 원치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 박사는 “정책 결정자나 오피니언 리더들이 이미 강남·용산·분당 등에 거주하다 보니 대규모 공급으로 인한 집값 하락과 경관 훼손을 우려해 과감한 공급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 막연한 호재만 믿고 지자체가 추진하는 지식산업센터 무분별 개발의 위험성도 함께 경고했다.
반복되는 철도 지하화 공약은 껍데기… 내년 하반기까지 관망해야
이와 함께 그는 무주택자와 서민들에게는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헛된 교통 호재와 공포 마케팅에 속지 말 것을 거듭 당부했다. 김 박사는 이미 운행됐어야 할 GTX-A 노선이나 착공조차 요원한 서부선의 지연을 예로 들며 “철도는 완공돼야 완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내부순환로 지하화나 특정 노선 연장 등 선거 때마다 두 번 이상 반복해서 나오는 공약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각종 부동산 앱이나 커뮤니티의 왜곡된 정보에 의존하지 말고, 지자체의 ‘도시기본계획’과 과거 선거 공보물 2~3개를 직접 대조해 20년째 반복되는 ‘껍데기 공약’을 걸러내는 발품을 팔라고 조언했다. 또 인구 감소 시대라도 전북 익산·정읍, 전남 목포처럼 KTX 등 간선철도가 정차하는 거점 소도시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며 지나친 하락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내 집 마련 전략에 대해 “남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각자의 생활 반경에 맞추라”고 권했다. 자유로운 직업을 가진 프리랜서라면 시외버스망이 잘 갖춰진 강원 원주나 충북 청주를 추천했다. 또 수도권 거주자에게는 향후 GTX-B 호재가 있는 경기 남양주나 서해선·신안산선 개통 효과를 볼 경기 화성·평택 서부 권역을 추천했다. 그는 “시장이 크게 요동칠 2028년 초를 대비해 내년 하반기까지는 차분히 시장을 관망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