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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택시 기술 변화 못 따라가는 자동차 안전기준

요약
  • 테슬라가 무인 로보택시 '사이버캡'을 상업 운행에 투입했으나, 미국 당국이 연방자동차안전기준 충족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 이처럼 급속도로 발전하는 자율주행 기술을 기존의 운전자 중심 법과 안전기준이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 공백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 로보택시가 대중교통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뿐만 아니라 책임 소재와 운행 허용 범위 등 명확한 규칙 마련이 시급하다.
[조진혁의 Car Talk] 사이버캡은 미래에서 왔는데 미국 현재 기준은 운전자가 있는 걸 전제

테슬라 로보택시 사이버캡. 미국 텍사스주에서 상업 운행을 시작했다. 테슬라 제공 테슬라 로보택시 사이버캡. 미국 텍사스주에서 상업 운행을 시작했다. 테슬라 제공
테슬라가 최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무인 택시 사이버캡을 상업 서비스에 투입했다. 사이버캡은 처음부터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상황을 생각하지 않은 차다. 운전대는 물론, 가속페달과 브레이크페달도 없다. 2명이 타면 자동차가 알아서 목적지까지 움직인다. 테슬라가 오랫동안 이야기해온 로보택시가 드디어 도로로 나온 것. 그런데 출발이 순조롭진 않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9월 4일(이하 현지 시간) 사이버캡이 미국 연방자동차안전기준(FMVSS)을 제대로 충족했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미국은 자동차 회사가 기준 충족 여부를 자체 인증하고 정부가 사후에 감독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이 테슬라의 판단이 맞았는지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법이 기술을 못 쫓아가는 상황은 첨단기술 시장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사이버캡은 이름처럼 미래에서 온 택시인데, 현 규정은 운전자가 있던 시절을 기준으로 돼 있다.

미 당국, 사이버캡 안전기준 충족 조사그럼 이전에 등장한 무인 택시들 상황은 어떤가. 아마존이 소유한 자율주행 기업 죽스(Zoox)는 테슬라와 다른 길을 택했다. 죽스 차량에도 운전대와 페달이 없다. 이 또한 기존 자동차에서 운전석만 없앤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로보택시 용도로 만든 차량이다. 그런데 죽스는 7월 30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에 신청해 한시적으로 안전기준 적용을 면제받았다. 2년 동안 매년 최대 2500대를 상업 운행하고, 강화된 감독을 받는 조건이다.

유럽으로 가면 풍경이 또 달라진다. 9월 3일 우버와 영국 자율주행 기업 웨이브(Wayve)는 런던에서 일반 승객이 이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버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우버X’나 ‘우버 일렉트릭’ ‘우버 컴포트’를 호출하면 웨이브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단 포드 머스탱 마하-E가 배차될 수 있다. 추가 요금도 없다. 다만 교통당국 면허를 가진 운전자가 탑승해 있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차를 움직이지만 운전자가 운행을 지켜보고 필요한 상황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그렇다고 영국이 무인 자율주행을 막아놓은 것은 아니다. 영국 정부는 자동주행차법을 바탕으로 운전자 없는 유료 여객 서비스가 가능한 제도를 만들고 있다. 법체계 전체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시점은 2027년 하반기다.

로보택시가 여전히 시험 단계인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에는 훨씬 앞서간 사례도 있다. 알파벳 산하 웨이모(Waymo)다. 웨이모는 미국 여러 도시에서 운전자 없는 유료 로보택시를 운행하고 있다. 2025년 한 해에만 1500만 건이 운행됐고, 올해 초 기준 주간 운행량은 약 40만 건이었다. 9월에는 덴버, 샌디에이고, 탬파에서도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완전자율주행 차량 운행을 시작했다. 웨이모가 완전자율주행 승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시는 14곳에 이른다. 그렇지만 여전히 로보택시는 업체가 정한 지역과 도로, 상황 안에서만 움직인다.

7월 30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승객들이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죽스 자율주행 택시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7월 30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승객들이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죽스 자율주행 택시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 로보택시가 넘어야 할 산흔히 완전자율주행이라고 하는 표현도 그래서 조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운전석에 사람이 없다는 의미에서는 완전자율주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폭설이 쏟아지는 산길부터 복잡한 공사 구간까지 알아서 달리는 만능 자동차라는 뜻은 아니다.

서울 강남에서는 심야 자율주행 택시가 운행되고 있다. 2024년 9월 무료 운행을 시작했고 올해 4월 유료로 전환됐다. 운행 차량도 7대에서 19대로 늘었다. 카카오T 앱에서 일반 택시를 부르듯이 호출할 수 있다. 물론 지금 강남을 달리는 차가 웨이모나 죽스 같은 수준의 무인 택시는 아니다. 비상 상황에 대비해 조수석에 시험운전자가 탑승한다. 이 사람도 곧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서울시는 11월 상암에서 운전석에 사람이 탑승하지 않는 레벨4 자율주행 택시를 시범운영할 계획이다. 현행 자율주행자동차법은 지정된 시범운행지구에서 자율주행차가 돈을 받고 승객을 태우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관할 시도지사 등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국에서도 로보택시의 유료 운행이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질까. 어느 지역까지 운행을 허용할 것인가. 자동차가 이상한 행동을 하면 누가 멈추나. 기존 택시와 공존할 방법은 있나. 이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다면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무인 택시가 대중교통 수단이 되기는 어렵다. 로보택시는 이제 가능성을 묻는 기술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무인 자동차를 믿고 도로에 내보낼 수 있는 규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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