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조인희 나이언틱 스페이셜 최고경영자(CEO)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나이언틱 스페이셜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인근에서 열린 '포켓몬 고 페스트. /뉴시스
플렉시온의 휴머노이드가 나이언틱 기술로 구축한 가상의 플렉시온 사무실에서 학습하는 모습. /나이언틱2016년 사람들은 스마트폰 화면 속 포켓몬을 찾아 거리와 공원을 누볐다.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가 세계를 강타하면서다. 당시 이 게임을 개발해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나이언틱’이 10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이번엔 우리 일상의 거리를 인공지능(AI) 로봇의 무대로 확장하기 위해서다.
지난 21일 서울에서 만난 조인희(인희 조 수) 나이언틱 스페이셜 최고경영자(CEO)는 “포켓몬을 현실 공간에 나타나게 한 기술을 ‘공간 AI’로 진화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람과 기계가 같은 공간에서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공간 AI 모델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공간 지능 없이는 진정한 범용 인공지능(AGI)도 실현될 수 없다”고 했다.
나이언틱은 지난해 포켓몬 고를 비롯한 게임 사업을 매각하고 공간 AI 사업을 앞세워 ‘나이언틱 스페이셜’이라는 독립 회사로 재편했다. 포켓몬 고 시절부터 강점을 보였던, ‘공간’을 다루는 기술을 AI의 영역으로 넓히는 것이다. 나이언틱 창업자 존 행키는 구글 어스·지도 개발에 참여했던 이 분야의 전문가다. 조 CEO는 “이전의 지도가 사람을 안내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사람과 기계가 함께 이해할 수 있는 3·4차원 세계 모델을 만들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조 CEO는 지난 3월 CEO로 나이언틱에 합류했다. ‘공간’의 잠재력을 봤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조 CEO는 IBM에서 20여 년간 근무하고 전자 서명 기업 도큐사인 사장 등을 지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AI를 다뤄온 조 CEO의 눈에 언어 AI가 아직 배우지 못한 영역은 공장과 도시 등 사람이 일하고 기계가 움직이는 현실 공간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AI 모델은 언어와 디지털 경제에 집중했지만, 세계 GDP의 약 80%는 물리적 세계에서 이뤄진다”며 “해결하기 더 어려운 문제인 동시에 훨씬 큰 기회라고 생각해 합류했다”고 했다.
회사의 핵심 기술은 현실의 장소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3차원 모델로 바꾸는 것이다. 공장이나 도시를 360도 카메라로 촬영해 설비와 통로, 장애물의 위치까지 담은 3차원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로봇이 컴퓨터로 만든 가상 공간 대신 실제 투입될 현장을 미리 익히도록 하는 것이다. 조 CEO는 “다른 월드 모델이 ‘존재할 수도 있는 장소’를 만든다면, 우리는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10~15분 정도 공장 등을 촬영하면 한 시간 안에 3차원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로봇이 자신의 위치를 찾는 방식도 바꾼다.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GPS)이 위성 신호로 지도 위의 위치를 계산했다면, 나이언틱의 ‘시각 위치 확인 시스템(VPS)’은 로봇 카메라에 보이는 거리 풍경을 미리 만든 3차원 지도와 비교한다. 이를 통해 로봇이 어디에 있는지는 물론 어느 방향을 보고 있는지도 알아낸다. 조 CEO는 “고층 건물이 밀집한 도심에서는 GPS 위치가 10~40m 어긋날 수 있지만, VPS는 ㎝ 단위까지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나이언틱은 최근 휴머노이드 기업 플렉시온과 손잡고 실제 사무실을 3차원으로 재구성해 로봇의 이동을 훈련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 토지청과 전 국토의 3차원 데이터를 기반으로 VPS를 구축하는 양해각서를 맺었다.
한국에서도 협력 기업을 찾고 있다. 조 CEO는 한국의 로봇 기업과 산업 현장 기업, 정부를 잠재적 협력 대상으로 꼽았다. 조 CEO는 “한국은 제조업과 공학, 컴퓨터과학·컴퓨터 비전에 강점이 있고 로봇 생태계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다”며 “피지컬 AI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