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부재 심각…수소 가격 인하 중장기 과제
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 2025 관람객들이 현대자동차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현대차·기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8 ⓒ 뉴스1(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정부와 완성차 업계가 수소버스 확산에 속도를 내면서 친환경성과 경제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수소버스는 차량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주행거리가 길고 충전 시간도 짧다. 정부의 보조금으로 업계가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비용도 비싸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다만 수소버스 확산을 위해선 충전소 보급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 보조금에 무기한 의존할 수는 없는 만큼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연료를 중심으로 한 가격 인하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수소버스 보급 확대 박차…충전 인프라 확충 병행28일 정부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저상 800대, 고상 1000대 등 수소버스 1800대를 올해 안에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버스를 포함해 수소차를 총 7820대 보급하는 데 국비 5762억 원을 지원한다.
올해부터는 수소버스 확산을 위한 구매 지원도 강화했다. 기후부는 735억 원의 예산을 투입, 버스 1대당 최대 2억 원에 대해서 장기·저리 융자를 제공한다. 기존 구매 보조금에 더해 저금리 융자까지 제공하며 운수사업자의 구매 부담을 낮춘 것이다.
지자체들도 보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예컨대 충청남도의 경우 올해 수소버스 보조금을 저상버스 3300만 원, 고상버스 1억 1000만 원 인상했다. 인천시는 수소버스 구매 보조금에 더해 핵심 부품인 연료전지 스택 교체비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005380)는 차량 공급에 그치지 않고 충전 인프라 확대에도 나섰다. 최근 운수업체인 선진그룹, 수소충전소 업체 하이넷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선진그룹의 김포·파주 차고지 내 기존 CNG 충전소를 수소충전소로 전환하기로 했다.
선진그룹은 이를 기반으로 2032년까지 수소버스 480대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수소버스를 공급하고 정비 교육을 지원하며 하이넷은 대용량 충전소 구축·운영을 맡는다.
지난 15일 현대자동차가 강남대로 사옥에 위치한 UX 스튜디오 서울에서 선진그룹, 하이넷, 한국자동차환경협회, 한국천연가스수소충전협회와 ‘충전 인프라 혁신 기반 수소 모빌리티 보급 확대를 위한 다자간 업무협약(MOU)’을 체결 후 기념촬영하는 모습.(현대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9.16 ⓒ 뉴스1수소버스, 전기버스보다 2배 비싸지만 보조금에 경제성 확보수소버스의 경제성을 따질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차량 가격이다. 수소버스는 내연기관이나 CNG 버스는 물론 전기버스와 비교해도 차량 가격이 높은 편이다. 수소버스 대당 가격은 6억~7억 원, 전기버스는 3억~4억 원대, 경유·CNG버스는 2억 원 안팎이다.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구매보조금이 가격 차이를 상당 부분 보전하고 있어 운수사업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비용을 보면 차이가 줄어든다. 현재 수소버스 구매 시에는 국비와 지방비를 더해 3억 원가량, 전기버스 구매 시에는 1억~2억 원가량의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실제 구매 가격이 수소버스는 3억~4억 원, 전기버스는 2억 원 안팎으로 낮아지는 셈이다.
보조금을 받아도 수소버스의 가격이 전기버스보다 비싸지만, 실제 투입 환경을 감안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전기버스의 경우 수소버스에 비해 충전 속도가 느리고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짧아 추가 차량을 배치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료비 역시 비슷하다. 한국운수산업연구원의 2023년 연구에 따르면 버스 1대당 연간 연료비는 수소버스와 전기버스가 각각 2776만 원, 2629만 원으로 비슷하다. 정부가 연료 보조금을 토대로 실부담 가격을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기 때문이다. 같은 연구에서 CNG버스와 경유버스의 연간 연료비는 각각 6636만 원, 5031만 원이었다.
정부는 사용자가 부담하는 수소 실부담 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2023년 1월 기준 수소 연료 단가는 킬로그램당 8885원, 보조금은 3500원이었다. 이후 수소 가격이 1만 원 수준으로 오르자 정부는 지난해부터 보조금을 5000원으로 높였다. 최근 중동 전쟁으로 수소 가격이 1만 1000원에 육박하자 보조금을 6000원으로 재차 올렸다. 실단가를 5000원대 수준으로 유지하는 셈이다.
서울시처럼 준공영제를 운영하는 지역에선 연료별 비용 부담의 차이가 없어지기도 한다. 노선 운영 등 경영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기는 대신 연료비 등을 전액 보전받기 때문이다.
16일 오전 서울역 버스 환승 센터에서 버스들이 오가고 있다. 2026.9.16 ⓒ 뉴스1 최지환 기자"인프라 확충 시급…수소 가격 인하 방안 찾아야"버스 업계는 수소버스의 경제성 자체보다 충전 인프라 부족을 더 큰 걸림돌로 꼽는다. 수소버스를 구매하더라도 충전소가 충분하지 않으면 차량을 정상적으로 운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와 업계의 설치 노력에도 필요한 수준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실제로 서울시의 경우 수소버스 충전이 가능한 곳은 강서공영차고지 1곳에 불과하다. 은평구 진관공영차고지 등에 추가 충전소 건립을 시도하고 있지만 주민 반발에 부딪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한 버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수소버스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충전소 도입은 지연되는 상황"이라며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으면 수소버스 도입도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 수소버스 도입은 전체 시내버스 7383대 중 81대로 1%를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소 가격 역시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조금 없이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 유지되면 자생력 확보는 요원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2030년까지 생산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그린수소 가격을 킬로그램당 3500원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한 수소 분야 전문가는 "재생에너지 전력만으로 생산하는 그린 수소만을 고집하면 생산량이나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해외에서 수소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