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한 상선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고 있는데도 원유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지 않고 있는 배경에는 몰래 이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원유 공급량이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 전 60% 수준까지 회복되고 원유 가격이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유럽 조사 기관 케플러 자료에 따르면 이번 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량은 하루 평균 936만 배럴로, 8월보다 356만 배럴 증가했습니다.
이는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시작된 이후 최대치이며, 충돌 이전 호르무즈 해협 통과 원유량인 1천500만 배럴의 60%까지 회복된 것입니다.
여기에는 AIS를 끈 유조선의 적재 원유량도 포함된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국제 항로를 통과하는 유조선에 AIS를 켜고 위치 신호를 발신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전을 위협받는 상황 등이 있는 경우 긴급 조치로 AIS를 끌 수 있습니다.
AIS를 끄면 이란이 위치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워져 드론 공격이나 나포 위험도 줄어듭니다.
원유 가격도 비교적 안정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지난 25일 배럴당 91∼95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는데, 이는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 이후 최고가였던 119달러 대보다 20% 정도 낮은 가격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두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가 꼽힙니다.
사우디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 직후 홍해 방면을 통한 우회 수출을 늘렸으나 송유관이 드론 공격을 받은 이후 다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영국 조사 기관 아거스 미디어에 따르면 사우디의 국영기업 아람코는 9∼11월 원유 인도분을 오만 해상에서 환적해 인도하는 원유 현물 입찰을 시작했습니다.
그간 장기 계약과 매월 정해진 공식 가격으로만 원유를 판매해왔던 사우디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거래로 여겨집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 전 원유 수출의 90% 이상을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고 있던 이라크 역시 이 해협을 통해 유조선을 내보내는 데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닛케이는 전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