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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많이 먹으면 당뇨병 위험 높아지는 이유 찾았다? [건강팩트체크]

요약
  • 적색육에 포함된 당 성분인 'Neu5Gc'가 체내에서 만성 염증을 유발해 제2형 당뇨병 위험을 높인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 프랑스 연구진이 성인 약 9만 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Neu5Gc 섭취량이 많을수록 당뇨병 발병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고기나 돼지고기, 양고기 같은 붉은 고기(적색육) 섭취와 제2형 당뇨병 위험의 연관성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적색육에 들어 있지만 사람의 몸에서 생성되지 않는 ‘Neu5Gc’라는 당 성분이 둘 사이를 잇는 하나의 연결고리일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음식으로 섭취한 Neu5Gc가 체내 조직에 들어오면 면역계가 이를 이물질로 인식해 항체를 만들고 만성적인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러한 과정이 제2형 당뇨병 위험 증가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관성은 신체활동, 전반적인 식사의 질, 흡연 여부, 다른 건강 상태 등 제2형 당뇨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유지됐다. 체질량지수(BMI)까지 추가로 보정하면 연관성은 약해졌지만 여전히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연구를 이끈 프랑스 소르본 파리 노르대학교의 레오폴드 폐죄(Leopold Fezeu)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만성 염증이 붉은 고기 섭취와 제2형 당뇨병을 연결하는 구체적인 기전일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며 “이러한 연관성은 개인이 섭취하는 붉은 고기의 양만으로는 일부 설명되지 않으며, 체지방과도 부분적으로 독립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분석 결과 육류에서 섭취한 Neu5Gc 섭취량이 많을수록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9월 28일부터 10월2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유럽당뇨병학회(EASD)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대부분의 포유류는 N-글리콜릴뉴라민산(N-glycolylneuraminic acid·Neu5Gc)이라는 당을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한다. 그러나 인간은 오래전 CMAH 유전자에서 발생한 돌연변이로 인해 이를 만드는 능력을 잃었다.

Neu5Gc는 소고기와 양고기, 돼지고기 등 적색육에 주로 들어 있으며, 특히 소고기와 양고기에서 높은 수준으로 검출된다. 유제품에도 상대적으로 적은 양이 들어 있다.

음식으로 섭취한 Neu5Gc가 사람의 조직에 들어오면 면역계는 이를 외부에서 들어온 이물질(이종 자가항원)로 인식해 항체를 만든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만성적인 면역 활성화, 즉 만성 염증 반응을 ‘제노시알리티스(xenosialitis)’라고 한다. 이러한 염증 반응은 이전 연구에서 심혈관질환이나 암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진은 이번에 Neu5Gc가 만성 염증을 일으켜 제2형 당뇨병 발생에 관여할 가능성을 새롭게 들여다봤다.

이를 위해 식습관과 생활습관, 건강 사이의 관계를 조사하는 프랑스의 대규모 장기 전향적 관찰 코호트 연구인 ‘NutriNet-Santé’에 참여한 성인 8만9953명의 자료를 활용했다.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42세였으며 79%가 여성이었다. 연구 시작 당시 제2형 당뇨병이나 암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분석 대상 붉은 고기에는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토끼고기, 염소고기 등이 포함됐다. 베이컨과 소시지 등 가공육은 별도의 식품군으로 조사했으며 유제품 역시 별도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작성한 세 차례의 24시간 식사기록과 식품별 Neu5Gc 함량을 정리한 검증된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참가자들의 하루 Neu5Gc 섭취량을 추정했다.

이어 육류에서 섭취한 Neu5Gc의 양에 따라 남성과 여성을 각각 5개 집단으로 나누고, 섭취량이 가장 적은 하위 20%를 기준으로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을 비교했다.

중앙값 7.2년간의 추척관찰 기간에 966명이 제2형 당뇨병을 새롭게 진단받았다.

분석 결과 육류에서 섭취한 Neu5Gc 양과 제2형 당뇨병 위험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이 나타났다. 특히 Neu5Gc 노출 수준이 높은 구간에서 위험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나이와 성별, 신체활동, 흡연 여부, 기저 질환 등 여러 교란 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육류 유래 Neu5Gc 섭취량이 가장 많은 상위 20%는 가장 적은 하위 20%보다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63% 높았다.

두 번째 많이 섭취한 집단도 하위 20%보다 위험이 41% 높았다.

구체적으로 하위 20%를 기준으로 했을 때 당뇨병 위험비(HR)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집단에서 각각 1.00과 1.10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반면 네 번째 집단에서는 1.41, 최상위 집단에서는 1.63으로 높아졌다.

연구진은 이러한 양상이 Neu5Gc가 조직에서 일정 수준 이상 축적될 경우 면역반응이 커지는 ‘역치(threshold) 메커니즘’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이러한 기전을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연관성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나타났으며, 성별에 따른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Neu5Gc 섭취량 상위 20%에 속한 남성은 하루 붉은 고기를 중앙값 97g 섭취했다. 가공육을 포함하면 136g이었다. 여성은 붉은 고기 73g, 가공육을 포함하면 96g을 섭취했다.

반면 하위 20% 남성의 하루 붉은 고기 섭취량은 중앙값 5g, 가공육을 포함하면 21g이었다. 여성은 각각 0g과 9g이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Neu5Gc를 많이 섭취한 사람은 붉은 고기 자체도 많이 먹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뇨병 위험 증가가 Neu5Gc 때문인지, 붉은 고기를 많이 먹은 데 따른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연구진이 이를 구분하기 위해 붉은 고기 총섭취량까지 통계적으로 추가 보정하자 Neu5Gc와 제2형 당뇨병의 연관성은 약해져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게 됐다. 다만 위험이 높아지는 방향은 유지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는 Neu5Gc가 붉은 고기와 당뇨병을 연결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일 가능성은 있지만, 이번 연구만으로 붉은 고기에 포함된 다른 성분의 영향과 분리해 Neu5Gc 자체가 제2형 당뇨병 위험에 미치는 독립적인 영향을 확인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반면 유제품에서 섭취한 Neu5Gc와 제2형 당뇨병 사이에는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소고기나 양고기에 비해 우유의 Neu5Gc 함량이 낮고, 일반적으로 한 번에 섭취하는 양도 적다는 점과 일치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모든 식품에서 섭취한 Neu5Gc를 합쳤을 때는 섭취량 상위 20%가 하위 20%보다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37% 높았다. 이러한 연관성은 주로 붉은 고기에서 섭취한 Neu5Gc에 의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페죄 박사는 “육류에서 유래한 Neu5Gc가 전체 식품에서 섭취한 Neu5Gc보다 제2형 당뇨병 위험과 더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며 “식품 공급원에 따른 차이가 있을 수도 있고 붉은 고기의 다른 성분들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연구에서는 Neu5Gc 함량이 가장 높은 소고기나 양고기 대신 가금류나 식물성 단백질을 선택하는 등 적색육에서 섭취하는 Neu5Gc를 줄이는 것이 제2형 당뇨병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Neu5Gc와 붉은 고기의 다른 성분인 헴철 등이 제2형 당뇨병 위험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조사할 예정이다. 또한 항-Neu5Gc 항체를 직접 측정해 연구진이 제시한 만성 염증 기전을 검증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이기 때문에 Neu5Gc 자체가 제2형 당뇨병 위험을 높였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는 없다. 연구진이 측정하지 못한 생활습관 등의 영향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아직 최종 검증되지 않은 예비 분석으로, 분석이 마무리되면 위험 추정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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