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 매출 성장 계속되지만
두 회사 모두 아직 적자 기록
오픈AI, 개인구독·광고 중심
앤트로픽, 기업·개발자 비중 커
상장땐 실적·재무제표 공개
투자 앞서 꼼꼼한 확인 필요
인공지능(AI)은 이제 뉴스에서 매일 접하는 말이 됐다. 전 세계 AI 기업 가운데 가장 앞서 있는 곳으로는 오픈AI와 앤트로픽이 꼽힌다. 오픈AI는 ‘챗GPT’를 만든 회사이고, 앤트로픽은 ‘클로드’를 만든 회사다. 두 회사의 AI는 사람이 글로 물어보면 글로 대답하고, 편지를 대신 써주거나 긴 글을 줄여주고 외국어를 번역한다. 사진을 보고 무엇인지 설명해 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사람이 할 일만 지시하면 AI가 스스로 자료를 찾고 문서까지 만들어 주는 단계에 이르렀다.
두 회사는 아직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았다. 그래서 정확히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지, 누구와 어떤 계약을 맺었는지와 같은 속사정은 상당 부분 베일에 싸여 있다. 그런데 올해 6월 두 회사가 나란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신청 서류를 냈다. 상장이 이뤄지면 일반 투자자도 이들 회사의 주식을 직접 살 수 있게 된다. 챗GPT와 클로드로 AI 대중화를 이끈 두 기업이 증시에 입성하면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졌던 매출과 비용, 투자계약 등이 공개된다. AI 산업의 성장성이 실제 기업가치로 얼마나 인정받을지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오픈AI는 2015년 설립됐다. 처음에는 돈을 버는 회사가 아니라 AI 연구를 위한 조직으로 출발했다. 2022년 챗GPT를 내놓으면서 생성형 AI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현재는 매주 10억 명이 챗GPT를 이용하고, 유료 이용자도 5000만 명에 이른다. 무료 이용자가 필요에 따라 월 8달러, 20달러, 200달러짜리 유료 서비스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개인 구독뿐 아니라 기업용 AI와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판매하고, 올해부터는 무료 이용자를 대상으로 광고도 도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랫동안 오픈AI의 핵심 투자자 역할을 해왔다.
앤트로픽의 경우, 2021년 오픈AI 출신 연구자들이 세웠다. 대표 제품은 클로드다. 특히 프로그램 코드를 대신 작성해 주는 ‘클로드 코드’가 개발자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앤트로픽은 창업 초기부터 AI 안전성을 강조했고 은행, 병원, 정부기관처럼 보안이 중요한 곳의 고객을 확보해왔다. 개인보다는 기업에서 버는 돈의 비중이 크다는 점이 오픈AI와 다르다. 아마존과 구글도 대규모 투자를 했고, 앤트로픽은 이들 기업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해 AI를 운영한다.
두 회사는 비슷한 AI를 만들지만 돈을 버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오픈AI는 수많은 개인 이용자의 구독료와 기업 서비스, 광고 매출 비중이 크다. 앤트로픽은 기업과 개발자가 AI를 사용한 만큼 요금을 받는 사업의 비중이 높다. 쉽게 말하면 오픈AI가 일반 소비자를 상대하는 백화점이라면, 앤트로픽은 기업 고객을 상대하는 도매상에 가깝다.
성장 속도는 두 회사 모두 놀랍다. 오픈AI는 챗GPT 출시 전인 2021년만 해도 연간 매출이 36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2025년에는 약 101억 달러로 늘었다. 4년 만에 약 280배가 된 셈이다. 올해는 연간 매출이 약 400억 달러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거론된다. 앤트로픽은 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5년 매출이 전년보다 약 8배 늘었고, 올해 들어 일부 기간에는 매출 규모가 오픈AI를 앞섰다는 보도도 나왔다. 다만 이들 수치는 대부분 언론 보도와 시장 추정치다. 비상장 기업은 상세 실적을 공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두 회사 모두 아직 적자라는 점이다. AI를 만들고 운영하려면 값비싼 반도체와 거대한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이용자가 늘수록 더 많은 컴퓨터를 돌려야 하고, 더 성능 좋은 AI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큰 규모의 연산 장비가 필요하다. 오픈AI는 미국에서 5000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를 추진하고 있다. 앤트로픽도 아마존의 클라우드 인프라에 향후 막대한 비용을 지출할 계획이다.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비용도 함께 불어나는 구조다. 결국 언제 흑자로 돌아설 수 있느냐가 두 회사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된다.
기업가치도 이미 천문학적 수준이다. 비상장 기업의 몸값은 새 투자를 받을 때 주로 정해진다. 오픈AI와 앤트로픽 모두 올해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기업가치가 크게 올라갔다. 시장에서는 향후 상장 과정에서 이들의 몸값이 다시 한 번 높아질 가능성을 거론한다.
이처럼 큰 회사들이 상장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자금이다. AI 개발에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인프라에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지금처럼 일부 대형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상장하면 전 세계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을 수 있고, 초기 직원과 투자자들도 보유 주식을 현금화할 수 있다.
상장은 동시에 검증의 무대이기도 하다. 상장 과정에서는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았던 매출과 손실, 비용, 주요 계약 등을 정식 서류로 내놓아야 한다. 지금까지 베일에 싸여 있던 회사의 속사정이 드러나는 셈이다. 실제 재무제표가 공개되면 현재 시장에서 평가받는 기업가치가 적절한지를 둘러싼 논쟁도 본격화될 수 있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도 변화가 크다. 상장 이후에는 증권사 해외주식 계좌를 통해 두 회사 주식을 직접 살 수 있다. 주요 미국 주가지수에 편입될 경우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간접 투자도 가능하다.
다만 주의할 점도 있다. 두 회사 모두 아직 적자이고 기업가치도 이미 높은 수준이다. 상장 초기에는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구글과 메타 등 경쟁사의 추격도 거세다. 정부 규제와 저작권 소송 역시 변수다. 결국 오픈AI와 앤트로픽의 상장은 AI 산업이 단순한 기술 경쟁에서 자본시장 경쟁으로 넘어가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투자자들은 이들 회사를 ‘미래를 바꿀 기술기업’으로 평가해왔다. 상장 이후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AI 시대의 진짜 성적표는 어쩌면 상장 이후부터 쓰이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상장 뒤 공개되는 정식 재무제표에서 실제 매출과 손실, 비용을 확인한 다음, 가진 돈의 일부만 나눠서 투자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KB증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