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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무기열전]③ 유럽 4국이 택한 ‘천무’… 80㎞ 로켓부터 500㎞ 미사일까지 쏜다

요약
  • 한국의 다연장로켓 '천무'가 우수한 성능과 신속한 납기 경쟁력을 바탕으로 폴란드, 노르웨이, 크로아티아, 에스토니아 등 유럽 4개국의 잇따른 선택을 받고 있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를 현지 생산 거점으로 삼아 '천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대함탄도미사일과 무인 운용 기술 등으로 운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한 발사대로 여러 탄종 운용… 사거리 80~500㎞
올해 노르웨이·크로아티아 도입, 에스토니아 추가 주문
폴란드 생산 거점으로 유럽 ‘천무 생태계’ 구축
대함탄도미사일·무인 운용 기술도 개발

세계 지정학적 위기와 공급망 재편의 거센 파도 속에서 K방산이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 독자적 기술력, 압도적 가성비와 신속한 납기 경쟁력은 이제 세계 무기 시장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이 뒤에는 무모한 도전이라 불렸던 시도를 눈부신 결실로 바꿔낸 수많은 연구진과 기업의 피와 땀이 있다. 조선비즈는 대한민국 방산 기술의 결정체이자 세계 무대를 누비는 주요 무기체계를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주]

“크로아티아가 지금까지 한번도 갖지 못했던 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안드레이 플렌코비치 크로아티아 총리는 지난 10일 한국 다연장로켓 ‘천무’ 18문 도입 계약을 맺으며 이렇게 말했다. 크로아티아는 유도탄과 지원 차량 등을 포함해 4억1180만유로(약 6400억원)어치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도입해 천무를 장거리 정밀 타격 전력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장거리 화력 보강에 나선 유럽에서 천무 도입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노르웨이와 크로아티아가 새로 천무를 선택했고, 에스토니아는 추가 주문을 넣었다. 이로써 2022년 첫 천무 계약을 맺고 도입 규모를 늘려온 폴란드를 포함해 유럽 4개국이 한국의 천무를 선택했다.

2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따르면 천무는 북한의 방사포·장사정포 위협에 대응하는 우리 군 대화력전의 핵심 무기다. 1981년부터 쓰던 노후 다연장로켓 ‘구룡’을 대체하려 2009년 개발을 시작했다. 2015년부터 야전부대에 배치됐다. ‘다연장로켓으로 하늘을 뒤덮는다’는 이름처럼 짧은 시간에 여러 발을 쏟아 적 포병 진지와 지휘 시설을 제압한다. 한 발사대에서 여러 종류의 로켓과 미사일을 골라 쓸 수 있다는 점이 천무의 특징이다.

이런 운용 유연성은 발사대 위에 나란히 얹힌 사각형 발사통 두 곳에서 나온다. 탄종에 따라 발사통을 통째로 바꿔 끼우는 방식으로, 양쪽에서 서로 다른 탄을 함께 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가령 한쪽 발사통에는 80㎞급 로켓, 다른 쪽에는 290㎞급 미사일을 실어 쏘는 식이다.

한국 다연장로켓 '천무' 사격 장면./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국 다연장로켓 '천무' 사격 장면./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짧은 시간에 화력을 한꺼번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도 강점으로 꼽힌다. 239㎜ 유도 로켓의 경우 발사통 하나에 6발씩, 한 차량에 최대 12발을 실어 재장전 없이 연속 사격할 수 있다. 한화는 유럽 수출형에 최대 사거리가 약 80㎞·160㎞·290㎞인 탄을 함께 공급해 왔다.

이보다 먼 500㎞급 장거리 화력을 찾던 노르웨이도 올해 천무를 선택했다. 지난 1월 천무 16문과 사거리가 서로 다른 미사일 3종을 약 1조3000억원에 주문했다. 여기에는 최대 500㎞까지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도 포함됐다. 노르웨이는 이 장거리형을 처음 도입하는 해외 국가다. 노르웨이는 한화와 KNDS, 라인메탈 등 유럽 방산업체 등의 무기체계를 두고 저울질하다가 “성능과 납기, 예산 조건을 모두 충족한 제안은 한화뿐”이라며 천무를 최종 낙점했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에스토니아는 장거리 정밀 타격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천무 도입 물량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천무 6문과 80㎞·160㎞·290㎞급 탄을 주문한 뒤, 올해 5월 3문을 추가로 계약했다. 에스토니아군은 이미 미국산 다연장로켓체계 ‘하이마스’를 운용하고 있지만, 이를 보완할 장거리 화력으로 천무를 선택했다. 하이마스와 비교해 더 큰 화력을 낼 수 있다는 점을 높이 샀다. 에스토니아 국방부는 “천무는 기동성이 높으면서도 정밀한 화력을 내는 무기체계”라고 평가했다.

천무 수출은 완제품을 한국에서 보내는 데서 현지 생산과 운용체계 구축까지 아우르는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폴란드는 2022년 발사 장치 218기를 주문한 데 이어 2024년 72기를 추가했고, 이 가운데 60기는 폴란드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한국산 발사 장치를 폴란드산 8륜구동 군용 트럭에 얹고, 표적 정보를 받아 사격을 지휘하는 폴란드산 포병 사격통제체계 ‘토파즈’를 결합해 운용한다. 한국 무기를 그대로 들여오는 대신 자국군이 쓰는 차량과 지휘 체계에 맞춰 운용·생산 기반을 함께 구축하는 방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에 납품한 천무. 한국산 천무 발사장치를 폴란드산 군용 차량과 사격통제체계에 결합한 폴란드형 천무로,'호마르-K'로 불린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에 납품한 천무. 한국산 천무 발사장치를 폴란드산 군용 차량과 사격통제체계에 결합한 폴란드형 천무로,'호마르-K'로 불린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현지화는 탄약 생산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 WB그룹과 세운 합작사는 80㎞급 유도탄을 폴란드에서 생산해 2030년부터 공급할 예정이다. 한화는 폴란드를 생산 거점으로 삼아 다른 유럽 천무 운용국에도 유도탄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천무 운용국끼리 부품 수급과 운용 노하우를 공유하는 ‘천무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천무의 타격 대상과 운용 범위는 더 넓어지고 있다. 현재 한화는 움직이는 함정을 타격하는 대함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6월 프랑스에서는 천무 계열 발사기를 얹은 중형 무인수상정 모형도 선보였다. 육상에서 쏘던 천무 계열 미사일을 무인 함정에서도 운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한화는 또 2029년까지 천무를 필요에 따라 무인으로 운용할 수 있는 선택적 유·무인체계 전환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여러 유·무인 전투체계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인공지능(AI) 기반 지휘통제를 구현하는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구축도 함께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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