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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낡은 집 고쳐준다더니 최장 12년…저소득층 집수리 ‘하세월’

요약
  • 저소득층의 낡은 집을 고쳐주는 '수선유지급여' 제도가 예산 부족으로 수급 확정 후 실제 수리까지 평균 4.97년, 최장 12년 가까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 LH는 예산 부족을 원인으로 꼽으며 재수선 주기 연장을 검토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급 확정 후 수리까지 평균 4.97년…5년 새 두 배
최장 11.86년 기다려야…부산은 평균 8.68년 달해
LH, 주거복지 분리 앞뒀는데…기존 사업도 ‘삐걱’
재수선 주기 연장 검토…“눈속임 불과, 시정 필요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정부가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층의 낡은 집을 고쳐주겠다며 만든 ‘수선유지급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급자로 확정된 뒤 실제 집을 고치기까지 길게는 12년을 기다린 사례도 나왔다. 정부가 주거복지 확대를 내세우는 가운데 가장 취약한 계층을 위한 기존 제도부터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챗GPT 생성)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종오 진보당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수리를 마친 수선유지급여 신규 수급자는 수급 확정 이후 공사 완료까지 평균 4.97년을 기다린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2.43년의 두 배를 넘어선 수준이다.

평균 소요기간은 2022년 2.56년, 2023년 2.81년, 2024년 3.18년, 지난해 3.48년으로 매년 길어졌다. 올해 수리를 받은 신규 수급자 가운데 가장 오래 기다린 경우는 11.86년에 달했다.

수선유지급여는 기초주거급여 자가 수급자 가구의 노후주택을 고쳐주는 제도다. 최근 노후 주택이 늘면서 수요는 급증했지만 수리 물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 8월 기준 수선유지급여 전체 수급 대상은 8만8831건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2021년 4만8792건과 비교하면 82.1% 늘었지만 올해 8월까지 실제 수리를 마친 건수는 1만4594건에 불과했다.

문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미 장기 대기가 지적됐지만 1년이 지나도록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LH는 핵심 원인으로 예산 부족을 꼽았다. LH 측은 “지난 5월 물량 확대 및 중장기 해소 계획을 수립해 국토교통부와 기획예산처에 제출해 예산 반영을 요청했다”며 “정부 예산이 충분히 배정되지 않아 단기간 공사 물량 확대가 어려워 대기기간 단축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결국 LH가 검토하는 대책 중 하나는 기존 수급자의 ‘다음 수리’를 늦추는 것이다. 현재 경보수 3년·중보수 5년·대보수 7년인 재수선 주기를 각각 5년·7년·10년으로 늘려 재수선 물량을 줄이고 이를 신규 수급자와 장기 대기자에게 돌리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는 부족한 수선 물량을 기존 수급자와 신규 수급자 사이에서 재배분하는 데 그쳐 근본적인 해법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가 LH의 개발 기능과 주거복지 기능을 분리하는 조직개편을 추진하면서 주거복지 사업의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동안 LH는 택지개발 등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임대주택·주거복지 사업의 손실을 보전해왔지만 조직 분리 이후에는 이 같은 교차보전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수선유지급여가 이미 예산 부족으로 수급 확정 후 수년씩 기다리는 상황인 만큼 주거복지 기능 분리에 앞서 안정적인 재정 지원과 전담 인력 확보, 장기 적체 해소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 의원은 “재수선 주기 연장은 대기기간 산정 기준을 줄이는 ‘눈속임’에 불과해 대책이라 할 수조차 없다”며 “현물급여라는 차이가 있을 뿐 현금급여인 주거급여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제도인데 예산 부족을 이유로 장기 대기가 만연한 것은 수급 대상자에 대한 현저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실태를 시정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국토부와 LH, 예산당국의 심각한 책임 방기”라며 “앞으로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수선유지급여의 정상적인 운영에 필요한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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