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연관 간질환에서 장 내부의 면역항체가 간의 염증·손상을 유도하는 기전이 규명됐다. 게티이미지장에서 세균과 바이러스를 막는 항체인 ‘면역글로불린A(IgA)’가 과도한 음주를 계기로 간으로 이동할 경우 염증반응과 간세포 손상을 유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과 간 사이의 연결축에서 장내 미생물 외에 인체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면역항체도 간의 염증에 관여한다는 점을 새롭게 밝혀낸 연구 결과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 연구팀(탁권용 임상강사, 김민구 석사과정생)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를 국제학술지 ‘거트(Gut)’에 게재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진은 면역글로불린A가 증가하는 이유와 간질환과의 관련성을 살펴보기 위해 환자의 혈액과 간 조직 분석에 동물모델 및 인간 면역세포 실험 등을 결합해 연구를 진행했다.
면역글로불린A는 주로 장과 호흡기 등 외부 환경과 맞닿아 있는 점막에서 외부 미생물의 침입을 방어하는 항체로, 특히 장에서는 수많은 장내 미생물이 체내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막는 면역 기능을 수행한다. 그동안 알코올 연관 간질환 환자 중에선 혈중 면역글로불린A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흔히 관찰됐으나, 해당 수치의 증가가 간질환의 원인 혹은 결과인지에 관해선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분석 결과, 음주로 장 장벽에 변화가 생기면 장에서 생성된 면역글로불린A가 간으로 이동했고, 이어 대식세포 등 면역세포와 상호작용하면서 강한 염증반응을 불러 간세포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면역글로불린A와 간 면역세포 간의 상호작용을 차단했을 때는 염증반응과 간 손상이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면역글로불린A는 혈중 수치가 높을수록 간 조직에 축적되는 양은 물론 간의 면역세포인 단핵구·대식세포와의 결합도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면역글로불린A가 간 면역세포와 맞닿아 있는 양상은 염증반응에 관여하는 인터루킨-1베타(IL-1β)의 증가와도 관련이 있었다. 또한 알코올을 투여한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동일한 일련의 기전이 재확인됐고, 면역세포의 이동을 조절하는 약물(FTY720)을 투여했을 때 혈중 면역글로불린A와 함께 염증반응과 간 손상이 감소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들 분석을 종합해 간질환 때문에 면역글로불린A가 증가한 것이 아니라, 면역글로불린A가 간의 염증반응에 관여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한 이 결과를 알코올 연관 간질환의 진단·치료에 활용할 수 있게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탁권용 임상강사는 “향후 혈중 면역글로불린A가 실제로 어떤 환자의 간 내부 염증을 잘 반영하는지 확인한다면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성필수 교수는 “알코올 연관 간질환을 직접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여전히 제한적이지만, 본래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항체인 면역글로불린A 전체를 단순히 억제하는 것이 치료 목표가 될 수는 없다”면서 “앞으로 정상적인 면역기능은 유지하면서 병적인 장·간 면역글로불린A 면역축만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치료전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