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시티오브런던 소재 런던증권거래소(LSE). /사진=성시호#NH투자증권 뉴욕 현지법인에는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뿐 아니라 다른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 과거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주 중심으로 투자 주문을 넣는 식이었다면 최근에는 기업 미팅이나 깊이 있는 리서치 자료를 요청한다. 한국 기업을 직접 탐방하고 싶다는 요청도 많아져 이를 조율하는 업무로 바빠졌다.#한국투자증권 홍콩법인은 올해 본사와 함께 현대카드와 우리카드의 신디케이트론 공동 주관을 맡아 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규모는 각각 3억5000만달러(약 4900억원), 3억달러(약 4100억원)다. 홍콩법인은 자기자본투자와 채권 중개에 그치지 않고 본사·다른 해외법인과 함께 IB(투자은행) 딜을 발굴하고 현지 투자자에게 국내 주식과 금융상품 투자를 연결하는 등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내 증권업계의 해외 사업이 고공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스피가 글로벌 증시 가운데 돋보이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국내 기업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사업 기회가 커졌다. 올해 증권업계의 해외법인 순이익은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 3곳의 올해 상반기 해외법인 순이익(미래에셋증권은 세전이익)은 약 950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증권사 해외법인 순이익(654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 추세라면 올해 1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증권사별로는 미래에셋증권이 전년 동기보다 480% 급증한 8523억원, NH투자증권이 67.9% 늘어난 497억원, 한국투자증권이 33.7% 늘어난 482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사 해외점포 순이익 추이/그래픽=임종철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베트남과 홍콩 등 기존 아시아 법인의 수익 기반이 안정되는 가운데 미국 IB(기업금융), 크레딧 사업 성과가 확대되며 수익원이 다변화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해외 법인별 핵심 비즈니스가 안정화되면서 전반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 평가이익이 반영되면서 이익이 급증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법인 실적은 최근 10년간 꾸준히 성장해왔다. 2017년 480만달러에 불과했던 해외법인 순이익은 지난해 4억5580만달러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2017년 초대형IB 제도가 도입되면서 대형 증권사들이 덩치를 키우고 사업을 넓혀 해외 사업 규모가 한 단계 뛰었다. 이후 최근 2년간 글로벌 증시 활황으로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와 해외 투자자의 국내 주식 투자가 늘어난 점이 실적 성장으로 이어졌고 IB, 크레딧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특히 최근 2년간 이익 증가율은 150%에 달한다.
국내 증권사들은 2010년대 아시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리테일 브로커리지 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거뒀다. 특히 베트남, 인도네시아 주식 브로커리지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했다. 베트남 주식 브로커리지 시장에서 한국투자증권은 9위, 미래에셋증권은 10위에 올라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인도 대형 리테일 증권사인 쉐어칸을 인수하며 현지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홍콩, 런던 등 선진 시장으로 사업 기회를 넓히고 있다. IB와 자기자본투자뿐 아니라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 해외 투자자의 국내 금융상품 투자를 연결하는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임경준 한국투자증권 홍콩법인장은 "최근 한국 금융사의 해외사업과 해외 투자자의 한국 투자는 동시에 크게 변화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한국 금융회사가 해외에 나가 현지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글로벌화(Globalization)의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반대로 홍콩과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과 채권, 금융상품에 얼마나 쉽고 효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인가도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현지에서 국내 증시와 증권업계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우연광 한국투자증권 KIS US 법인장은 "은행 예금에서 자본 시장 투자로 바뀌고 있는 한국의 큰 흐름에 해외 IB들의 관심이 많다"며 "최근 뉴욕에서 열린 IR 행사인 'KIS 나잇'에서도 누버거, JP모간 등 유수의 IB들이 모여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한중석 한국거래소 런던사무소장은 "코스피가 9000을 넘으면서 글로벌 브랜드가 된 것 같다"며 "최근 IR에서도 온도 차이가 엄청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적 성장에 그치지 않고 경쟁력 있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거듭나려면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가별로 규제와 시장 환경이 다르고 경쟁력 있는 사업 기반을 구축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업계는 이를 위해 규제 완화 등 정책 지원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각 지역별로 특성이 다르고 자본시장 발전 단계도 제각각이어서 시장별로 차별화된 전략과 투자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한 만큼 현지법인에 대한 자본 투입과 신용공여, 해외 금융회사 인수·합병 등에 적용되는 국내 건전성 규제를 사업의 실질과 위험 수준에 맞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