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국내 최초로 북극항로 시범 운항에 나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북극해역을 운항해 다음 달 중순께 부산에 도착할 예정인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도 이 항로를 달릴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들어갔다.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와 한국선급은 인하대와 함께 극지선박 핵심 기술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쇄빙선 등 극지선박의 핵심은 유빙이나 평탄빙을 밀고 깨뜨리는 과정에서 얼음이 선박에 가하는 힘(빙하중)을 버텨내는 것이다.
조선 3사가 이번에 공동 개발하는 기술은 선박이 얼음의 힘을 버텨낼 수 있는지 실시간으로 빠르게 계산하는 ‘극지 운항 선박의 두뇌’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연구를 맡은 김유일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팀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는 얼음 저항을 덜 받는 선박을 만드는 설계 단계, 얼음의 두께와 상태에 따라 항로를 판단하는 실제 운항 단계에서 모두 활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실시간 시뮬레이터로 구현해 실제 운항에서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북극항로는 중동 전쟁으로 바닷길이 막히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코히어런트 마켓 인사이트는 세계 쇄빙선 시장이 2026년 15억4000만 달러에서 2033년 21억9000만 달러(약 3조원)로 연평균 5.1%씩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본격적으로 북극항로가 열리면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원유운반선, 컨테이너선 등 상업용 극지선박의 시장도 훨씬 커질 전망이다. 북극이사회에 따르면 북극운항 선박은 2013년 1298척에서 2025년 1812척으로 40% 증가했는데 가스운반선이 1척에서 40척으로, 원유운반선이 17척에서 48척으로 늘어나는 등 상업용 선박의 성장세가 특히 가파르다. 세계 조선 시장에서 K조선이 우위를 갖는 고부가 선박의 수요가 북극항로에서도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쇄빙선 강국인 핀란드, 노르웨이와 경쟁해 지난 4월 스웨덴 해사청으로부터 쇄빙선 1척을 수주했다. 국내 조선소 최초의 해외 쇄빙선 수주다. 한화오션은 국내 최초의 연구용 쇄빙선 ‘아라온호’보다 2배 이상 큰 차세대 쇄빙연구선을 건조하고 있다. 다만 해운업계 관계자는 “북극항로가 유럽까지 거리를 크게 줄일 수 있지만, 여름에만 사용할 수 있고 보험료나 통행료가 비싼데다 서방과 러시아의 관계에 따라 항로가 막힐 우려도 있다는 점은 변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