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현대차그룹이 올 3분기(7~9월) 미국 진출 약 40년 만에 처음으로 판매량 3위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국 ‘빅3’인 GM(제너럴모터스)과 세계 1위 도요타가 미국 1·2위를 유지한 가운데, 빅3의 또 다른 한 축인 포드를 제칠 것이란 현지 분석이 나온 것이다. 전체 미국 판매량 중 약 60% 안팎(작년 기준)을 수출에 의존하는 현대차그룹은 올해 트럼프 정부의 관세 장벽으로 미국에서 고전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불고 있는 하이브리드 바람을 본격적으로 타면서 오히려 판매가 더 늘어나고 있다.
27만대 넘던 포드와의 격차, 7만대로
미국의 유력 시장조사 기업인 콕스오토모티브는 지난 24일(현지 시각) 현대차·기아·제네시스를 합친 현대차그룹의 3분기 미국 판매량이 51만1421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6.5% 늘었다. 반면 포드는 7.1% 감소한 50만4172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전망대로라면 현대차그룹은 GM(67만1706대)·도요타(64만2707대)에 이어 3위에 오른다. 확정 실적은 다음 달 초 발표된다.
올해 누적 판매량에서도 현대차그룹은 3위 포드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콕스가 예상한 올해 1~3분기 판매량은 포드가 150만5134대, 현대차그룹이 143만1804대다. 포드가 여전히 앞서지만, 작년 같은 기간 27만7000여 대였던 격차는 7만3000여 대로 줄어들게 된다. 포드 판매가 8.8% 뒷걸음질하는 사이 현대차그룹이 4.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일등 공신은 하이브리드 자동차(HEV)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미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49달러로 1년 전보다 43% 올랐다. 그 여파로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처럼 충전 불편은 없으면서도 연비가 우수한 하이브리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전기차 세액 공제(보조금)가 작년 10월부터 종료돼 전기차 가격 부담이 커진 것도 하이브리드에 유리한 조건이 됐다.
올해 1~7월 미국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전년 대비 23.4%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현대차그룹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올해 1~7월 25만1121대로 작년 동기 대비 80.1% 늘었다.
현대차·기아가 올해 가족이 함께 타는 3열짜리 중대형 SUV 시장을 하이브리드로 집중 공략한 것이 효과를 냈다. 올해 미국에서 팔린 대형 SUV 팰리세이드는 3대 중 1대가 하이브리드다. 기아가 올 3월 준공한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에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를 지난 6월부터 현지 생산하기 시작한 것도 판매량에 기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난해엔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를 국내 생산해 수출했는데, 관세 부담을 덜면서도 소비자 수요를 제때 맞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수익성은 여전히 부담
하이브리드 ‘원조’로 불리는 도요타 역시 올해 1~7월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12% 증가하는 등 하이브리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도요타는 올 3분기 판매량 64만2707대로 미국 내 순위가 그대로 2위이지만 독보적 1위였던 GM(67만1706대)과의 격차를 크게 좁힐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리드 인기가 높아졌지만 막상 미국 시장을 주도해 온 미국 기업들은 하이브리드 제품이 부족한 상태다. GM은 고급 스포츠카인 ‘콜벳’에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용했지만 대중적인 세단·SUV 중에는 판매되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가 아예 없다. 포드는 F-150과 매버릭 등 일부 픽업트럭이 하이브리드로 출시되지만, 소형 SUV인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가 단종되면서 전체 판매량이 주춤하다.
다만 판매량 증가에도 미국 시장에서의 현대차·기아의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입 관세가 유지되고 있는 데다 올 상반기 수익성 방어에 도움이 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3분기 들어 급락해서다. 수출 때 도움이 됐던 환율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 현대차의 아이오닉 시리즈와 기아의 전기 목적기반차량(PBV)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했지만, 캐즘(전기차 수요 정체)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이 주춤한 것도 여전한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