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식당 찾기 어려워 직접 만든 지도
인기 끌며 창업…네이버웹툰과 협업도
“AI 활용, 일반인도 지도 앱 개발 가능”
지역 콘텐츠 알리는 수단으로도 유망
올 상반기 화제가 됐던 테마 지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두쫀쿠맵, 거지맵, 야장맵, 러브버그맵. 인터넷 캡처 추석 고향 가는 길에 사용한 내비게이션이 도로 상황과 소요 시간을 알려준다면, 올 상반기에는 특정 상품이나 장소를 콕 집어 소개하는 이색 테마지도가 눈길을 끌었다. 특정 디저트부터 값싼 점심 메뉴, 야외 테이블을 갖춘 술집 등 주제도 다양했다. 이런 지도는 누가, 왜 만들었을까. ‘야장맵’을 만든 개발자 그룹 ‘에그토스트랩’을 만나 제작 배경과 함께 일반인도 이런 지도를 만들 수 있는지 들어봤다.
테마지도, 빠른 개발속도·이용자 참여가 핵심 이전에도 특정 주제나 가게를 소개하는 테마지도는 있었지만, 대체로 제작자가 정보를 조사·갱신하는 방식이라 업데이트가 느렸다. 그런데 올해는 기존 지도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인프라를 활용하고 이용자가 직접 정보를 등록하면서 제작과 업데이트 속도가 빨라졌다.
이 흐름의 첫 주자가 디저트 ‘두바이쫀득쿠키’의 실시간 재고를 알려주는 ‘두쫀쿠맵’이었다. 이어 음식 값이 저렴한 식당을 보여주는 ‘거지맵’, 야외 좌석이 있는 술집을 찾을 수 있는 ‘야장맵’, 특정 벌레 출몰 지역을 알려주는 ‘러브버그맵’ 등이 잇따라 등장했다. 모두 개인 개발자나 소규모 팀이 만든 서비스다.
이중 야장맵은 4월 출시 이후 입소문을 타며 알려졌고, 9월 기준 누적 이용자 8만여명에 909개의 매장 데이터가 등록됐다. 당시 개발자들은 올 7월 회사를 설립했으며, 이달 ‘네이버웹툰’과 손잡고 ‘학교 괴담맵’을 선보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서 주목받았다.
야장맵을 개발한 에그토스트랩 창업자 세 명. 왼쪽부터 김혁진(31), 장상빈(33), 유경화(36). 본지는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한 식당에서 에그토스트랩 창업자인 장상빈 대표(33)와 유경화(36)·김혁진씨(31)를 만나 야장맵 개발 배경 등을 들었다. ‘내가 필요한 지도’ 없어 직접 팔 걷어 -야장맵을 만든 계기가 야장을 좋아해서라고 들었다.
▶김혁진 : 그간 야장을 찾으려면 네이버지도에서 음식점을 검색한 뒤 사진첩을 넘기며 야외 좌석 여부를 확인해야 했다. 포털에 ‘잠실 야장’처럼 검색해도 정보가 오래되거나 광고 등 상업적인 내용이 있어 정확하지 않았다. 이 불편함이 싹이 됐다. “우리가 불편하니까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야장맵이 화제가 된 계기가 있었나.
▶장상빈 : 술을 마시고 다음날 숙취로 누워 있다가 ‘제대로 알려보지도 못했다’는 생각에 스레드에 글을 올렸다. 이 글이 퍼졌고, 뒤이어 다른 멤버의 글이 2차로 퍼지면서 인스타그램 소개로까지 이어졌다. 이후 인기가 높아져 우리도 신기해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레드에 달린 이용자의 게시글. 에그토스트랩 -이용자들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나.▶장상빈 : 우리가 제작해 운영하는 다양한 유료 앱 중 하나에 “엄마가 이거 사준댔어요”라는 댓글이 달린 적이 있는데, 그런 반응이 힘이 된다. 야장맵도 스레드에서 “야장 대장 OOO가 기다린다”는 글이 올라온 적이 있다. 이용자들이 야장 시즌을 기다려준다는 게 신기하고 고맙다.
-네이버지도나 캐치테이블에도 야외석 검색 기능이 생겼던데, 데이터 제휴 제안은 없었나.
▶장상빈 : 없었다. 대신 특정 주제를 다룬 ‘테마맵’ 자체를 만들어 달라는 협업 제안이 여러 기업에서 이어졌다.
-그중 하나가 네이버웹툰과의 협업이라고 들었다.
▶장상빈 : 네이버웹툰 쪽에서 연락이 와 웹툰 ‘44교시 생존수업’ 홍보를 위한 ‘학교 괴담맵’을 함께 만들었다. 온·오프라인 반응이 예상보다 뜨거웠다. 대형 웹매거진 계정이 자체적으로 카드 뉴스를 만들어 소개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수익보다는 웹툰 마케팅이 목적이었던 협업이지만, 제작사인 우리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효과는 분명했다.
지역이야말로 매력적인 콘텐츠 보유
에그토스트랩이 야장맵과 더불어 제작한 서비스. 에그토스트랩 -수도권이 아닌 농촌 등 지역에서도 이같은 지도를 만들 수 있을까.▶장상빈 : 지역이야말로 매력적인 콘텐츠가 많다. 예를 들어 내 고향인 경북 울진은 송이버섯이 유명한데, 송이버섯을 콘텐츠 삼아 지도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이밖에도 주민들이 찾는 관광지, 주민들이 자주 먹는 먹거리 등 현지 주민이 알고 있는 장소나 콘텐츠 등이 인기를 끌 것 같다. 사람들이 원하는 게 명확해진 만큼, 이들의 수요를 긁어주는 특색 있는 콘텐츠를 담은 지도가 관심을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발 경험이 없는 사람은 어려울 것 같다.
▶유경화 : 예전엔 앱을 만들려면 개발자를 따로 구해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결국 중요한 건 관련 전공 여부나 코딩 실력이 아니라 내가 필요해서 만들고 싶은 것을 육하원칙으로 정리하는 힘이다. 야장맵도 이 원칙에서 출발했다.
-뜻은 알겠지만 질문만으로 앱을 개발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유경화 : 더 쉽게 설명하자면, 잘 만든 서비스를 캡처해 인공지능(AI)에 보여주고 “이런 느낌으로 만들고 싶다”고 요청해도 앱을 만들 수 있다. 어려운 용어가 나오면 “나는 초등학생인데, 내 수준에 맞춰 쉽게 설명해 달라”고 하면 된다. 다만 여러 사람에게 지도 등을 공유할 계획이라면 API 키 같은 보안 정보는 함부로 접속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에그토스트랩의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장상빈 : 지금은 자체 서비스 구독 모델과 광고, 기업과의 협업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가 불편하다고 느낀 것, 주변 사람들이 원하는 것들을 계속 지도로 만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