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9월 4일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의 국책은행 지방 이전 추진 방침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29일 무보·산은 청와대 사랑채서 기자회견
금융노조, 30일 2차 총파업으로 투쟁 수위↑
[디지털데일리 이호연기자] 추석 연휴가 끝나자 금융권의 지방 이전 반대 움직임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한국무역보험공사 노동조합이 산업은행 노조와 공동 대응에 나서는 가운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은 이번 주 두 번째 총파업에 돌입한다.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추진을 둘러싼 금융공공기관 노조의 반발이 연쇄적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무보 노조는 오는 29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보를 지방 이전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기자회견에는 산업은행 노조위원장도 참석해 정책금융기관 간 연대에 힘을 보탠다.
무보 노조는 수출금융의 특성상 금융회사와 투자기관이 밀집한 서울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무보는 직접 대출하지 않는 대신 금융시장 자금을 수출기업과 해외 프로젝트에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경쟁력 있는 금융 인프라 한가운데 위치해야 한다”며 “프로젝트 발굴과 심도 있는 분석, 심사 및 금융 구조 설계 이후 실제 자금이 조달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금융 참여자와의 연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외 시중은행과 투자기관, 외국계 금융사, 글로벌 법률·회계 자문사 등과의 신속한 대면 소통과 실시간 협업이 수출금융 업무에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노조는 무보가 금융 생태계와 물리적으로 떨어질 경우 의사결정과 지원 속도가 늦어져 국내 기업의 해외 수주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의 금융중심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정부 방침과 수출금융기관의 지방 이전이 서로 충돌한다는 주장도 내놓을 예정이다.
이튿날인 30일에는 금융노조가 2차 총파업에 나선다. 지난 4일 약 3만명이 참여한 1차 총파업 이후 26일 만이다. 한 달 사이 두 차례 총파업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금융노조는 지방 이전 반대와 함께 임금 6% 인상, 주 4.5일제 도입, 청년 채용 확대,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용자 측과의 산별교섭이 평행선을 달리는 데다 지방 이전 논의에서도 별다른 진전이 없자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18일 은행연합회 앞에서 ‘지방이전 저지 및 교섭파행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삭발했다. 금융노조는 이달 8일부터 같은 장소에 천막을 설치하고 1인 시위와 철야농성도 이어가고 있다.
윤 위원장은 “금융노동자의 삶과 금융기관의 기능을 일방적으로 흔드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충분히 이야기했고 기다렸지만 핵심 요구에 대한 사용자 측의 실질적 변화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개별 지부의 별도 파업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가 올해 4분기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내놓을 예정인 만큼 지방 이전을 둘러싼 노정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권 노조는 지역 균형발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기관별 기능과 금융시장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인 이전에는 반대하고 있다.
현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예금보험공사 등 다수 금융 관련 기관이 이전 대상으로 거론된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세종, 국책은행은 부산 등이 후보지로 오르내리고 있다.
다만 일부 기관은 관련 법률에 본점 소재지가 서울로 명시돼 있어 실제 이전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