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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ET 품고 솔리다임 美 상장 노크…SK 엇갈린 자회사 셈법

요약
  • SK그룹이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흡수합병과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검토를 추진하는 가운데, 각 자회사의 합병 조건과 지분 구조 재편을 두고 주주 이익 침해 및 부담 가중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SK이노베이션은 SKIET 합병을 통해 부진한 배터리 소재 사업을 통합하려 하나 주주 간 이해충돌이 발생하고 있으며, 솔리다임은 미국 상장을 통한 투자금 확보 과정에서 성장 이익이 외부로 분산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최지원 기자 /사진=최지원 기자


SK그룹이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흡수합병과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검토를 계기로 지배구조 재편의 시험대에 올랐다. 부진한 배터리 소재 사업은 모회사에 통합하고 성장하는 반도체 사업은 외부 자본을 유치하는 방향이다.

SKIET에서는 상장 당시 모회사가 거액의 구주매출 대금을 확보한 뒤 실적이 악화된 회사를 다시 통합하면서 양사 주주의 이해가 충돌하고 있다. 솔리다임에서는 외부 투자자에게 성장사업의 지분을 내주는 조건과 대가가 쟁점이다. 그룹의 재무 전략이 합리적이라는 설명만으로 각 회사 주주의 손익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 때는 자금 확보, 합병 때는 정상화 부담28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사업 재편은 SKIET 합병을 위한 주주 설득과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검토가 병행되는 국면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IET는 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 이후 주주 소통을 확대했지만 합병비율 변경이나 추가 주주보호 방안은 확정하지 않았다. 솔리다임은 이르면 내년 미국 상장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의 구체적인 추진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SKIET는 분할·상장 당시의 자금조달 성과와 이후 경영 결과를 함께 살펴봐야 하는 사례다.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분리막 사업을 물적분할하고 2021년 SKIET를 상장하면서 구주매출로 1조3476억원을 확보했다. 전체 공모대금 2조2460억원의 60%가 모회사의 지분 매각대금이었다. SKIET가 신주 발행으로 조달한 공모대금은 8984억원이었다.

약 5년 뒤 발표된 합병안에서 SKIET의 주당 합병가액은 1만4783원으로 산정됐다. 공모가 10만5000원의 14.1%다. SKIET 주주는 현금 대신 1주당 SK이노베이션 주식 0.1174540주를 받는다. 모회사가 상장 당시 지분 매각대금을 확보한 반면, 공모에 참여해 주식을 보유해온 투자자는 큰 폭의 가치 하락을 겪은 상태에서 합병을 앞두게 됐다.

공모가와 합병가액의 차이만으로 합병조건의 불공정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 측은 "관련 규정에 따른 기준시가 방식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했고 외부 전문가의 충분한 검토도 거쳤다"고 설명한다.

다만 합병가액 산정 절차의 적법성과 상장 이후 투자·경영 성과에 대한 책임은 별개다. 당시 사업계획이 실제 수요와 얼마나 달랐는지, 설비투자와 자금 운용 판단은 적절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다.

이달 14일 열린 'SK이노베이션 주주간담회'에서 서건기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SK이노베이션 이달 14일 열린 'SK이노베이션 주주간담회'에서 서건기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SK이노베이션


양사 주주의 이해관계도 다르다. SKIET 주주에게는 향후 회복 가능성을 합병조건에 얼마나 반영했는지가 중요하다. SK이노베이션 주주에게는 정상화까지 추가로 투입할 돈이 관건이다. 이미 연결 자회사인 만큼 합병으로 손실이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외부주주와 나누던 손익의 귀속 구조는 달라진다. 합병신주가 기존 주식의 약 2.6%라는 설명만으로 재무 부담까지 작다고 판단할 수 없는 이유다.

SK이노베이션은 소규모합병 방식으로 주주총회를 이사회 결의로 대체할 예정이다. 합병 후 SK㈜의 지분율은 52.09%에서 50.74%로 낮아지지만 과반은 유지된다. 지배주주의 경영권은 유지되는 반면 일반주주가 부담할 위험은 달라질 수 있는 구조다. 금감원이 정정 요구 과정에서 일반주주와의 소통 부족을 지적한 것도 이 대목과 맞닿아 있다.

솔리다임 높은 몸값, SK하이닉스 주주 이익으로 이어질까솔리다임은 반대 방향에서 같은 질문을 던진다. AI 데이터센터용 저장장치 수요 확대에 맞춰 미국 상장으로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지만 기존 SK하이닉스 주주가 간접 보유하던 성장 이익을 외부주주와 나누게 된다.

상장이 성사되면 SK㈜·SK스퀘어·SK하이닉스·솔리다임 등 네 개의 상장사가 하나의 지배구조에 놓인다.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 사이에는 비상장 미국 투자 자회사 AI컴퍼니도 있다.

핵심은 솔리다임의 기업가치와 SK하이닉스 주주에게 돌아올 현금이 같지 않다는 점이다. 신주를 발행하면 조달 자금은 솔리다임에, AI컴퍼니가 보유 지분을 팔면 매각대금은 AI컴퍼니에 각각 들어간다. 미국에서 높은 몸값을 인정받더라도 그 돈이 어디에 투자되고 어떤 경로로 모회사 주주에게 돌아오는지 불분명하면 상위회사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나아가 SK 지배구조 재편을 평가할 기준도 바뀐다. SKIET 합병과 솔리다임 상장이 모두 성사되면 에너지 부문의 상장 단계는 줄지만 반도체 부문은 늘어난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추가 지원 한도, 반도체 부문에서는 투자 수익의 배분 원칙이 각각 중요해진다.

향후 경로는 주주 설득과 조달 비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SKIET 합병조건이나 절차를 보완하고 솔리다임 상장 시기를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상장 대신 제한적인 지분 투자유치를 택할 수도 있지만 투자금 회수 조건에 따라 미래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재편과 함께 부채 축소·배당·자사주 소각의 기준을 제시하면 지배구조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일 여지가 있다.

결국 SK가 입증해야 할 것은 자금을 얼마나 확보했느냐를 넘어 그 선택이 각 회사 주주에게 어떤 이익을 주느냐다. SKIET 정상화 비용과 솔리다임 성장 수익의 배분을 함께 설명하지 못하면 사업 재편의 성과보다 주주 부담이 먼저 부각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계열사를 합치거나 상장하는 것만으로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어느 회사 주주가 위험을 부담하고 성과를 얼마나 가져가는지 보여줘야 시장이 재편의 효과를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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