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상 최종 투자처 선정권은 트럼프에
정부 "새 변수·쟁점 없어"
연합뉴스2000억달러 규모 대미 전략투자의 국내 절차가 상실상 마무리됐지만 미국의 '마지막 사인'이 늦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22일 국회에 첫 사업 추진계획을 보고한 뒤 엿새째인 28일까지 미국 측 최종 발표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미가 체결한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투자위원회가 추천한 투자처를 최종 선정하는 권한을 갖는다. 그동안 관세와 대미투자 등을 둘러싸고 추가 요구를 내놓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선정 과정에서 사업 내용이나 조건에 다른 판단을 내놓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8일 정부에 따르면 한미 전략적 투자 MOU 제1항은 미국 대통령이 투자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투자사업을 선정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투자위원회는 상업적으로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는 사업을 대통령에게 추천한다. 추천에 앞서 한국과 직접 협의하거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한미 협의위원회를 통해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한국은 이 과정에서 전략적·법적 고려사항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2일 국회에 대미 전략투자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총사업비 223억달러 규모의 미국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첫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후속으로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검토한다는 내용인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정은 실제 투자 집행으로 넘어가기 위한 절차이기도 하다. MOU는 한국의 투자금 납입이 미국 대통령의 투자 선정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최소 45영업일 이후 이뤄지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처를 선정한 뒤에도 국내 한미전략투자 운영위원회가 최종 투자 결정과 자금 집행을 심의·의결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국회 보고를 마쳤더라도 미국 대통령의 선정과 국내 최종 투자 결정 절차가 남아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국회 보고 이후 닷새가 지나도록 미국 측의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고 있다. 미국이 그동안 한국에 대미투자의 신속한 이행을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발표가 예상보다 늦어지자 미국 측 내부에서 추가적인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대미투자 이행 속도를 문제 삼아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가능성을 거론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이란전쟁 지원 문제와 한국 내 미국 기업의 처우 등 다른 한미 현안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대미투자 최종 선정 과정에서 추가 요구가 제기되거나 다른 현안이 함께 거론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배경이다.
물론 MOU상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협의되지 않은 사업을 임의로 대미투자 대상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투자위원회의 추천과 한미 간 사전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기존 협상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요구를 제기하거나 이미 논의된 사안을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올려온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을 감안하면 MOU에 규정된 절차만으로 불확실성이 모두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 측 발표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선정 과정이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발표 지연을 새로운 협상 변수의 등장으로 해석하는 데 선을 긋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 보고로 우리 국내 절차는 완료됐다. 추진계획의 공동 발표를 위한 미국 측 내부 절차 완료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현재까지 새로운 변수나 쟁점이 생긴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