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정국이 독일 명품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 카메라를 들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정국 SNS 갈무리20년 전 파산 위기에 몰렸던 독일 카메라 제조업체 라이카가 초고가 전략을 앞세워 부활했다. 카메라 한 대에 1000만원이 넘는 가격을 책정하면서도 제품의 희소성과 전통적인 제조 방식을 내세워 명품 시장을 공략했다. 최근 5년 중 4년간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면서 침체에 빠진 유럽 제조업의 이례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00만원짜리 카메라, 유럽 제조업의 보기 드문 성공 사례’라는 제목으로 라이카의 부활 과정을 집중 조명했다.
라이카는 100년 전 소형 카메라를 내놓은 독일 업체다. 디지털 카메라가 대중화하면서 한때 위기를 맞았지만 최근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레트로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뚜렷한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했다.
라이카가 지금의 초고가 전략을 택하기까지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안드레아스 카우프만 라이카 이사회 의장이 회사를 17억 달러에 인수할 당시만 해도 라이카는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카메라 시장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파산 위기에 놓여 있었다.
일본 업체들이 디지털 카메라를 앞세워 시장 변화를 주도했지만 라이카 경영진은 이를 일시적인 흐름으로 봤다. 이후 카우프만 의장은 새로운 경영진을 영입하고 기술 투자에 나섰다. 그 결과 2006년 라이카 최초의 디지털 레인지파인더(RF) 방식 카메라 ‘M8’을 선보였다. M8의 성공은 라이카가 디지털 시장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현재 라이카의 연간 매출은 약 6억 5000만 달러(한화 약 8800억원) 규모다. 최근 5년 가운데 4년 동안 역대 최대 매출을 새로 썼다. 카우프만 의장은 WSJ에 “초고가 명품에 특화한 방식이 유럽의 모든 제조업체에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는 없지만 대형 기업에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라이카는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이면서도 전통적인 제조 방식은 유지하고 있다. 독일 공장에서는 기술자들이 작업대에 앉아 렌즈를 직접 연마하고 붓칠을 한다. 동시에 최첨단 기계가 유리 소재를 압축해 렌즈로 가공한다.
생산량도 많지 않다. 라이카 공장에서 생산되는 M 모델은 하루 약 45대에 그친다. 생산 과정이 까다로운 만큼 가격도 높다. 최신 디지털 카메라인 ‘M11’은 한국에서 1300만원이 넘고 필름 카메라인 ‘MP’ 역시 1000만원을 웃돈다.
유통 방식도 직접 바꿨다. 카우프만 체제 아래 라이카는 기존 딜러 중심의 유통망을 자체 통제망으로 전환하면서 갤러리를 겸한 전용 매장을 세계적으로 확대했다. 현재 전용 매장은 120곳에 달하며 라이카 전체 매출의 50%가 이 같은 직영 유통 채널에서 발생한다.
중고 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라이카 제품은 중고품이 신제품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희소성이 높다는 점을 활용했다. 지난해에는 고(故) 프란치스코 교황이 소장했던 ‘M-A’ 필름카메라가 경매에서 약 750만 달러(한화 약 100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라이카는 자체 매장을 통한 공식 리퍼비시 제품 판매도 확대하고 있다.
라이카와 파트너십을 토대로 개발된 인공지능(AI) 사진 촬영 특화 화웨이의 ‘P20’ 시리즈. 사진 제공=화웨이라이카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지정학적 리스크다. 2021년에는 첫 스마트폰 파트너였던 중국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르면서 협력을 중단해야 했다. 라이카와 화웨이는 과거 스마트폰 카메라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기도 했다. 화웨이 스마트폰에는 라이카와 공동 개발한 카메라 시스템이 적용됐으며 일부 제품에는 고화소 메인 카메라와 잠망경식 망원 카메라를 결합한 기술도 탑재됐다.미국이 중국산 부품 수입을 제한하거나 핵심 공급업체를 제재할 경우 라이카가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거대 시장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가능성도 있다.
카우프만 의장은 이에 대해 “두 강대국 간의 충돌로 라이카가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라이카는 1920년대 초하이퍼인플레이션 시기부터 수많은 위기를 겪어왔지만 언제나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찾아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