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타트업타운 운영 한 곳뿐
“중복 사업”에 7년만에 통합 선언
팬데믹때 만든 스마트병원 사업
“성과 미흡” 판단에 2년 조기 종료
지자체 주도 지역균형도 자취 감춰
문재인 정부 시절 ‘한국판 뉴딜’ 대표 지역 창업 사업으로 추진된 ‘그린스타트업타운’이 7년 만에 종료 수순을 밟게 된 데에는 기존 사업과의 기능 중복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비슷한 역할을 하는 ‘스타트업파크’가 이미 운영되고 있었는데도 별도의 창업 거점 사업을 새로 만들었고 결국 같은 이유로 신규 조성을 접게 된 것이다. 또 정권 교체 이후 정책 기조가 달라지면서 사업 확대 필요성에 대한 동력도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그린스타트업타운은 2020년 출범했다. 도심 한곳에 스타트업 입주·보육 공간과 연구개발(R&D), 투자, 네트워킹 기능을 모으고 주거·문화·복지시설까지 붙인 복합 창업 거점을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충남 천안을 시작으로 광주·대구·강원 원주·부산·경남 진주 등 6곳이 선정됐다. 그러나 준공을 마치고 실제 운영에 들어간 곳은 천안 한 곳뿐이다. 광주·대구·원주는 운영에 필요한 지자체 허가를 앞두고 있고 부산·진주는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다.
중복 사업으로 지목된 스타트업파크는 2019년 시작됐다. 창업기업과 투자자, 대학·연구기관 등을 한곳에 모아 지역 혁신 창업 생태계를 만드는 사업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두 사업을 구분하려고 그린스타트업타운에 주거·문화·복지 기능을 더한 ‘복합형’ 모델을 적용했다. 하지만 사업이 진행되면서 창업기업 보육, 투자 연계, 네트워킹 같은 핵심 기능이 겹친다는 문제가 드러났다. 중기부는 결국 두 사업을 따로 운영할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중기부는 앞으로 새로운 지역 창업 거점 수요에 대해서는 스타트업파크를 통해 대응하기로 했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부산과 경남 진주 사업을 내년까지 마무리한 뒤 추가 지역을 선정하지 않을 계획이다. 관련 예산도 올해 225억 원에서 내년 36억 원으로 84% 줄어든다. 앞으로 그린스타트업타운은 국비 지원 없이 지자체 예산만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그린스타트업타운과 스타트업파크는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지역 창업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측면에서는 기능이 유사하다”며 “관련 인프라가 주요 지역에 상당 부분 구축됐고 앞으로 추가 수요가 발생하더라도 스타트업파크를 통해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처음 구상과 달리 정책 동력이 떨어지거나 정권이 바뀌면서 축소되거나 중단된 한국판 뉴딜 사업은 다른 부처에도 여럿이다. 특히 정권 교체 이후 정책 우선순위가 바뀌면서 일부 사업은 예산이 줄거나 추진 동력을 잃고 사실상 좌초됐다.
보건복지부가 디지털 뉴딜의 의료 분야 대표 사업으로 내세운 ‘스마트병원 선도 모델 개발 지원 사업’은 계획보다 2년 먼저 막을 내렸다. 감염병 위기를 계기로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웨어러블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의료 현장에 접목하겠다는 취지였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며 야심 차게 출발했지만 결국 재정 당국의 ‘성과 미흡’ 판단을 넘지 못했다. 2025년까지 18개 분야 모델을 만들겠다던 계획은 12개에서 멈췄고 2024년 정부 예산안에서는 관련 예산이 아예 사라졌다. 글로벌 스마트병원 시장은 인구 고령화와 의료 인력 부족, 병원 운영 효율화 수요 등을 배경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비즈니스리서치컴퍼니에 따르면 스마트병원 시장 규모는 2030년 1905억 6000만 달러(약 26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사업 중단으로 한국이 글로벌 스마트병원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현 산업통상부)의 ‘가정용 스마트전력 플랫폼’ 사업도 대표적인 사업 축소 사례다. 그린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2020년 9월부터 추진된 이 사업은 고압아파트 500만 가구에 지능형검침인프라(AMI)를 구축해 에너지 이용 효율을 높이는 게 목적이었다. 국비 3525억 원을 포함해 총사업비 705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수요 부진에 당초 500만 가구였던 사업 규모는 245만 가구로 반 토막 났다. 축소된 목표 물량조차 기한 내 구축하지 못하면서 마지막 연도 사업은 두 차례 연장 끝에 2023년 말 종료됐다.
그린뉴딜을 계기로 지원이 늘었던 신재생에너지 핵심기술개발 사업도 예산이 깎였다. 정부는 2022년 2차 추경에서 연내 집행이 어렵다고 본 신규 과제를 중심으로 219억 원을 삭감했다. 이에 따라 사업비는 2971억 9000만 원에서 2752억 9000만 원으로 줄었다. 신규 과제 예산 중 태양광이 159억 9400만 원에서 91억 3400만 원으로, 풍력이 392억 3200만 원에서 190억 800만 원으로 각각 감소했다.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스마트 그린도시’도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정부는 2020년 그린뉴딜 대표사업으로 전국 25곳을 선정해 2021~2022년 총 29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순천과 부천 등 2곳은 사업이 취소됐고 당초 종료 시점인 2022년 말까지 준공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사업 기간을 연장해 공사를 이어갔지만 추가적인 전국 단위 신규 선정 없이 사업은 마무리됐다.
지자체가 주도한 지역균형 뉴딜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행정안전부의 ‘지역균형 뉴딜 우수사업 공모’는 2021년 한 차례로 끝났다. 이 사업을 전담하려고 행안부에 설치한 ‘지역균형뉴딜추진단’도 정권 교체 뒤 정부 조직과 정책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사라졌다.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을 역임한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대표는 “그린스타트업타운 사업은 중기부 내에서도 창업 분야가 아닌 정책 등 다른 분야에서 다뤄진 사업 중 하나였다”면서 “앞으로 스타트업파크와 통합되면 창업자 육성과 지역 창업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더욱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판 뉴딜에 앞서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등도 정권 교체 이후 위상이 급격히 떨어진 바 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권이 바뀌면서 사장되는 사업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은 국가의 성장 동력을 키워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큰 패착”이라며 “지금이라도 실제 국가 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