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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견제할 필리핀 첫 잠수함, 한국산 될까…기지까지 제안한 수주전 [밀리터리+]

韓·유럽 업체, 2척 도입 사업에 훈련·정비·금융 지원 묶어 경쟁
필리핀 국방장관 “아직 갈 길 있다”…선정 넘어 운용 기반 확보가 관건
[서울신문 나우뉴스]
한화오션이 설계·건조한 한국 해군의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자료사진에 한국·필리핀 국기를 합성했다. 필리핀 잠수함 도입 사업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필리핀 제안형 KSS-Ⅲ PN과는 구성이 다르다. 한화오션이 설계·건조한 한국 해군의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자료사진에 한국·필리핀 국기를 합성했다. 필리핀 잠수함 도입 사업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필리핀 제안형 KSS-Ⅲ PN과는 구성이 다르다. 한화오션 제공·123RF, AI 합성 이미지

필리핀이 첫 잠수함 도입을 추진하면서 한국과 유럽 조선업체들이 함정뿐 아니라 기지와 자금 조달 방안까지 앞세워 경쟁하고 있다. 중국과 해양 영유권 갈등을 겪는 필리핀으로서는 잠수함을 고르는 동시에 이를 운용할 기반도 처음부터 갖춰야 한다.

2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군사 전문매체 디펜스 시큐리티 아시아는 필리핀의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 2척 도입 구상을 분석하며 승조원과 기지, 정비 체계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필리핀은 아직 우선협상대상자나 최종 기종을 선정하지 않았다.

필리핀 정부도 사업 추진에 신중한 입장이다. 길베르토 테오도로 국방장관은 이달 7일 서울에서 로이터통신과 만나 잠수함 사업이 여전히 검토 단계라며 임무 요구조건과 운용에 필요한 대규모 기반시설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추진까지는 “아직 갈 길이 있다”고도 말했다.

한화오션은 이런 운용 기반까지 묶어 제안했다. 국영 PNA통신에 따르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한화오션과 만나 잠수함 도입·운용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회사는 KSS-Ⅲ PN 도입과 함께 전용 기지 건설, 현지 유지·보수·정비(MRO)센터 설립, 운용요원·지휘관 훈련을 제안했다. 함정 공급을 넘어 첫 잠수함 부대를 꾸리는 과정까지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잠수함만으론 부족하다…기지·금융도 경쟁 프랑스 나발그룹이 필리핀에 제안한 스코르펜급 잠수함의 항해 조감도. 필리핀 해역에서 운항하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로, 실제 도입·배치 장면은 아니다. 나발그룹 제공 프랑스 나발그룹이 필리핀에 제안한 스코르펜급 잠수함의 항해 조감도. 필리핀 해역에서 운항하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로, 실제 도입·배치 장면은 아니다. 나발그룹 제공

자금은 필리핀이 넘어야 할 주요 문턱이다. PNA는 지난해 2월 잠수함 2척과 기지·군수 지원을 포함한 사업 규모를 800억~1100억 페소(약 1조 7500억~2조 4000억원)로 전했다. 당시 로미오 브라우너 군 참모총장은 군 현대화 재원이 부족해 국내외 금융 조달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당시 제시한 규모로, 확정 계약액은 아니다.

유럽 업체도 운용 지원을 앞세운다. 프랑스 나발그룹은 필리핀 잠수함 부대의 훈련·시설·공급망 구축을 지원하겠다고 밝혀왔다. 해군 전문매체 네이벌뉴스는 지난해 2월 한화오션과 나발그룹 모두 금융 지원을 포함한 포괄적인 도입 방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기종에 따라 정비 방식도 달라진다. 네이벌뉴스에 따르면 한화오션 관계자는 지난해 회사가 제안한 오션 1400PN은 필리핀에서 보다 폭넓게 정비할 수 있지만, KSS-Ⅲ PN은 주요 정비를 위해 한국 시설로 돌아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종 정비 조건은 향후 계약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디펜스 시큐리티 아시아는 HD현대중공업의 수빅 거점과 스페인 나반티아의 오르모크 기지·대금 지급 유예 제안도 경쟁 요소로 꼽았다. 함정 가격에 더해 정비 장소와 비용 지급 시점도 선택에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다. 업체별 장비·지원 범위가 다른 만큼 제안 금액만으로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다.

중국에 수중 부담…2척의 한계도 분명 2025년 5월 남중국해 샌디케이 암초 인근 해역에서 중국 해경선(왼쪽)이 필리핀 선박에 물대포를 쏘고 있다. 노란 원은 물대포를 맞는 선박 부분. AP 연합뉴스 2025년 5월 남중국해 샌디케이 암초 인근 해역에서 중국 해경선(왼쪽)이 필리핀 선박에 물대포를 쏘고 있다. 노란 원은 물대포를 맞는 선박 부분. AP 연합뉴스

필리핀의 방산협력 확대에는 중국에 대한 경계가 깔려 있다. 테오도로 장관은 이달 로이터 인터뷰에서 한국과 방위산업·첨단 국방기술 협력을 더 심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역내 국가들의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동력이 중국이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물론 이런 협력 의향이 한국 잠수함 선정을 뜻하지는 않는다.

잠수함을 확보하면 필리핀은 해상 방어 수단을 수중으로 넓힐 수 있다. 상대는 수상함을 움직일 때 보이지 않는 공격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디펜스 시큐리티 아시아는 루손과 팔라완 주변 일부 접근로에서 이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2척만으로 넓은 해역을 계속 지키기는 어렵다. 정비와 훈련 때문에 실제 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함정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잠수함이 중국 해경의 물대포 사용이나 보급선 차단을 곧바로 막아주는 것도 아니다. 은밀한 감시와 전시 억제 임무는 해경·민병대 선박과의 일상적인 대치에 대응하는 임무와 다르다.

한국 업체가 수주하더라도 계약과 전력화 사이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승조원이 숙련도를 쌓고 정비시설이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함정을 꾸준히 바다로 내보낼 수 있다. 이번 수주전은 잠수함 2척의 성능뿐 아니라 그 뒤를 받칠 운용 체계까지 경쟁하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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