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12조6000억원 만기…단기채 비중 확대
늘어난 카드대출 절반 이상이 저신용 차주 몫
8개사 이익잉여금 26조원…비용 증가에 대비[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낮은 금리에 발행했던 카드채 만기가 돌아오면서 카드사들의 이자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만기가 도래하는 카드채는 평균 연 3% 중반에 발행됐지만, 최근 신규 발행금리는 연 4% 중반까지 올랐다. 차환 부담에 카드대출 건전성 우려까지 겹친 가운데 8개 전업카드사의 이익잉여금도 일제히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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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어 카드채를 비롯한 시장성 자금에 의존하고 있다. 카드사들의 조달 규모도 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자금조달 평균잔액은 177조2626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평균잔액보다 3.2% 늘었다. 카드론과 할부금융 등 영업자산을 운용하기 위한 자금 규모가 확대된 가운데 조달금리까지 상승한 것이다.
실제 신규 발행금리와 만기도래 채권의 금리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상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7~8월 카드채 신규 발행금리는 평균 연 4.42%로, 3분기 만기도래 카드채의 평균 발행금리 연 3.51%보다 0.91%포인트 높았다. 두 금리의 차이는 올해 1분기 0.04%포인트에서 2분기 0.67%포인트, 3분기 0.91%포인트로 확대됐다. 만기 채권을 같은 규모로 차환하더라도 과거보다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구조다.
만기도래 물량도 예년보다 많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카드채 만기도래액은 12조6000억원으로, 2020~2025년 반기 평균인 10조5000억원을 웃돈다. 내년에는 상반기 16조2000억원, 하반기 15조10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카드채 발행 만기도 짧아졌다. 만기 2년 이하 카드채의 발행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3.6%에서 올해 상반기 52.4%로 높아졌다. 한은은 조달비용을 낮추려는 카드사의 수요와 금리 상승기에 장기채 투자 수요가 약해진 시장 여건이 함께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단기채 비중이 커질수록 만기가 자주 돌아와 금리 변동이 조달비용에 반영되는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조달비용 증가와 함께 카드대출 건전성도 변수로 꼽힌다. 최근 늘어난 카드대출 가운데 신용평점 하위 20%인 저신용 차주 대상 대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카드사 연체율은 지난해 말 1.92%에서 올해 6월 말 1.83%로 낮아졌지만, 금리 상승으로 취약 차주의 상환 부담이 커지면 대손비용도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익성은 이미 하락세다. 카드사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지난해 1.2%에서 올해 6월 말 0.9%로 낮아졌다. 가맹점수수료율 인하와 마케팅 비용 증가로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이 약해진 가운데 카드대출 부실 위험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런 상황에서 8개 전업카드사의 올해 6월 말 이익잉여금은 합계 26조299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조4012억원(5.6%) 늘었다. 8개사 모두 이익잉여금이 증가했다. 이익잉여금은 회사에 남은 누적 이익으로, 카드채 상환에 곧바로 쓸 수 있는 현금은 아니다. 다만 향후 이자비용과 대손비용이 늘어날 때 손실을 감당할 자본 여력과 관련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과거 낮은 금리로 발행한 채권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차환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연말 실적을 더 지켜봐야 하지만, 조달비용과 대손비용 증가에 대비해 이익을 내부에 유보하려는 흐름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