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 사용자 약 300명·벤치마크 최고 94%
2027년 AI-실험장비 연동 목표
히츠 공동창업자이자 대표인 김우연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히츠인공지능(AI) 신약개발 기업 히츠가 시리즈B 투자로 183억원을 유치했다.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연구 과정 전반을 돕는 ‘AI 코사이언티스트(Co-Scientist·AI 과학자)‘를 오는 11월 정식 출시하고, 2027년에는 자동화 실험 장비와 연결해 성과를 낼 계획이다.
28일 히츠에 따르면 이번 시리즈B는 183억원 규모로 최종 마무리됐다. 프리미어파트너스, 한국투자파트너스,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확보한 자금은 AI 신약개발 기술과 제품 고도화, 제약·바이오기업 대상 사업 확대 등에 투입한다.
히츠는 김우연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가 2020년 창업한 AI 신약개발 기업이다. 신약 후보물질 탐색·설계 플랫폼 ‘하이퍼랩’을 개발해 왔으며, 최근에는 카이스트 연구진과 개발한 바이오 AI 모델 ‘K-폴드(K-Fold)’의 상용화도 맡고 있다. 2024년 시리즈A 브릿지까지 누적 103억원을 투자받았고, 이번 시리즈B를 포함한 누적 투자 유치액은 286억원이다.
특화 AI 묶어 연구 전 과정 수행… 바이오·AI 연구진이 만든 ‘AI 과학자’
신약 연구는 표적 선정과 문헌·데이터 확인, 가설 수정 등 여러 단계를 거친다. 히츠가 개별 AI 모델에서 AI 코사이언티스트로 개발 범위를 넓힌 것도 이런 연구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다.
AI 코사이언티스트는 연구자의 질문에 따라 단백질 구조 예측·독성 분석·분자 설계용 특화 AI와 데이터베이스 등을 활용하고, 여러 AI 에이전트에 문헌 검색과 데이터 분석, 예측 등의 역할을 나눠 연구 절차를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히츠 본사에서 만난 임재창 히츠 공동창업자 겸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는 이를 축구팀에 빗대 “선수 11명이 있다고 알아서 뛰게 하는 게 아니라 공격수와 미드필더, 수비수의 역할을 정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범용 거대언어모델(LLM)의 추론 능력과 별개로 연구 절차에 맞는 에이전트 설계와 신약개발용 특화 모델을 만드는 것이 회사 기술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용 AI에서는 답뿐 아니라 근거도 중요하다. 히츠는 논문과 생물학 데이터베이스, 지식그래프 등을 함께 활용해 가설의 근거를 교차 검증한다. 정원호 히츠 연구원은 “연구는 지금까지 밝혀진 지식을 쌓아 그곳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과정”이라며 “일반적인 챗에서는 넘어갈 수 있는 잘못된 사실도 연구에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스템을 개발하려면 AI 기술뿐 아니라 화학·생물학 등 실제 신약개발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히츠가 바이오와 AI를 함께 다뤄온 연구진 구성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이유다. 전체 인력 36명 가운데 석·박사는 ‘국내 AI 신약개발 1호 박사’로 불리는 임 CAIO를 포함해 19명(53%)이며, AI 연구본부 15명 중 박사는 7명, 석사 7명이다. 연구진이 발표하거나 참여한 AI·바이오 분야 논문은 누적 21편, 정부 연구·개발(R&D) 과제는 13건이다.
지난 6월 앤트로픽 해커톤에서는 정원호 연구원과 다니일 멜니첸코 히츠 연구원이 38개 팀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정 연구원은 카이스트에서 AI·바이오 분야 박사과정을 거쳤고, 멜니첸코 연구원은 국제화학올림피아드 메달리스트로 바이오 및 뇌공학 분야에서 AI를 연구한 카이스트 석사 출신이다.
히츠 연구진이 인공지능(AI) 신약개발 플랫폼 ‘하이퍼랩’을 활용해 연구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히츠벤치마크 94%·베타 사용자 300명… 11월 정식 출시
회사에 따르면 AI 코사이언티스트 기술을 적용한 ‘하이퍼랩 코사이언티스트’는 최근 생물정보학 평가 빅스벤치-베리파이드-50(BixBench-Verified-50)에서 94%, 과학적 추론 능력을 보는 프런티어사이언스 올림피아드에서 84%, 생물학 데이터 분석 능력을 평가하는 앤트로픽의 바이오미스터리벤치에서 69.7%를 기록했다. 일부 평가에서는 범용 AI 모델보다 높은 수치가 나왔다.
다만 실제 연구자가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지는 실사용을 통해 추가 검증해야 한다. 사용하는 LLM과 인터넷 접근 여부, 연결된 데이터베이스·분석 도구 등에 따라 평가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벤치마크와 실제 연구 환경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실제 연구 현장에서의 사용성도 검증하고 있다. 현재 연구자 약 300명이 하이퍼랩 코사이언티스트의 베타 버전을 사용 중이다. 회사 측은 국립암센터의 한 연구자로부터 데이터 분석에서 석사급 연구원에 가까운 작업을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반면 결과가 더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는 피드백도 있었다.
임 CAIO는 “여러 문헌과 분석 도구를 사용하는 만큼 일반적인 생성형 AI보다 답이 늦을 수 있다”며 “여러 단계의 추론 중 하나가 틀리면 잘못된 결론으로 갈 수 있고, 정확도를 높이면 속도가 느려지는 문제 역시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히츠는 베타 테스트를 거쳐 11월 정식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화순전남대병원 종양내과 등 복수 기관과 유료 계약을 맺었고, 국립암센터와는 AI 기반 항암 신약개발을 위한 3년 협약을 체결했다.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와도 하이퍼랩 관련 계약을 3년 연속 갱신했다.
하이퍼랩 3.0을 실행한 모습./히츠연구노트 읽고 실험까지… 2027년 자율실험실 연동
11월 상용화 이후 히츠가 준비하는 다음 단계는 AI 코사이언티스트를 연구실 내부 데이터와 실제 실험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우선 전자연구노트와 연동해 논문과 공개 데이터뿐 아니라 연구실이나 제약사의 과거 실험과 실패 사례까지 참고하도록 개발하고 있다.
멜니첸코 연구원은 “연구자가 연구실에 왔을 때 가장 먼저 열고 하루 종일 대화하는 도구가 되려면 연구 과정이 계속 기록돼야 한다”며 “연구노트처럼 에이전트가 기록을 만들고 사람이 검토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AI를 실험 장비와 연결한다. 현재 AI 코사이언티스트는 데이터를 분석해 다음 실험을 제안할 수 있지만 직접 합성하거나 실험하지는 못한다. 히츠는 외부 자율실험실 업체와 개념검증(PoC)을 진행하며, AI가 실험 조건을 제시하면 자동화 장비가 실험하고 결과를 다시 AI가 분석하는 구조를 개발하고 있다. 향후 후보물질의 설계·합성·시험·분석까지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임 CAIO는 AI 코사이언티스트와 실험 장비를 잇는 첫 단계에서 2027년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히츠는 이번 투자금을 AI 코사이언티스트와 자율실험실 연동 등 기술 개발에 투입하는 한편, 제약·바이오기업의 내부 데이터와 AI를 연결하는 연구 분야 AI 전환(AX) 사업과 해외 진출도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